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 중국, 배터리 밸류체인 마지막 고리까지 장악
Picture

Member for

7 months 1 week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원재료 수입 줄이고 내부 순환 체제 전환
환경 기준·수입 규정 통해 시장 룰 선점
인프라 구축 및 규모의 경제로 경쟁국 압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내 지배력을 키운 중국이 배터리 밸류체인의 마지막 고리까지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의 규범 제정과 막대한 보조금 투입으로 공급망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가격과 인프라 문제로 중국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기 효율성을 추구하는 전략이 장기적 산업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자원 확보와 기술 보호를 위한 새로운 대응 전략 또한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공급망 통제력 강화하며 원료 독립 → 패권 확장 구도

2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시장조사기관 로모션(Rho Mo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23년을 기점으로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능력의 80% 이상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로모션은 올해 중국이 세계 배터리 전처리 용량의 78%(360만 미터톤), 블랙매스 정제 용량의 89%(250만 미터톤)를 담당하리라 내다봤다.

중국이 이 같은 성장세와 함께 해마다 수백만 톤의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게 로모션의 진단이다. 보고서에서 로모션은 “중국은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거부터 분해·정제·재공급까지 전 주기에 걸친 체계를 갖췄다”며 “이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재정제를 통해 자국의 원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 내 장악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폐배터리까지 통제권을 확장한 중국의 전략은 ‘원료 독립’이라는 기술적 목표를 넘어 공급망 패권 등 경제안보 의제로도 확장되는 양상이다. 1차 생산에서만 중국이 강세인 줄 알았던 배터리 시장이 사실상 폐배터리 회수와 리사이클링 단계까지 연장되면서 세계 각국이 배터리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중국 내 주요 재활용 기업들은 일찌감치 리튬이온 배터리 수명을 예측해 수거 주기를 설정하고, 지역 단위의 회수·재공급 루트를 구축하는 중이다.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전기차 수요 증가와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탠다. 중국 내 주요 재활용 기업들은 일찌감치 리튬이온 배터리 수명을 예측해 수거 주기를 설정하고, 도시광산 개념을 적용해 지역 단위의 회수·재공급 루트를 구성하는 단계에 있다. 이는 자원빈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을 비롯해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국가들에게 심각한 전략적 도전 과제로 지목된다.

“적자라도 밀어붙인다” 중국식 산업 전략

중국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데는 전형적인 ‘중국식 산업 육성 방식’도 한몫을 했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대규모 보조금, 규제 선점 전략이 결합하며 산업 구조 자체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기술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단가 대비 투자 부담이 큰 분야로 꼽힌다. 실제로 2023년 한 해에만 중국 내 재활용 기업 약 7,000곳이 문을 닫았고, 전체 기업의 80% 이상이 적자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마저도 ‘장기적 기술 확보와 ‘공급망 지배력 확대’의 관점에서 감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이 노린 것은 시장 규범의 선점이다. 지난해 중국은 리튬이온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물 수입에 관한 자체 규정을 제정하며 자국 기준에 따라 글로벌 시장 룰을 만드는 첫걸음을 뗐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 경쟁사들에 기술 장벽으로 작용해 중국 기업이 표준화된 규정하에서 재정제된 원료를 독점 공급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규범은 선점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전략은 효율성과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지만, 초기 단계 시장에서 국가 차원의 밀어붙이기로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특히 재활용 분야는 전통적 제조업보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만큼 정책 드라이브에 따라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다만 중국 내 대다수 재활용 기업이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만큼 행정 주도의 배분과 운영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SK에코플랜트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SK테스’ 네덜란드 로테르담 전처리 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 중이다/사진=SK에코플랜트

재활용 밸류체인 외주화, 장기적 리스크 우려 커져

중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장악력이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중국으로의 회귀를 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말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하며 사실상 중국 내 밸류체인에 편입되는 방식을 택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 역시 중국 1위 배터리용 전구체 생산기업인 CNGR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비슷한 전략을 택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비 절감 차원을 넘어선 ‘시장 구조 문제’ 때문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회수→분해→재정제→재공급까지 수많은 공정을 요구하는 고비용 구조다. 이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처리하려면, 인프라 투자에만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회수 체계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전기차 판매량과 배터리 생산량, 재활용 인프라 등 전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으며, 정부의 인허가 절차도 빠르고 유연하다. 한국 기업들로선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각에선 이런 선택이 장기적으로 ‘산업 종속’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은 효율성을 명분으로 다수 기업이 중국 현지 공장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는 머지않아 기술·공급·규범까지 중국에 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핵심 공정은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밸류체인의 마지막 고리까지 중국에 외주화되는 상황은 국가적 전략 측면에서 불리한 입장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Picture

Member for

7 months 1 week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