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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 회복 “배후 중국 자본 존재감 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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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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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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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시, 상반기 135억 弗 조달
나스닥·뉴욕거래소 제치고 1위
해외 자본 유치·규제 유연 부각

홍콩이 수년간 지속된 하락 추세를 끝내고 아시아 최대 금융 허브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홍콩거래소가 규정을 변경해 기업들의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고 효율적인 상장 절차 지원에 나서면서 투자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라는 거대 배후 자본을 두고 있다는 점도 홍콩이라는 거점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지정학적 긴장 등 불확실성으로 주춤하던 홍콩이 중국 기업의 대규모 상장 행렬에 힘입어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미국식 기밀 제출 규칙 도입, IPO 유치 활황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 비렌테크놀로지(Biren Technology)는 최근 홍콩거래소(HKEX)에 비공개 상장을 신청했다. 비렌테크놀로지는 2019년 중국 인공지능(AI) 대표 기업인 센스타임의 장원 총재가 창업한 회사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에 특화해 중국 내 엔비디아의 유력한 경쟁사로 불리는 곳이다. AI GPU와 반도체 설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미국의 수출 규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분야로 꼽힌다.

통상 상장 계획과 재무 현황을 조기에 공개할 경우 경쟁사나 해외 규제 당국에 회사의 전략과 매출 전망, 고객 네트워크를 노출할 위험이 있다. 홍콩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지난 5월 적자 상태의 기술·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비공개 상장 신청 옵션을 도입했다. 기업이 상장 계획을 공개하기 전에 재무 및 운영 정보를 거래소와 규제 당국에 제출해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중국판 ‘챗GPT’를 만드는 AI 스타트업 미니맥스도 지난달 중순 홍콩거래소에 상장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회사 엔플레임테크놀로지와 AI 기업 즈푸 역시 홍콩거래소에 비공개 상장 신청을 앞두고 있다. FT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홍콩 시장에 상장을 신청한 기업 수는 43곳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조달한 자금 규모는 총 135억9,000만 달러(약 19조원)로 지난해 연간 총액인 112억2,884만 달러(약 15조7,000억원)를 이미 넘어선 것은 물론, 나스닥(88억5,000만 달러)과 뉴욕증권거래소(75억2,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CATL 등 中 기업, '2차 상장' 통해 달러 자금 확보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는 중국 본토 기업의 홍콩 상장을 장려하는 이니셔티브와 간소화된 IPO 절차, 안정적인 시장 가치 평가, 유동성 개선, 자본 흡수 능력 강화 등이 홍콩 IPO 시장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기밀 서류 제출이 거시경제적,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 민감한 부문으로 간주되는 AI 및 반도체 분야에 특히 매력적이라고 짚었다. 이 메커니즘을 통해 기업은 공개 없이 규제 검토 프로세스를 탐색할 수 있어, IPO 일정이 불확실할 때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전에는 다른 주요 해외 거래소에 이미 상장된 회사만 홍콩에서 비밀리에 투자설명서 초안을 제출할 수 있었으나, 홍콩거래소는 최근 규칙을 변경해 수년 동안 기밀 제출이 허용돼 온 뉴욕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주로 중국 기업들이 선호하는 자금 조달 장소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됐다.

실제로 중국 대형 기업들의 홍콩 상장 러시가 두드러졌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와 중국 최대제약사 항서제약도 올해 홍콩 시장을 찾아 각각 46억 달러(약 6조4,000억원),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조달했는데 이 중 공모가가 주당 263홍콩달러(약 4만6,000원)였던 CATL은 상장 이후 급등해 지난달 28일 장중 449.4홍콩달러(약 8만원)까지 오르며 약 2개월 만에 70% 이상 오르는 기염을 보이기도 했다.

CATL은 이미 2018년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CATL이 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좋은 홍콩 주식시장까지 진출했다고 분석한다. 실제 CATL은 홍콩 상장을 통해 해외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배터리 기술을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공급사슬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둥(山東)고속그룹 산하 유일의 역외 산업 지주사이자 투자·금융 플랫폼인 산가오(山高)홀딩스 역시 홍콩 상장 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산가오홀딩스의 지난해 총자산 규모는 661억7,000만 위안(약 11조5,135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제약·바이오 기업 장쑤헝루이, 식품·조미료 제조사 포샨하이톈, 산업 부품업체 저장산화, 밀크티 프랜차이즈 미쉐그룹 등도 상장 대기 명단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제조·직매형 의류 기업 쉬인도 뉴욕과 런던 대신 홍콩으로 상장처를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중 갈등이 호재로 “해외 상장 관문으로 입지 강화”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콩증시는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잃었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실제 뉴욕, 런던에 이은 글로벌 금융 허브로 불리던 홍콩은 2020년대로 접어들며 그 위상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홍콩에서 중국의 범죄인 송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데다, 이듬해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전격 시행하면서 홍콩의 자유와 자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글로벌 금융사들은 싱가포르, 런던 등으로 거점을 옮기기도 했다. 이에 홍콩은 2022년 9월부터 2년간 영국과 중국 연구기관이 공동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Global Financial Centre Index)에서 싱가포르에 밀려 전 세계 4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양국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홍콩을 찾은 중국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 확보를 위해 홍콩으로 향했다. 중국 기업은 특히 홍콩거래소에서 달러 연동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본토 자본 통제를 우회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관문이라는 점도 홍콩을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거점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 모멘텀이 제한되면서 홍콩을 통한 역외차입 수요 역시 둔화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에서의 자본이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의 ‘광둥-홍콩-마카오 협력구(Greater Bay Area)’ 개발 전략과 연계해 향후 동남아 및 중화권과의 금융·산업 연결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홍콩에 있어 기회다.

시장에서는 홍콩이 앞으로도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 관문으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존슨 추이 홍콩거래소 글로벌발행총괄은 “상장 대기 기업 상당수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인 기업”이라며 “브랜드 가치 제고, 해외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홍콩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EY(언스트앤영)도 올해 홍콩 IPO 조달금액이 2,000억 홍콩달러(약 35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홍콩거래소의 진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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