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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단기 국채 금리차 역전 해소, 경기침체 가능성 두고 엇갈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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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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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국채 금리차,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
2년 3개월 만에 '10년·2년물 금리' 역전 해소
불황 가능성에도 실업수당 신청자 수 등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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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역전됐던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정상 궤도로 돌아오자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단기 국채 금리차는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로, 금리차의 변동이 발생한 후 경기침체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경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고용지표가 여전히 시장의 예상보다 견고하고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경기침체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美 연준 '빅컷' 이후 단기 국채 금리 빠르게 하락

15일(현지 시각)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2년 7월 6일(-0.06%p, 2년물 2.99%·10년물 2.93%)부터 2년 2개월간 역전됐던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가 이달 6일(+0.06%p, 10년물 3.72%·2년물 3.66%)부터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달 18일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이후 단기채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정상화된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는 10년물 국채금리에서 2년물(혹은 3개월물) 국채 금리를 뺀 값으로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는 장기금리는 단기보다 높게 형성지만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면 장기금리가 단기보다 빠르게 하락해 금리가 역전된다.

지난달에도 장단기 금리차가 플러스로 전환하며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잠시 해소된 상황이 있었다. 지난달 4일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장중 짧게나마 10년 만기 금리보다 낮아졌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장단기 금리차가 플러스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 "2022년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전개하면서 지난 2년간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됐지만 최근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통화정책과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과 역전의 해소 중 어느 것이 경기침체의 전조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 해소 현상은 경기침체를 알린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수십 년간 전문가들이 장단기 금리차의 예측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하면서 "일반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던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는 시점은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때였고, 연준은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금리차가 정상화할 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곤 했다"고 분석했다.

BCA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피터 베레진도 FT 기고문에서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경기침체의 시그널들을 열거했다. 그는 일자리 공석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노동 시장 상황이 악화한 데다 개인 저축률이 절반으로 하락하면서 소비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주택시장과 상업용 부동산의 위축, 제조업 둔화와 이로 인한 대량 해고도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2001년과 2007년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고 불과 몇 달 만에 불황이 나타났다"며 "향후 S&P500 지수가 3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라일리 이코노미스트는 "장단기 국채 금리차가 잠시 정상화된 것은 경기침체 등 새로 경각심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로 인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바클리의 글로벌 리서치 의장인 아자이 라자드히야크샤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단기채 금리가 하락한 데 따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애널리스트들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단기 금리차를 보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추론하는 것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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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2년 만기 국채 금리 추이/출처=미국 연방준비은행 경제 데이터(FRED)

금리 역전 해소된 15번 사례 중 9번이 경기침체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962년 이후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됐다가 해소된 사례는 모두 15번이다. 이 중 1970년, 1974년, 1980년, 1981년 미국 경제는 장단기 금리가 정상화되기 전에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그 외 9번은 금리 역전이 해소된 후 1년 이내에 침체가 나타났다. 과거 침체기에 대한 학습효과로 2022년 7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미국에서는 곧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2022년 말 블룸버그가 미국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8명의 경제학자 중 70%는 2023년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이 2년 넘게 이어지며 1980년대 이후 최장기간 지속됐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미국의 경제지표는 견고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 기간 고용과 물가지표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고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3%대 성장률을 유지했다. 지난 9월 비농업 일자리도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돈 25만4,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오른 2.5%를 달성했고 올해 성장률은 2.1%로 예상된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 후 1년 6개월 뒤에 경기 불황이 오는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러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지는 원인으로 대출 증가를 꼽았다. 은행 대출은 경기 변동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그동안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마다 경기가 나빠졌던 가장 큰 원인도 대출 감소였다. 그런데 이 기간 미국 은행권의 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더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 부채가 크게 줄어든 데다 팬데믹 기간 풀린 돈이 아직도 시중에 넉넉하게 유통되면서 연체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 머물러 있다. 실제로 미국 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73%에 불과하다.

장기채의 금리 하락도 주요한 원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가계의 주택구입과 기업의 투자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장기채 매입을 늘리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장기채의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해 연기금과 보험사까지 장기채 보유량을 늘리면서 장기금리가 과거보다 더 낮게 형성됐다. 2년 가까이 지속된 고금리 시기를 거치며 기준금리가 급등한 것도 영향을 줬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에 연동하는 단기금리도 빠른 속도로 올랐고 장단기 금리차도 더욱 확대된 것이다.

금리 인하 이후 증시 상승세, 경기침체 신호 아냐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됨에 따라 다시 경기침체 가능성이 대두되자 일각에서는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 예측력이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 2년간 미국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듯이 팬데믹 이후 역사적 패턴이 깨져버렸다고 분석한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거나 혹은 역전이 해소된다고 해서 바로 경기침체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 데다, 실제 경제지표가 악화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경제 활동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하나의 지표만으로 경기를 예측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경제지표를 취사선택해서 살펴봐야지만 한두 개 지표가 예측력을 잃더라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장단기 금리차의 예측 능력이 떨어지면서 믿을 만한 경기선행지표를 찾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계의 자금 상황이 악화하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불황인 만큼 민간소비와 개인소비지출(PCE)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또 가계소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용률, 실업률 등의 경기선행지표로 예측력을 갖는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며 경기를 예측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경기선행지표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도 주목 받고 있다. 해고된 근로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실업수당 신청인 만큼 노동시장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해고 통지서를 받은 가계는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경제 전반 수요 변화를 측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역사상 최저 레벨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 7월 4.3%까지 올랐던 실업률도 9월에는 4.1%까지 내려갔다. 이에 시장에서는 제조업 경기 등 일부 지표가 안 좋긴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이 지나면 연착륙 쪽으로 완전히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산시장을 구성하는 한 축인 증권시장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는 뉴욕 증시의 상승장으로 이어졌고 기술주와 반도체가 여전히 상승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는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해 내수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지만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은 금리인하의 성격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했다. 예컨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보험용 인하의 경우 상승장으로 이어진 데 반해 경기침체가 가시화된 후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하락장이 나타났다. 아울러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주식 시장이 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침체의 정도가 약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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