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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쏟아지는 AI발 실업 경고, 美 기업 경영진 "사무직 절반 AI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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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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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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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 깨고 목소리 높이는 CEO들
 “채용 전 AI 대체 가능성부터 검토” 변화 움직임
미스트랄AI CEO "AI 맹신하면 비판적 사고력 약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 속에 미국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AI가 일자리를 대거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경고를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기존에는 ‘기술 진보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낙관론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이와 정반대의 비관론이 기업 수장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아마존·앤스로픽, AI에 따른 구조조정 언급

6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생성형 AI가 빠르게 도입돼서 앞으로 일부 업무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재시는 “모든 기술 혁신이 그렇듯 기술이 자동화하기 시작하는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시는 지난달 사내 메모에서도 아마존이 생성형 AI와 AI 기반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를 도입함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인력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결국 어디로 수렴할지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면서도 “기술을 통해 더 높은 효율성을 달성함에 따라 사무직 인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도 지난 5월 “향후 15년 안에 모든 초급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고 미국의 실업률은 10~20%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현실을 미화하지 말고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지난주 자사 소프트웨어 업무 중 30~50%를 AI가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쇼피파이,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직원들에게 일상 업무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쇼피파이의 토비 뤼트케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관리자들이 AI로 대체할 수 없는 업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대출업체 클라르나는 AI 투자와 자연스러운 인력 이탈로 직원 수가 약 40% 줄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경영진도 비슷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최근 아스펜 아이디어스 페스티벌에서 “AI는 미국 내 사무직 근로자의 절반을 사실상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AI가 수많은 사무직 인력을 뒤처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팔리의 주장이 지금까지 나온 발언 중 가장 직설적이라고 평가했다.

AI 진짜 위협은 해고 아닌 ‘역량 상실’

이처럼 전 세계 기술 기업들이 AI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규모 화이트칼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의 공동창립자 겸 CEO 아르튀르 망쉬(Arthur Mensch)는 이 같은 논의의 본질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가 우려하는 진짜 위협은 ‘해고’가 아닌,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간 지능의 은밀한 침식, 즉 ‘역량 상실(capability erosion)’이다.

망쉬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테크 컨퍼런스 '비바테크(Viva Technology)'에 참석해 “AI의 가장 큰 위험은 일자리 손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와 정보 종합 능력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은 AI 시스템에 판단을 위임하면서 점차 지적으로 수동적인 존재가 될 위험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AI의 노동시장 대체 가능성을 경고한 다른 전문가들의 전망과 상반된다. 망쉬는 오히려 AI가 화이트칼라 직종을 ‘재편’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감정적 소통이나 인간 간의 맥락 이해가 중요한 관계 중심 업무(relational work)는 오히려 더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 반복 작업이 자동화되더라도 인간 고유의 판단력과 공감 능력이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루칼라 직군, AI 대체 불가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은 부익부 빈익빈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요소로도 지목된다.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대기업 등에 사무직으로 입사한 ‘넥타이 부대’들이 생산직·서비스직 노동자들에 비해 안정되고 벌이가 낫다는 게 오래된 통념이지만, AI의 등장으로 이런 추세가 뒤집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저숙련 단순 노동자들이 아닌 대기업 관리직이나 사무직 종사자들이 먼저 해고 광풍을 맞고 있는 형세다. 반면 이발사, 정비공, 피부관리사 등 블루칼라 직군들은 안전한 직군에 속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식당 요리사와 패스트푸드 음식점 종업원, 화물 운송 등 1년에 3만2,000 달러(약 4,38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블루칼라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화이트칼라 직종의 진입 장벽 역할을 했던 ‘대학교 졸업장’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대학에 4년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고등학교 졸업 이후 취업 시장에 곧장 뛰어드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16∼24세 연령층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0.1%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66.2%, 2022년 62%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싱크탱크 ‘어번 인스티튜트’의 경제학자 로버트 레먼은 “2023년 현재 대학에는 1,500만 명의 학부생이 등록돼 있고 기업은 약 80만 명의 견습생을 고용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대학 등록은 약 15% 감소한 반면 견습생 수는 5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갤럽에 의하면 지난해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전체 설문조사 응답자의 36%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대학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미국인들이 70%에 달했는데, 불과 10년 만에 생각이 크게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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