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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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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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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두 자릿수 성장
데이터센터 확대로 AI 반도체 칩 수요 급증
GPU·HBM 등 품귀 현상, 당분간 지속될 듯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 출현 이후, AI 데이터센터의 확장 흐름 속에 AI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대한 글로벌 투자를 견인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동 자본 유입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두 자릿수 성장

14일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카우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582억원을 기록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가 추산한 2024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어난 6,269억 달러로 두 자릿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AI 기술 확산에 따른 AI 반도체 칩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이 AI 칩의 매출을 견인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엔비디아의 매출은 AI 칩을 주력으로 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을 중심으로 93.6%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 시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308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AI 가속기와 같은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H200 시리즈의 매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4분기에는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의 생산·출하분이 반영돼 또 한번의 호실적이 기대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9년 GPU 시장은 현재 대비 4배 규모인 2,700억 달러로 성장하고 HBM 시장도 2030년 매출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3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025년 HBM 물량이 완판돼 2026년 물량을 선주문받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AI 칩 수요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올해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장비 분야도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시장 변화에 주목한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1위 ASML은 지난 10일 발표한 '2024 투자자 데이'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4개 핵심 동력 중 첫 번째로 'AI 서버 시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챗GPT 등 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반도체와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했다"며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2030년까지 3,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S, 상반기 데이터센터에 800억 달러 투자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올해 반도체 시장이 새로운 도약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단행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MS는 상반기 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8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는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외에도 아마존, 구글, 메타 등이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다막 그룹을 필두로 한 중동 자본의 투입이 두드러진다. 지난 7일 다막 그룹 자회사 다막부동산의 후사인 사지와니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데이터센터 건립에 최소 200억 달러(약 29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해 9월 AI 인프라 태스크포스를 설립해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한 대출, 보조금, 세액 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막 그룹 등 중동 기업이 투자를 늘리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투자 지역도 이미 데이터센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싱가포르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점차 다변화하고 있다. 미쓰비시 UFJ 리서치 앤 컨설팅은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데이터센터 용량이 향후 5년간 연평균 3~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막 그룹은 지난해 말, 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시암 AI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데이터센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다막 캐피털은 지난 13일 향후 3~5년간 총 30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데이터센터를 건설·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까지 태국 방콕에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이후에도 태국에 2개의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도 토지를 매입하고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태국 방콕의 다막 그룹 데이터센터 조감도/출처=다막 그룹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벗어나 새 먹거리 주목=

이러한 흐름 속에 엔비디아는 AI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 2025에서 공개한 비전은 'AI 생태계 확장'으로 압축된다. 그동안 AI 시장은 추론과 연산을 담당하는 서버, 즉 AI 데이터센터가 주도했지만, 이를 데이터센터 밖으로 끌어내 개인의 일상과 물리적 공간으로 AI 기술을 통합·확장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날 황 CEO는 미래 먹거리로 챗GPT와 같은 언어모델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실체를 가진 AI를 강조했다. 올해 CES에서 엔비디아 측이 공개한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와 로봇 및 자율주행을 위한 AI 플랫폼 '코스모스', 로봇 제어를 위한 AI 모델 '아이작 GR00T 블루 프린트' 등은 엔비디아의 새로운 전략을 실행한 핵심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 외 사업 부문에서도 AI 가속기 판매를 촉진해 엔비디아에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프로젝트 디지트에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AI 가속기 블랙웰 슈퍼칩이 탑재돼 고성능 컴퓨팅을 물리적 AI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회사의 비전을 뒷받침한다. 특히 로봇 경우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센서를 통해 이미지·영상 등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야하는만큼 AI 가속기가 필수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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