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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올인'하는 소프트뱅크, 오픈AI에 최대 15억 달러 추가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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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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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전현직 직원 보유 스톡옵션 매각 허용
지난 10월에 이어 오픈AI에 대규모 추가 투자
日 소프트뱅크, 위워크 실패 후 'AI 투자' 선언

일본 소프트뱅크가 챗GPT 운영사인 오픈AI에 대규모의 추가 투자를 추진한다. 오픈AI의 전·현직 직원이 소유한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위워크 투자 실패 후 3년간 적자를 이어온 소프트뱅크는 최근 흑자 전환과 함께 인공지능(AI) 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AI 생태계 전반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 "초지능 AI 실현 평생 목표로 삼아"

2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소프트뱅크그룹에 직원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입찰 제안을 승인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최소 2년 이상 제한 주식(RSU)을 보유한 오픈AI의 전현직 직원은 해당 물량을 주당 210달러에 소프트뱅크에 팔 수 있게 됐다. 이 가격은 지난 10월 오픈AI가 66억 달러(약 9조2,7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평가받은 기업 가치 1,570억 달러(약 220조4,700억원)를 토대로 책정됐다. 매입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2'를 통해 이뤄진다. 비전펀드2는 한 달 전 오픈AI 자금 조달 과정에서 5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조건에 해당하는 모든 주식이 소프트뱅크에 매각될 경우 규모는 15억 달러(약 2조1,000억원)에 이른다. 다만 향후 기업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을 기대하는 일부 직원들이 주식 매각을 포기할 경우 최종 투자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입찰 제안은 오는 12월 24일 종료되며 직원들은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는다. 오픈AI는 이전에는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는 직원들을 회사가 결정하는 등 제한적인 접근을 취해 왔지만, 이번에는 전현직 직원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식 매입이 AI 산업에 대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자는 수년간 투자 실패가 있었지만 최근 재정적 기반을 회복하면서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오픈AI를 핵심 자산으로 삼아 AI 기술이 산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게 소프트뱅크 목표"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월 손 회장도 초지능 AI(ASI)의 실현을 평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힌 만큼 향후 AI 관련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정의 회장이 지난 10월 3일 소프트뱅크 월드 2024에서 초지능 AI(ASI)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사진=소프트뱅크그룹 유튜브

AI 칩 개발·데이터센터 등으로 사업 확장

AI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손 회장의 계획은 단순히 투자에만 그치지 않고 AI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술 변화에 맞춰 주력 사업을 전환해 온 손 회장이 이제는 AI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최대 10조 엔(약 93조5,000억원)의 투자가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의 핵심 구상 중 하나는 팹리스를 통한 AI 전용 반도체 개발로, 소프트뱅크는 90%의 지분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에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ARM의 AI 반도체는 내년 초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하고 같은 해 하반기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손 회장의 구상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2025년 AI 전용 반도체 개발·양산에 이어 2026년경에는 유럽·아시아·중동에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풍력과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시설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최강자 엔비디아와도 손을 잡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 내 통신사업부인 소프트뱅크 코퍼레이션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반도체를 탑재한 슈퍼컴퓨터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 슈퍼컴퓨터는 컴퓨터 프로세서와 이른바 AI 가속기 칩을 결합한 엔비디아의 DGX B200 제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두 기업은 또 향후 협력에서는 최첨단 버전인 그레이스 블랙웰 기반의 슈퍼컴퓨터도 만들 계획이다.

소프트뱅크, AI 투자 소식에 주식 상승세

다만 이 같은 소프트뱅크의 'AI 올인' 전략을 두고 시장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과거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가 버블에 직격타를 맞았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2000년대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을 자회사로 설립하고 회사 주식 37%를 보유했다. 한때 야후재팬의 주식 한 주가 1억 엔을 초과하기도 했지만 결국 2000년 인터넷 버블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급락했다. 같은 해 소프트뱅크는 주가가 20조 엔을 넘어서며 시가총액 2위에 올랐지만, 야후재팬 사태로 주가가 99% 정도 폭락해 시총이 2,800억 엔(약 2조6,200억원)까지 추락했다.

가장 최근 실패 사례로는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가 있다. 손 회장은 2019년 사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전펀드 자금 수십억 달러를 위워크에 투자했다. 손 회장의 투자 소식에 한때 위워크 기업 가치가 470억 달러(약 66조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위워크는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열풍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뉴저지 파산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위워크의 주식 거래가 중지되면서 손 회장은 주식에서만 115억 달러(약 16조1,500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와 별도로 위워크와 관련한 부채 22억 달러까지 안고 있어 총 137억 달러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동안 투자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손 회장은 지난 6월 "성공과 실패를 따지지 않고 다음 투자처를 찾겠다"며 AI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복귀했다. 당시 손 회장이 차기 투자처로 AI 산업을 낙점했다는 소식에 시장이 반응했다. 특히 AI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주식시장에서 관련주의 선전이 이어졌다. 소프트뱅크의 주가도 3년 만의 흑자 전환과 자회사인 ARM의 호실적 등에 힘입어 올해 들어 43% 상승했다. 지난 7월에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주가가 2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무 안정성도 AI 산업의 성장에 따른 호재로 거론된다. 순자산가치의 55%를 차지하는 ARM의 기업 가치 상승으로 소프트뱅크그룹의 순자산가치(NAV)는 올해 들어 2.4배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비전펀드 사업 실적이 바닥을 찍고 오르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전펀드의 올해 3월 기준(2023년 4월~2024년 3월) 투자 손익은 글로벌 주가 상승에 힘입어 7,243억 엔(약 6조7,700억원) 흑자를 기록,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전년도 적자 규모는 5조2,794억 엔(약 49조3,800억원) 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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