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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살린다” 정부·여당, 배드뱅크로 ‘일괄구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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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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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본격 협의 착수
기존엔 '신탁사기 피해' 국한
민간자금 조달이 관건 될 듯

3만 명에 달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별로 사기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돼 그 사이 피해자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별도의 배드뱅크를 만들면 일단 여기에서 일괄로 부실채권을 사들여 정리할 수 있다. 기존 채무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와는 별도 기구로, 당초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에 한정됐던 배드뱅크 구상이 전세사기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선순위 담보채권 현황 조사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국무조정실에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별도의 배드뱅크 설립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내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과 민주당 내 전세사기특위 위원이면서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염태영 의원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먼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가 전국 피해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담보채권 현황을 전수조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피해 주택에 얽힌 금융권 대출과 담보권 구조를 파악해야 배드뱅크가 이를 일괄 매입하거나 복잡한 권리관계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는 모델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이렇게 되면 LH가 신속히 주택을 사들여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피해자들은 계속 거주할 수 있다. 김남근 의원은 “지금처럼 LH가 경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한 건씩 매입하려면 피해자는 쫓겨나고 지역은 슬럼화된다”며 “(배드뱅크를 통해) 대출채권이 대부업체로 넘어가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채권 사들여 LH 넘기거나, 기관과 협약해 탕감∙조정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구상 중인 배드뱅크안은 크게 두 가지다. 배드뱅크가 부실채권을 직접 사들여 권리관계를 정리한 뒤 LH에 넘기는 방식과 금융기관의 협약을 통해 담보채권을 일정 비율 탕감·조정하는 ‘협약형 배드뱅크’ 모델이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배드뱅크를 통해 담보부 부실채권을 일괄 인수해 주택 소유권과 권리관계를 정리한 모델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금융기관·신탁사·LH가 건별로 협상해야 하는데, 배드뱅크가 담보채권을 일괄 정리하면 LH의 매입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금융사는 부실채권을 털고, 피해자는 공공임대에 그대로 살 수 있다. 또한 지금 구조에선 선순위 담보권을 가진 금융기관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신탁사까지 낀 신탁사기는 구조가 더 복잡해 해결이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파악한 1,203건의 신탁전세사기 피해 중 LH가 매입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이에 민주당은 그동안 당내 전세사기특별위원회를 통해 신탁사와 금융기관, LH를 하나하나 만나 명도소송 중단과 주택 매입을 요청해 왔다.

개별 협의로는 속도가 나지 않다 보니 배드뱅크 도입을 통한 일괄 해결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대상 역시 신탁사기뿐만 아니라 전체 전세사기로 확대됐다. 현재 파악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3만1,437명인데, 경매가 진행된 뒤에야 피해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피해가 계속 방치되면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재원은 정부예산·금융권 분담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앞서 채무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처럼 정부 예산과 은행 등 금융권 등이 부담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에는 자산과 이익 규모가 큰 은행권이 재원의 대부분을 부담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 연체채권의 상당 부분이 제2금융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방향이 선회됐다.

다만 업권별 분담 수준은 차등화될 전망이다. 은행권이 재원의 상당액을 부담하고, 2금융권은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에서 일부 출연하는 방식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실 여신 대부분이 2·3금융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그 비용까지 떠안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연체채권을 자체 상각하거나 매각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지속해 왔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업권별 부실채권 규모에 따라 분담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등으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아, 충분한 출연 여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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