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PE분석
  • 美 현대차 공장 대규모 체포 사태, 韓·美 산업 병폐 겹친 결과?

美 현대차 공장 대규모 체포 사태, 韓·美 산업 병폐 겹친 결과?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美 국토안부수사국, 한국인 포함 475명 체포
정식 취업 비자 없이 건설 현장에서 근무해
불법 하도급·美 산업 생태계 한계가 불법 체류 야기했나

미국 정부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생산 부지에서 이민 단속 작전을 실행, 수백 명에 달하는 한국인을 체포했다. 정식 취업 비자를 취득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대거 발각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국 건설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미국 산업계 특유의 낮은 생산성 등이 이 같은 사태를 촉발했다고 분석한다.

'불법 체류' 단속 나선 美

5일(현지시각) 국토안보수사국 애틀랜타 지부의 스티븐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사로 475명이 체포됐으며, (해당 수사는) 법 위반자들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475명 중 다수가 한국 국적자였다”며 “정확한 국적별 통계는 없지만, 관련 자료를 곧 확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은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이들 중 대다수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건설 관련 협력사 직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정식 취업 비자가 아닌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비자인 B-1 비자를 발급받거나,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체포된 475명에 대해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가 대규모 이민자 단속을 단행한 결과다. 앞서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하는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미국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하며 불법 이민 단속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대대적인 단속 작전을 진행해 왔다.

다단계 하도급의 폐해인가

한국인 노동자가 해외 건설 현장에서 체류 자격 문제로 인해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0년 9월에는 SK이노베이션 산하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13명이 취업 비자가 아닌 전자여행허가를 소지한 채 일하다 체포된 뒤 자진 출국한 바 있다. 이 같은 불법 관행은 사실상 한국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 건설업계 특유의 하도급 구조가 이 같은 문제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다단계 하도급'은 꾸준히 관련 산업을 갉아먹는 병폐로 지목돼 왔다.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은 크게 소팀장형과 현장소장형, 채용팀장형 등으로 분류된다. 모두 무등록 시공팀에게 재하도급을 주는 형태다. 소팀장형은 5명 내외의 소규모 시공팀을 이끌며 실제 시공을 담당하고, 현장소장형은 대규모 팀을 이끌며 소팀장형에게 공사를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채용팀장형은 시공에는 관여하지 않고 근로자 모집만 담당해 소개 수수료를 받는다.

재하도급을 준 하청업체가 중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비용을 최대한 절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취업 비자를 확보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요건도 까다롭다"며 "정식 절차를 밟게 되면 한국에서 저비용 인력을 대규모로 보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해당 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졌다면, 재하도급을 준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비자 발급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편이 이득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산업계의 본질적 한계

시장에서는 미국 산업계 특유의 한계가 이 같은 사태를 촉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은 제조업 생산 체계가 상당히 쇠퇴한 상태"라며 "미국 기업들이 제조 부문에서 오프쇼어링(기업 업무의 일부를 타국으로 이관하는 행위)을 택하고, 많은 이윤이 발생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제품 디자인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아시아의 생산 체계를 미국에서 재현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며 "건설 현장에서도 미국 생태계를 활용하기보다는 애초부터 체계가 갖춰져 있는 아시아 현지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산업계의 역량 부족 문제는 올해 상반기 벌어졌던 '미국산 아이폰' 논란을 살펴보면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을 선언하면서 “전 세계에 부과되는 유례없는 관세로 미국 내 일자리와 공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관세 부과를 계기로 미국 기업들이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시설이나 사업을 다시 본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을 택하고, 결국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고용하게 될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 금융 서비스 회사 웨드부시 증권의 글로벌 기술 리서치 책임자 댄 아이브스는 “이러한 주장은 허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아이폰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경우 가격은 현재 수준(1,000달러)의 3배 이상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아시아가 갖춘 매우 복잡한 생산 생태계를 미국 내에 재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공급망의 10%를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약 300억 달러(약 44조3,850억원)의 비용과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