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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어도어 집안싸움 확산, 감사 질의서 발송
경영권 탈취 논란에 민희진 어도어 대표,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
주가 하락세 못 면한 하이브, 증권가선 "향후 실적엔 큰 영향 없을 듯"
다만 매출 타격에 대기업 집단 지정 다소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K-POP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기획사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 감사 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서엔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취득한 핵심 정보 유출 및 부적절한 외부 컨설팅 의혹, 아티스트 개인정보 유출 및 인사 채용 비위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는 K-POP 간판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레이블이다.
하이브-어도어 갈등 점화, 쟁점은 '경영권 탈취' 의혹?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부대표 A씨 등에 감사 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서에는 어도어 경영권 탈취 모의 내용, 사업상 비밀 유출, 인사청탁 등 어도어 경영진들이 저지른 비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어도어 경영진들은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취득한 핵심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고 사업상·인사상의 비밀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외부 컨설팅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어도어 경영진들은 올해 초부터 하이브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회사인 하이브가 어도어에 부당한 요구를 한다는 점을 빌미로 여론을 악화시켜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80%를 현 어도어 경영진에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매각토록 한다는 것이 경영권 확보 계획의 골자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어도어 경영진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해외 투자자문사,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에게 매각 구조를 검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도어와 하이브 사이에 체결된 계약정보 등을 임의로 유출하기도 했다. 질의서에 따르면 하이브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하이브의 아티스트에 대한 부정여론 형성 작업과 아티스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회유 작업도 비밀리에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든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담당한 인물은 하이브에서 어도어로 이직한 부대표 A씨다. A씨는 하이브 재직 시절 하이브의 재무 정보와 계약 정보 등 핵심 영업비밀을 대거 획득해 이를 경영권 확보 계획 수립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개인정보도 외부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진들이 외부에 유출한 아티스트 관련 정보는 데뷔 전 연습생들의 초상과 건강상황 등이 포함된 것이다. 외부인의 인사청탁을 받아 직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질의서에 의하면 A씨는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발령과 채용 등 인사관련 핵심정보 또한 외부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희진 대표 "뉴진스 카피 의혹 제기했을 뿐"
이에 대해 민 대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한 문제를 제기하니 날 해임하려 한다”며 "어이가 없는 언론 플레이"라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민 대표는 이어 "어도어 및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하이브가 갑작스럽게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 절차를 통보하면서 '어도어의 기업가치를 현저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하고 언론에선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하는데, 이는 언론 플레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하이브 레이블 가운데 하나인 빌리프랩은 3월 여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아일릿을 데뷔시켰다”며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도어는 하이브와 빌리프랩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뉴진스의 성과를 카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하이브가 관여했다고도 언급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며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고 거듭 피력했다.
하이브와 어도어 사이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민 대표가 하이브에 사실상 종속된 처지에 반발하면서 사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어도어는 SM엔터테인먼트 출신 민 대표를 주축으로 설립됐지만, 지분은 하이브가 80%를,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이 20% 남짓을 소유하고 있다. 하이브의 입김이 그만큼 셀 수밖에 없단 의미다. 민 대표가 직접 아일릿의 카피 문제를 언론에 풀고 나선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지정 앞둔 하이브, 논란 돌파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양측 갈등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하이브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하이브의 주가는 22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7.81%(1만8,000원) 하락한 21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어도어에 대한 감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후엔, 장중 한때 10%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갈등이 가시화한 지 하루 뒤인 23일에도 연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하이브는 22일 대비 1.18% 내린 21만원에 장을 마쳤다. 팬덤과 대중이 민 대표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는 탓에 시장이 민 대표의 사임 가능성을 크게 받아들여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양사의 경영권 분쟁이 향후 하이브의 실적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하이브 내에서 어도어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의 연결 매출액은 2조1,780억원인데, 이중 각 소속 레이블의 매출액은 빅히트뮤직(5,523억원), 플레디스(3,272억원), 어도어(1,102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이브 내 어도어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11%였다"며 "특히 내년 BTS의 완전체 활동이 재개되는 만큼 어도어의 기여도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민 대표의 반발과 별개로 뉴진스가 여전히 하이브 소속이라는 점도 어도어의 영향력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로 꼽힌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한 이상 뉴진스는 계속해서 하이브의 지식재산권(IP)에 해당하는 데다, 민 대표가 해임된다 한들 뉴진스가 포섭한 팬덤과 하이브의 매니지먼트 역량은 여전하기에 미래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게 것이다. 특히 일각에선 애초 뉴진스가 하이브의 네임 밸류 없이 막강한 파급력을 구가할 수 있었을지부터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진스의 성공은 민 대표보단 하이브에 공이 더 큰 만큼 민 대표의 부재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번 논란이 대기업 지정(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앞둔 하이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이브는 지난해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기며 대기업 집단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하이브 매출 중 어도어의 비중은 약 10%가량으로, 논란이 확산될 경우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하이브의 네임밸류 없이 뉴진스의 성장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현장 분위기에 따라 실제 뉴진스가 하이브를 탈퇴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