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美, 우주 포함한 '골든돔' 방어망 공식화 獨 주도 ESSI, 2030년까지 단계적 배치 佛 "美 의존 말고 유럽 시스템 구축해야"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 적대국의 최첨단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지상과 영공, 우주를 아우르는 방공망 구축에 나선 가운데, 유럽도 독일 주도로 통합 영공 방어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유럽 외부 무기 시스템 도입 대신 자체 무기 개발을 고집하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어, 유럽 안보 공조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브 CEO "유럽도 골든돔 방어 체계 필요해"
7일(현지 시각) 미카엘 요한슨 사브(Saab) 최고경영자(CEO) 겸 유럽 항공우주·보안·방위 산업 협회(ASD) 회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창한 미사일 방어 체계, 이른바 '골든돔(Golden Dome)'과 관련해 유럽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든돔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것이야말로 사브뿐만 아니라 ASD 차원에서도 추진해야 할 핵심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ASD는 유럽 21개국 4,000개 이상 방위업체를 대표하는 협력기구로, 요한슨 CEO는 지난 5월 회장직에 취임했다.
요한슨 CEO는 이날 "산업계와 국가가 함께 모여 단거리·중거리·장거리 능력을 갖춘 통합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유럽은 적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 통합된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갖추지 못해 반드시 이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진 중인 유럽 스카이쉴드 이니셔티브(European Sky Shield Initiative·ESSI)'는 진행이 너무 더디다고 지적했다. ESSI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발족한 유럽 내 방공 협의체로 독일, 영국, 폴란드 등 유럽 2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ESSI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은 연내 유럽 영공 방어를 위한 초기 시스템을 정립하고, 2030년까지 3단계 다층 방공 체계를 구축해 주요 지역에 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애로우(Arrow)-3, 미국 레이시온(RTX)의 패트리어트 시스템 등 주요국의 핵심 방어 체계들을 들여오고 있다. ESSI 참여국 중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제외하면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이라 향후 NATO의 통합방공미사일방어체계(IAMD)와 함께 움직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ESSI 동참을 거부하며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 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ESSI가 유럽 전체의 영공 방어 체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미참여국과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밖에서 제조된 무기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며 미국 중심의 안보 질서를 경계해 왔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한 대공 방어용 미사일 아스터(ASTER) 미사일을 공개하며, ESSI에 해당 미사일 시스템을 주력 방어 수단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美 골든돔 구축에 20년간 5,420억 달러 투입
유럽과 달리 미국은 광범위한 글로벌 방어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백악관은 본토는 물론 우주 공간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방어 체계인 '골든돔'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참석한 미 의회 연설에서 "이란·중국·북한·러시아 등 적대국들이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그리고 극초음속 무기 등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미국의 이익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상·해상·우주 전역에 미사일 탐지 및 요격 시스템을 배치해 외부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골든돔의 핵심은 수천 기의 소형 인공위성을 활용한 우주 기반 요격 체계로 패트리어트, 사드(THAAD), GMD 등 기존의 지상·해상 방어 체계와 통합해 운영될 계획이다. 해당 시스템은 미사일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부터 실시간 추적과 요격이 가능하며,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신형 무기까지 방어할 수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는 향후 20년간 최대 5,42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9년까지 골든돔의 전면 운용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실전에서 검증된 ‘아이언돔(Iron Dome)’ 방어 체계를 운용 중이다. 아이언돔은 단거리 로켓과 포탄을 자동으로 탐지해 요격하는 방어 체계로, 지난 2011년 전면 배치 이후, 하마스 등 무장세력의 로켓 공격에 대해 90% 이상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 미국의 골든돔이 우주 기반 장거리·다층 방어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아이언돔은 지상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을 활용해 도시와 중요 시설을 보호하는 데 특화돼 있으며 단거리 위협에 대한 신속 대응에 강점을 갖고 있다.
북·중·러 "우주를 무력 충돌 장소로 변질시켜"
한편, 미국, 유럽 등 서방의 방공망 구축 계획에 대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5월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러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주 공간이 무기 배치와 무력 충돌의 장소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골든돔 등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망으로 인해 자국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대응 조치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도 "우주를 핵전쟁의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라며 골든돔 계획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골든돔 프로젝트가 강대국 간 군비 경쟁을 부추켜 서방 동맹국들을 더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벨 포드비그 유엔군축연구소(UNIDIR) 수석 연구원은 "미사일 방어라는 신기루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지만, 실제로는 모든 국가가 수백, 수천발의 미사일을 만들도록 몰아가면서 서방과 중·러 등 적대국 모두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도록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의 미사일 방어 체계도 자국을 겨냥해 발사되는 미사일의 85%를 막아내는 게 한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최첨단 미사일과 우주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골든돔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미국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서 한발 뒤처져 있다"며 "중국은 이미 4년 잔에 시속 1만5,000마일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목표물을 타격하는 미사일을 시험했다"고 짚었다. 앤서니 매스털러 미 인도태평양우주군 사령관도 "최근 중국 위성이 지구 궤도에서 공격적인 기동을 펼쳤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을 상대로 도전을 준비 중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