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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6월 FOMC서 금리 4.25~4.50%로 유지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에도 동결 선택해 관세發 인플레이션 우려한 결정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차례 연속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차례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종용했음에도 불구, 3회 연속 동결을 택하며 관망세를 유지한 것이다.
'관망세' 유지하는 연준
7일(현지시각)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4.25∼4.50%로 유지했다. 이날 결정은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파월 의장은 FOMC 종료 이후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써는 인플레이션을 더 우려해야 할지, 경기 둔화를 걱정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고 인내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출 축소, 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정책 영향에 대해 점점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연준은 과거처럼 경기 둔화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팬데믹 이후 남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연준에 금리 인하 종용
시장은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서도 금리 동결을 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해 왔다.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인해 물가 상승·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7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유가가 내려가고 금리가 내려가며(느리게 움직이는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 식품 가격이 내려간다"며 "인플레이션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 동결을 고수하는 파월 의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내가 그(파월 의장)를 해임하길 원한다면 정말 빠르게 그만두게 할 것"이라며 "그에게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글에서도 "파월은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오래전에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거듭 금리 인하 압박을 가했다.
이후 같은 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물가가 예상대로 잘 잡히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연준 의장이자 '대실패자'(a major loser)인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가 지금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고 재차 적었다. 통화 정책을 두고 장기간 관망세를 유지해 온 연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美 인플레이션 '아슬아슬'
연준이 노골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달 FOMC 회의 이후 발표된 정책 결정문에는 경제 전망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더욱(further) 확대됐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가 증가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파월 의장도 FOMC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큰 폭의 관세 인상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세 둔화, 실업률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물가 목표치(2.0%)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미국 경제분석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3월 미국의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PCE는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주요하게 참고하는 물가 지표이며, 그 중 핵심 PCE 물가 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측정한 수치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2025년 말 3.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3.5%)보다 약 0.3%p 높은 수치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로니 워커(Ronnie Walker)와 엘시 펭(Elsie Peng)은 보고서에서 약달러 현상으로 인해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율이 미국의 수입 수요를 관세율이 낮은 국가들로 이전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