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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컨테이너 수출 운송 비용, EU행 중심으로 급등
후티 반군의 홍해 장악으로 해상 운송 전반에 차질
파업 조짐 내비치는 美 동부 항만 노조, 혼란 가중
지난달 미국 서부와 동부, 유럽연합(EU) 등지로 향하는 해상 컨테이너의 수출 운송 비용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홍해 인근 항로가 봉쇄되며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진 결과다. 업계는 미국 동부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 가능성 등을 고려, 차후 해상 물류 비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치솟는 해상 컨테이너 운송료
관세청이 15일 발표한 2024년 6월 수출입 운송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EU행 컨테이너의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당 수출 운송비용은 61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44.6%, 전년 동월 대비 121.6% 급증한 수준이다. 1년 만에 운송 비용이 2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로 가는 컨테이너 수출 운송비용은 602만1,000원으로 전월 대비 12.9% 늘었다.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하면 30.8% 상승한 수치다. 미국 동부로 가는 컨테이너 수출 운송비용은 601만6,000원으로 전월 대비 15.3%, 전년 동월 대비 26.9% 뛰었다. 이외로도 중국(6.4%), 일본(7.0%), 베트남(16.8%) 등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의 운송 비용이 지난달 대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해 사태가 운임 상승세 견인
해상 운송료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예멘 무장단체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가 지목된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후티 반군은 하마스 지지를 선언, 홍해상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스라엘 화물선을 나포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로도 무인기와 탄도 미사일 등을 동원해 여러 상선을 공격했다. 올 1월 영국의 유조선 말린 루안다(Marlin Luanda)호가 미사일 공격으로 화재 피해를 겪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후티 반군이 점거한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 운하로 연결되며, 세계 해운 물동량의 15%가량을 담당하는 항로다. 홍해가 봉쇄될 경우 해상 물류 시장 자체가 막대한 혼란을 겪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홍해 내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올해 해상 운송료가 150%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해상 운임이 100% 상승하면 OECD 38개국의 수입 인플레이션이 약 5%p 상승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수에즈 운하를 통행하지 못하게 된 선박들은 속속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항로로의 우회 운항을 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선박들이 홍해를 우회하며 해상 물류 운송 기간이 기존 대비 대폭 지연되고 있다"며 "운행이 길어지며 당장 물류를 운반할 선박(선복량)이 부족해지는 추세다.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해상 운임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10월 중 ILA 파업 가능성도
미국 대서양 연안 항만 노동자 8만5,000명이 가입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의 파업 가능성 역시 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ILA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용자 단체인 미국 해운동맹(USMX)과의 협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Maersk)가 앨라배마주에서 ILA 인력 없이 트럭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자동 제어 관문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마스터 계약(해당 노조 사업장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계약) 협상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당시 해럴드 대거트 ILA 위원장은 발표문에서 "이제 다시 시작한다. 이는 사용자 협회 구성원들이 일방적으로 우리의 노사 협약을 회피한 사례로 USMX와 ILA 간 계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우리는 더 이상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USMX의 주요 회사 중 하나가 자동화를 통해 우리 노조원들의 일자리를 제거하려고 계약을 위반하는 마당에 사측과 협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거트 ILA 회장은 현재 USMX와의 계약이 만료되기 전까지 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ILA와 USMX가 2018년 9월 체결한 계약은 오는 9월 30일 만료될 예정이다. 업계에서 오는 가을 중으로 ILA의 파업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ILA가 파업에 착수할 시 2022~2023년 서부 항만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물류 대란 사태가 재현되며 해상 운임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