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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줄 알았던 DDR4의 존재감, 기업은 ‘웃고’ 시장은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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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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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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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이슈·공급 축소에 DDR4 품귀 현상
기업엔 낸드·HBM 의존도 낮추는 효과
기술 전환 속단이 불러온 ‘리스크’
SK하이닉스의 3세대 10나노급(1z) DDR4 D램/사진=SK하이닉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메모리 가격이 신형인 DDR5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기현상이 벌어져 눈길을 끈다. DDR5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 메모리 제조사들이 공급을 빠르게 줄이는 사이, 여전히 남아 있던 구형 모델 수요가 공급 부족과 맞물리며 단기적 가격 역전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DDR4의 퇴장을 너무 서둘렀다는 지적과 함께 구형 제품이라도 일정 기간 유효 수요가 유지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DDR5 전환기 속 한시적 ‘수급 왜곡’ 발생

2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서버용 DDR4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8~23%, PC용은 13~18%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후 3분기에는 서버용 최대 13%, PC용 최대 23%의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이달 초 DDR4(16Gb·2Gx8) 현물 거래가격은 6.14달러로 DDR5(5.782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차세대 모델인 DDR5가 2020년부터 보급되면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DDR4의 가격 상승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수요 급증보다는 공급의 과도한 축소에서 찾았다. DDR5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 글로벌 제조사들이 DDR4 생산을 빠르게 축소했고, 여기에 관세 이슈와 시장의 재고 확보 심리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반등했단 지적이다. 이처럼 전환기에 발생하는 수급 왜곡은 겉으로 보기에는 ‘구형 제품의 부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너무 빠른 구조 조정이 불러온 착시 효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외부 요인도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DDR4의 저가형 범주는 일찌감치 중국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온 영역으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움직임이 가격 반등을 부추겼단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라는 전형적인 상황이 만들어졌고,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발생할 정도로 가격 왜곡이 본격화한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관측이 일치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과거 DDR4 전환 당시의 사례를 들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DDR3 가격이 일시적으로 DDR4를 초과한 적이 있다”며 “이러한 가격 반전 현상은 약 2개월간 유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DR4의 경우 관세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선행 수요가 더해지면서 DDR5와의 가격 격차를 다소 크게 벌렸지만, 과거 사례를 참고할 때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짚었다.

가격 역전에 삼성·SK 실적 기대감 ‘솔솔’

이런 가운데 DDR4 가격 급등은 실적 회복세에 접어든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 의외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D램 시장의 70% 상당을 장악한 두 회사는 최근 고부가 제품 위주로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DDR4 생산은 유지해 왔다. 이들 업체가 단순한 공급자를 넘어 시장 가격을 주도하는 가격 결정자로의 위치를 다시금 확보하게 됐다는 의미다. 한동안 구형 메모리로 분류돼 시장 관심에서 멀어졌던 DDR4가 공급 부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깜짝 변수’가 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나 DDR5처럼 기술집약적 제품이 수익의 중심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지만, DDR4 가격 상승이 보완재 역할을 하면서 수익 포트폴리오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D램 매출에서 DDR4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까지도 적지 않았던 만큼 가격 반등은 분명한 수익 기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10나노급(1z) 공정 기반의 8Gb(기가비트) LP DDR4 생산을 중단하며 DDR4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서버용과 일부 PC용 라인업은 생산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기준 D램 가운데 DDR4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로, 이를 올해 약 2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앞서간 ‘종료 선언’이 불안정한 과도기 자초

이 같은 변화는 DDR4가 사실상 시장에서 퇴장 수순을 밟는 제품으로 간주됐던 올해 초와 비교해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당시만 해도 DDR4는 구조상 대역폭 확장이나 전력 효율 측면에서 이미 한계에 도달한 제품으로 평가받았고, 수익성 면에서도 구형이라는 이유로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기업들 역시 미래 지향적 전략 차원에서 DDR4 관련 생산라인을 정리하거나 HBM·DDR5용 공정으로 재배치하는 움직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번 가격 반등을 계기로, DDR4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다소 성급했을 수 있다는 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산업용 장비, 보급형 PC, 일부 서버 시장 등에서는 여전히 DDR4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 DDR5로의 전환이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모든 수요처가 같은 속도로 기술을 흡수하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품 호환성과 예산 제약에 민감한 영역에서는 안정성이 입증된 DDR4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너무 일찍 ‘퇴장’을 선언했고, 공급자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는 기술의 이동이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DDR4는 분명 과거의 제품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수요와 수익 가능성을 갖춘 현실적인 자산”이라며 “지나치게 앞서간 ‘종료 선언’이 오히려 불안정한 과도기를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수요 기반이 남아 있는 제품군을 시장의 막연한 기대만으로 정리하는 것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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