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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국경 대치 완화하고 ‘순찰 정상화’ 양국 ‘전략, 경제, 외교적 이익’에 부합한 조치로 평가 국경 분쟁 완전 종식과는 “거리 멀어”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수년에 걸친 분쟁과 군사적 대치 끝에 중국과 인도가 양국의 국경 순찰을 2020년 이전과 동일한 상태로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본 합의는 분쟁 상황을 안정화하고 긴장을 해소해 양국의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양국이 대치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본적인 국경 분쟁이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인도, 4년간 국경 대치 끝내고 병력 철수 완료
중국과 인도가 국경을 사이에 두고 4년간 지속된 사실상의 전쟁 상황 끝에 2020년 이전 상태로 돌아가 국경 순찰을 재개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양국의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필요에 의해 체결된 본 합의는 분쟁 자체의 종결과 거리가 먼 ‘미봉책’에 불과하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높고 견고한 ‘구조적 장벽’(structural fault lines)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중국-인도 국경에서 양국 군대가 충돌해 최소한 20명의 인도 병사와 4명의 중국 병사가 사망하는 갈완 계곡(Galwan Valley) 분쟁 발생 이후 중국-인도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사태 발생 이후 양국은 분쟁 지역에 수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외교적 노력에도 긴장은 가라앉지 않았고 경제 관계 역시 앞을 볼 수 없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지난 10월 21일은 갈완 사태 이후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 온 중국-인도 관계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당일 인도 정부가 양국이 국경 순찰을 대치 이전으로 되돌리는 데 합의했다고 밝힌 이후 분쟁 지역인 뎁상(Depsang)과 뎀촉(Demchok)에서 병력 철수를 시작해 10월 말에 종료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양국 ‘전략, 경제, 외교적 이해관계’ 충족에 도움
양국의 합의는 4년간 지속된 군사적 대치를 종료하는 것으로 전략적, 외교적, 경제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먼저 인도 입장에서는 정부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맹국 다변화’의 일환이다. 갈완 사태 이후 인도는 미국 중심 우방국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중국과의 관계 복원은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해 ‘전략적 자주성’(strategic autonomy)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인도 정부는 갈완 사태 이후 악화한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할 필요성을 느껴 왔고 국경 분쟁 종식은 이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외교 측면에서 보면 인도와 서방 국가들의 관계는 인도 정부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크교도(Sikhs)들을 암살하거나 시도했다는 혐의가 제기되면서 긴장 상태에 돌입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외교적 위상을 강화해 서방 국가들의 압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합의는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목적에 부합한다. 무엇보다 인도가 미국 편으로 넘어가 양국이 주도하는 반 중국 연대(anti-Chinese coalition)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14억 5천만 인구가 있는 인도 시장으로의 점진적 진입을 지속하거나 가속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유지했다. 중미, 중-EU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외교적 입장에서도 국경 순찰 합의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창설돼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로 확장된 국가 연합) 내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브릭스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로 성장시키고 나아가 ‘다극 체제’(multipolarity, 미국 독주의 글로벌 정치 체제에 대응하는 개념)와 ‘글로벌 경제 민주화’의 기수로 만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도와의 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경 분쟁 종식 차원에서는 ‘미봉책’
여기서 중요하게 지적돼야 하는 점은 이번 협약이 양국의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목적에 부합하는 점은 분명하나, 정작 국경 분쟁 종식이라는 본연의 목적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는 사실이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두 지점에서 군대를 철수한 것으로 국경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분쟁 가능성을 온전히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협약은 분쟁 종식의 완결이 아닌 ‘선결 조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국경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돌입한다 해도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장벽’ 때문에 영구적인 분쟁 해결은 더욱 어렵다. 두 강대국이 국경에 배치한 군사력과 군사 시설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의 주도권이 충돌할 때마다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이 당장의 효과보다는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인 개선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따라서 양국 지도자들이 연속된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신뢰 회복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양국 평화 유지에는 별도의 조치들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협약은 양국의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이해관계를 위한 것으로 국경 분쟁 해결 차원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다니엘 발라즈(Daniel Balazs) 난양 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India pact a borderline solu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