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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가입자, 제조 2개월·건설 24개월째 '감소' '제조업 부진' 7월 구인배수 0.40, 1999년 이후 최저 청년층 고용 34개월째 감소, 건설업 23개월 연속 하락

국내 제조·건설업 부진 속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7월 고용보험 가입자가 4개월 연속 18만 명대 증가했지만, 업황 부진과 청년층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회복세는 제한적이었다. 구인배수 하락과 일부 업종의 고용 위축까지 겹치면서 노동시장 전반의 온기는 여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조업 빈일자리 4개 중 1개 증발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서비스 통합플랫폼 ‘고용 24’의 7월 신규 구인 인원은 16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만4,000명(16.9%) 감소했다. 반면 신규 구직 인원은 41만1,000명으로 2만1,000명(5.5%) 늘었다. 이에 따라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가리키는 구인 배수는 0.40을 기록했다. 1999년 7월 0.39 이후 7월 기준 최저치다. 이에 대해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구인 배수가 감소한 건 제조업 경기가 아주 부진한 게 원인”이라며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 숫자가 줄고 있고, 제조업의 구인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는 1,559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만 명(1.2%) 증가했다. 이는 2003년 7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7월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7월 말 기준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84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000명(0.1%) 감소하며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을 제외하면 감소 폭은 2만4,000명에 달해 내국인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다. 앞서 지난 6월 제조업 가입자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2월 이후 5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바 있다.
잠재적인 구인 수요인 빈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어 당분간 구인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빈 일자리 감소가 구인난 해소가 아닌 기업들의 채용 여력 위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전산업 사업체 빈일자리 수는 18.1% 감소했는데, 제조업은 24.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줄면서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도 11만1,000명으로 1,000명(-0.6%)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1만 명), 숙박음식업(-6,000명), 정보통신(-3,000명) 등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작년 0.51에서 올해 0.40으로 가파른 하락
전문가들은 일자리 감소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 기준 구인 배수는 0.51이었으나 1년 만에 0.40으로 대폭 꺾였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 분야는 400만 명이 넘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비선진국형 산업구조라지만 제조업은 여전히 지역 경제의 여전한 버팀목이다. 그러나 지금 고용 총량 증가세 둔화는 예사롭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잇따라 운전자금 대출 신청에 나서고 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올라 경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상유지도 어려워 운전자금 대출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 속 0%대 저성장까지 예고돼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발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반영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지만, 한국에 대해선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세 유예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8%로 낮췄다. 특히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전망치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올해 한국 경장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민 소비쿠폰 등으로 민간소비가 다소 살아났지만, 성장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악화한 건설 경기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투자는 계속 안 좋았고, 부진이 점점 완화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장기화됐다"고 설명했다. KDI는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 여파 등으로 건설투자 회복이 지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8.1%)을 기존 전망보다 3.9%포인트 낮춰 잡았다.
‘계속 근로’ 희망하는 노인, 경활율 청년세대 역전할 수도
더 큰 문제는 최근 고령 노동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청년층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16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만5,000명(0.8%) 증가했는데, 특히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70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고령인구 증가로 700만 명을 넘기게 된 것이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하면서 경제활동참가율(경활율) 역시 덩달아 올랐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인구의 경활율은 65.6%로 1년 전과 비교해 0.2%p 증가했다. 이 중 60세 이상 경활율은 49.4%로 0.8%p 많아졌다. 경활율의 경우 15~29세 청년층(49.5%)과 비교해 보면 불과 0.1%p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700만 명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구가 계속 증가하다가 최근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추후 경제 활동에 뛰어드는 노인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