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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저조, 아직 공급 물량 못 정한 건설사도 '줄줄이' 공급계획 높게 잡은 10대 건설사들, 실제 공급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대책 부실에 CR 리츠 부활 담론까지, 정작 정부는 "아직 괜찮다"
올해 주택 공급 저조가 이어지면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내년부턴 매맷값까지 오를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왔다. 주택 공급 주체인 국내 건설회사 절반 이상이 올해 공급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영향이다. 틈새시장 공략 등을 노리며 공급 목표치를 대폭 늘려 잡은 건설사도 적지 않지만, 미분양 매물이 쌓여 있단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공급 불안 가시화, 건설사들 "올해 공급 물량 못 정해"
4일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는 최근 회원사 300여 곳을 대상으로 올해 주택공급 계획을 비롯한 주택 경기 전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설문에 응답한 131개 주택 건설업체 중 70곳(54%)이 올해 주택공급 계획 물량에 대해 '미정'이라고 답했다. 이외 올해 공급 물량을 지난해보다 축소하겠다고 밝힌 업체는 31곳(24%),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답한 업체는 15곳(11%)이었다. 주건협 관계자는 "가뜩이나 분양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따른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업체들이 선뜻 주택공급에 나설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택 공급을 오히려 예년 대비 늘리겠다고 답한 건설사도 있었다. 10대 건설사들 또한 올해 공격적인 주택공급 목표를 세웠다. 시공평가능력 상위 10대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호반건설)의 2022‧2023년 주택공급(조합원공급·일반분양) 실적 및 2024년 공급 계획에 따르면, 올해 10개 건설사에선 총 13만6,516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분양된 9만9,095가구보다 37.8% 증가한 물량이다. 건설사들이 부진한 틈을 노려 서울 강남권 단지 등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그간 미뤄온 분양을 본격 진행하겠단 계획이다.
공급 계획 늘어도 실적은 '미지수'
다만 이 같은 공급 계획 물량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연초부터 불거진 태영건설 워크아웃발 부동산 PF 부실 여파에 2022년 말부터 본격화한 분양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며 올해도 시장 환경의 어려움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연초에는 건설사 모두 기대치를 가지고 분양 계획을 잡기 때문에 실적으로 이어진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지난 몇 개년 실적을 들여다보니 보통 연간 계획의 절반 정도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물량 부담도 변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분양 물량은 19만2,425호로 전년 대비 33.1% 줄었지만 미분양 가구는 오히려 늘었다. 작년 12월 말 기준 누적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489가구로 전월 대비 7.9%(4,564가구)나 늘면서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입주 후에도 집주인을 구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같은 기간 3.7% 늘어난 1만857가구로, 3개월 연속 1만 가구가 넘는 양상을 보였다.
예년부터 이어진 악조건이 올해만 건설사를 피해 가리라 여기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표상으로도 분양시장의 개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공급자 입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전망하는 지표인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작년 12월 95.5에서 지난달 115.7로 20.2p 급증했다. 이는 작년 5월(106.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분양 털어내기 나섰지만, "부동산 양극화 어쩌나"
이에 건설사들은 할인분양 등을 통해 미분양을 털어내려 애쓰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은 대구 달서구 신세계빌리브라디체의 경우 계약금 1,000만원에 한매보장제까지 내걸며 미분양 해소에 나섰고, GS건설의 자회사 자이에스앤디가 시공하는 대구 수성 만촌 자이르네는 분양가의 17~25%를 할인하는 특별분양을 시도했다. 계약금을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기본으로 깔기 시작한 건설사도 속속 등장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주택시장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포함한 공공공사와 해외수주를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시도도 이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주택분양이 부진하면 당장 실적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큰 데다 지난해 소화하지 못한 물량까지 올해 목표에 포함시킨 만큼 당장 미분양 부담을 떨쳐내기는 어려우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부동산 양극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실제 신축 아파트 공급 감소 소식에 수도권을 중심으론 신축 매물 수요가 확실히 증가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는 여전히 가속하는 형국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5만2,458호로 전국 미분양 물량(6만2,489호) 중 82%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침체를 초래하는 악성 미분양 물량 대다수가 수도권 외 지역에 편중돼 있단 의미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 부동산 양극화가 가시화하면서 건설사들의 불안도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정부에 거듭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게 '미분양 CR 리츠'다. 리츠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나 매각차익 등의 이익을 정기적으로 배당하는 상품으로, 미분양 CR 리츠는 기본적인 리츠 구조에서 투자 대상을 미분양 주택으로만 한정한 것을 의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행된 CR 리츠를 부활시켜 손실 규모를 크게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게 건설사 측의 주장이다. 정부가 내놓은 1.10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비판을 쏟아냈다. 정책의 대부분이 수도권이 집중돼 있다 보니 시급한 지방 미분양 해소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다만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1.10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 정상화의 기반을 닦고 차후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부동산 경기도 원상복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건설사 측이 촉구한 미분양 CR 리츠 도입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CR 리츠가 도입된 2008~2009년도에 비하면 미분양 주택은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수도권 내 기형적인 신축 대란과 지방의 미분양 사태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부와 건설사가 어설픈 이인삼각을 이어가면서 당분간은 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