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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반도체 강자 美 울프스피드, 中 공세에 ‘파산’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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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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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원판 세계 1위
전기차 캐즘·경쟁 격화에 “존속 능력 의심”
中 울프스피드 자산·기술 흡수 가능성↑ 
울프스피드의 실리콘카바이드 200㎜ 웨이퍼(반도체 원판)/사진=울프스피드

미국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 제조사인 울프스피드(Wolfspeed)가 파산 신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 격화와 미국 내 관세 불확실성에 직면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력반도체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던 울프스피드가 몰락 위기에 처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불가피해졌다.

채권 구조조정 교착으로 '파산 위기'

28일 전력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울프스피드는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회사가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그 능력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자체적으로 경영난을 극복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1987년 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설립된 울프스피드는 기존 실리콘(Si)보다 고열·고전압 환경에 강한 SiC를 활용해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만든 시장 선두 업체다. SiC 웨이퍼는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용 전력반도체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등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울프스피드는 전력반도체 시장이 핑크빛 전망으로 가득했던 2020년대 초 전력반도체 제조 시설에 선제 투자했다. 2019년 12억 달러(약 1조6,500억원)를 투자해 뉴욕주에 모호크 밸리 팹을 건립했고, 2022년에는 50억 달러(약 6조8,500억원) 규모의 노스캐롤라이나주 JP(John Palmour) 팹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모호크 밸리 팹은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화 차세대 200㎜(8인치) 전력반도체 공장이며, JP팹은 세계 최대 규모 200mm SiC 웨이퍼 생산 시설이 됐다. 당초 울프스피드의 목적은 SiC 반도체의 수직 통합 생산 체계 구축이었다.

中 기업과 경쟁 격화 및 전기차 부진 영향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전력반도체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전폭적으로 투자한 울프스피드가 가장 먼저 위기를 맞았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가 예상보다 안 팔리자 고전압 전기차 시스템 전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차세대 부품 조달을 미루는 추세다. 이에 울프스피드의 재정은 급격히 나빠졌다. 울프스피드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약속받은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보조금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를 마지막 동아줄로 여겨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이마저도 지급이 불투명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중국 제조업체와의 경쟁 격화도 울프스피드를 위기로 내몰았다. 중국은 SiC 소재와 웨이퍼 국산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과 생산 라인 투자에 적극 나섰고, 그 결과 중국 SiC 제조사들은 낮은 가격과 빠른 납기를 앞세워 기존 강자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SiC 웨이퍼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SiC 웨이퍼 제조기업의 매출 순위에서 중국 기업은 2위(Tankeblue), 4위(SICC), 6위(semiSiC)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2022년만 해도 매출 순위가 그리 높지 않았으나, 1년 만에 급격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SICC의 경우 매출이 804%나 증가하면서 기술력과 시장성 측면에서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세계 1위 전력반도체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 등에 SiC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울프스피드가 선도하던 기술 격차도 전보다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SK실트론 연구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사진=SK실트론

SK실트론, 매각 작업 돌입

국내 업계 상황도 다르지 않다. SiC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며 주목을 받았던 SK실트론도 경영난을 겪으며 결국 SK그룹에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이달 한앤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베인캐피탈 등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 실사 및 내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라 있다. SK는 2017년 LG그룹이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와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19.6%를 총 7,900억원 안팎에 인수했다. 나머지 29.4%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들였다. SK실트론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165.8%다. 구미 신공장 투자 부담 등이 차입 규모가 늘어난 점이 부채로 반영된 결과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 100% 이하가 재무 건전성의 기준으로 여겨지며 150~200%를 넘어서면 재무 위험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 등 글로벌 전력반도체 기업의 위기가 중국 SiC 산업에 도약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산과 매각이 확정될 경우 이들 회사가 보유한 핵심 특허나 SiC 제조 기술, 연구개발(R&D) 인력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 입장에선 그야말로 기술적 ‘퀀텀 점프’를 이룰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만에 하나 이들이 울프스피드의 핵심 자산을 인수하게 된다면 단숨에 선두 그룹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글로벌 SiC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결정적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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