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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내연기관에 600억 유로 베팅” 전기차 역량 부족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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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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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전기차 전환 잠시 멈춤” 선언
중국산 등 삼중 압박, 방향 선회
기술력·배터리·SW 내재화 미비
사진=폭스바겐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이 600억 유로를 투입해 내연기관차 개발에 다시 나서면서 전기차 전환 전략을 사실상 철회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 보조금 축소, 중국 전기차 공습 등 삼중 압박에 독일 완성차 업계가 시름하는 가운데 배터리·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 내재화에 실패한 폭스바겐으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이는 단순한 속도 조절이 아닌, 자동차 산업 전체의 구조적 역량 한계를 드러낸 신호로 해석된다.

주력 브랜드 차세대 내연기관 모델 재정비

26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자동차의 미래’ 행사에 참석해 “미래는 전기차를 가리키고 있지만, 아직 과거는 끝나지 않았다”며 “폭스바겐그룹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계속 만들기 위해 최소 600억 유로(약 93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우디, 스코다 등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 대부분이 기존 모델의 차세대 내연기관 버전을 준비 중이며, 이미 일부는 개발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일찌감치 예견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폭스바겐은 이미 2023년 말부터 전기차 관련 신차 계획을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고급 모델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에 착수해 왔다. 당시 시장에서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고, 여기에 실제 판매 부진과 기술 지연이 맞물리면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했던 탓이다.

폭스바겐 이번 투자 계획을 밝히며 적극적인 차세대 내연기관차 개발을 예고했다. 고효율 저탄소 엔진, 친환경 연료 기반 파워트레인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며, 유럽 내 CO₂ 규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이는 ‘내연기관차=퇴출’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서 내연기관의 재해석을 시도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유럽 내 완성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금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에 다시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국산 전기차 시장 잠식, 유럽 업체들은 수익성 확보 시급

이 같은 과제는 비단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내 에너지 가격 급등,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중국 저가 전기차의 세력 확장이라는 삼중 악재가 독일 완성차 업계를 강타한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전역의 산업용 전기료가 치솟으면서 전기차 생산 단가가 급등했고, 이는 고급차 중심의 독일 자동차 산업에 치명적인 가격 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

여기에 유럽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까지 줄줄이 축소 또는 종료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유인도 약해지는 모습이다. 독일 역시 2023년 말부터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대폭 줄였고, 이는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의 전기차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수요 위축과 재고 부담이 커진 자동차업체들이 다시 내연기관 중심의 수익성 회복 전략을 꺼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가장 강력한 변수는 단연 중국이었다. 비야디(BYD), 샤오펑, 지리그룹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유럽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독일 기업들은 전례 없는 경쟁 압력에 직면했다. 독일 소비자들조차 “더 싸고 빠르게 나오는 전기차는 전부 중국산”이라며 중국 브랜드를 선택하기 시작했고, 이 같은 현상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변국으로도 확산 중이다. 독일 기업들이 더 이상 자동차 시장 내 선도자 위치에 있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전기차 전환, ‘의지’보다 ‘역량’의 문제

이 같은 독일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실패를 두고 업계는 단순한 전략 수정을 넘어 ‘역량 부족이 만든 구조적 후퇴’라는 평가를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여건 변화나 정책 지원 축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환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인프라의 내재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 예는 배터리로, 독일이 개발한 배터리 셀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에너지 밀도와 효율, 가격경쟁력 등 대부분 측면에서 크게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현저히 낮은 소프트웨어(SW) 역량도 독일의 전기차 전환을 가로막았다. 통상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정교한 SW 설계와 차량 운영 체계를 필요로 하는데,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여전히 기계공학 중심의 생산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자체 전장 SW 개발 프로젝트에 연이어 실패하며 수차례 출시 지연을 겪었고,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기능을 메웠다. 이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이 단순한 선언으로만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충전 인프라 부족 역시 전기차 전환에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전기차가 일상적인 이동 수단이 되기에는 물리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전환을 강행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게 현지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상용차나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모델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폭스바겐의 내연기관 전략 회귀를 두고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할 수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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