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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조선소’ 전환 속도내는 조선업, 노동 의존도 줄이고 생산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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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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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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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운송 등 공정 스마트화 사례 확산
전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움직임도
산업 전반에서 저숙련 노동 로봇화

국내 조선업이 노동 규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생산 효율성은 극대화할 방안으로 스마트 조선소 도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은 고위험·고강도 작업에 로봇 투입을 늘렸으며, 조선소 전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조선업을 넘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저숙련·단순 반복 노동 대체를 가속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조에 변화를 촉발할 것이란 평가와 함께 노동시장과 지역경제에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인력난 해소·품질 상향 ‘두 마리 토끼’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조선업계는 인력 안전관리와 노무 분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 조선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조선소들은 용접·도장 등 고위험 공정을 자동화 설비로 대체하고 나섰으며, 일부 기업은 원격 제어 장비와 자재 운송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이는 인력 의존도를 낮추면서 생산성은 높게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조선업계 전반의 변화 흐름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HD현대그룹을 꼽을 수 있다. HD현대그룹의 자회사 HD현대삼호가 운영하는 목포 인근 조선소는 향후 3년간 예약 주문이 꽉 찰 정도로 역대급 가동률을 자랑한다. 해당 조선소에서는 로봇이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하며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 중이다. 특히 용접 공정에서는 2022년부터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 85대의 로봇이 작업의 70%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스마트 조선소를 발판 삼아 글로벌 선두 자리를 되찾는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설계 단계부터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설계 기술을 적용하고,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공정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자동 용접 로봇과 자재 운송 무인 차량 등을 이용해 숙련 인력의 부족을 메우고, 작업 품질의 균일성 또한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자동화·디지털화 사례는 주요 조선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노무 분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시도기도 하다. 2021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의 형사 책임을 강화한 법으로, 안전관리 부실 시 경영진이 직접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노란봉투법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해 기업이 노사 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대응 수단을 축소시켰다. 두 법 모두 노동자 보호와 권익 강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노무 리스크 관리에 소요되는 인력·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스마트 조선소는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생산 효율성은 극대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자동화 설비는 고위험 작업의 인력 투입을 줄여 중대 사고 가능성을 낮추고, 디지털 관리 체계는 공정 효율성을 높여 납기 지연 등을 방지한다. 여기에 설계·조달·생산 데이터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불필요한 자재 낭비와 공정 병목을 줄일 수 있어 원가 절감에도 기여한다. 법·제도 변화에 대한 대응에서 비롯된 스마트 조선소 전환이 종국엔 글로벌 발주 경쟁에서 품질과 납기를 동시 확보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이다.

노이라로보틱스의 인지 로봇 ‘4NE‑1’ 테스트 장면/사진=노이라로보틱스

조선업 특화 휴머노이드 탄생 목전

국내 조선업계가 인력 대체를 위한 로봇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조선업 전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본격화했다. 지난 7월 HD현대삼호와 HD현대로보틱스는 독일 노이라로보틱스와 손잡고 조선소 전용 휴머노이드·4족 보행 로봇의 실증 테스트에 들어갔다. 노이라는 인지 로봇 플랫폼 ‘4NE‑1’을 포함한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삼호는 현장 시험장을 제공하며, HD현대로보틱스는 용접 자동화 데이터와 경로 학습 노하우로 성능 검증을 맡는 구조다. 이는 숙련 인력 부족과 고위험 공정이라는 업계의 공통된 과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봇 자동화 전문기업의 자율 이동형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협동로봇 전문 업체 JCT는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산업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조선소 내부에서 자율이동이 가능한 ‘가반 하중 30kg 이상 자율 이동체 및 용접로봇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해당 로봇은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작업장 내부를 스스로 이동하며 용접 등 작업을 수행하는 게 특징이다. 조선소 특유의 협소·비정형 공간에 대응하는 로봇 솔루션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려는 흐름이 구체화된 셈이다.

현장 실증과 병행되는 이번 시도는 사람과 유사한 동작 범위·인지 능력을 활용해 기존 자동화가 닿지 못한 공정을 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고온·고습·분진 등 열악한 조선소 환경을 견디며 반복적이면서도 정밀도가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작업 구역 간 자율 이동과 협업을 염두에 둔 제어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업계는 이 같은 목표가 현실화할 경우, 적용 공정의 외연을 넓혀 대규모 현장 배치 또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기술 상용화까지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실증 결과가 현장의 표준 공정으로 이어질 만큼 재현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고, 조선소 내부처럼 변수가 많은 작업 환경에서 인지·경로 학습 성능을 안정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대형 조선소에서 검증된 해법을 중견·중소 조선사로 확산시키려면 적용 범위와 장비 구성의 모듈화를 병행해야 한다. 결국 이번 단계의 목표는 로봇이 실제 선박 건조 공정에서 수행 가능한 역할과 한계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일이며, 그 결과는 향후 투자와 확산 속도에도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재편에도 영향

산업계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도 자동화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산업군을 중심으로 용접, 도장, 조립, 검사와 같은 단순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상당수 대기업 제조라인에서는 로봇이 24시간 가동되며 일정한 품질과 속도를 유지하고, 인적 자원은 설계나 관리, 품질 보증 등 고부가가치 업무로 재배치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재편의 신호탄으로 정의했다. 생산기지가 저임금 노동력 중심을 벗어나 기술력과 자동화 설비 경쟁력 중심으로 재배치되면, 글로벌 공급망 구조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품질 검사, 자율주행 물류 로봇,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결합된 스마트팩토리 모델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 표준화되면서 다국적 기업의 생산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노동시장과 지역경제에 구조적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흐름에선 로봇 운영 및 정비, 데이터 분석, 시스템 관리 등 새로운 형태의 전문직 수요가 증가하는 대신 저숙련·단순 업무 종사자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직무 재교육과 고용 안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특정 계층의 장기 실업과 소득 양극화 또한 불가피하다.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기술혁신에 따른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용 구조 전환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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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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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