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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눈치에 18년 동안 믹서트럭 증차 막은 정부, 레미콘업계 삼중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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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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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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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믹서트럭 신규 등록 제한 연장
재건축·재개발 수요 폭증 속 공급 격차 확대
건설 일정·비용 압박 불가피

레미콘업계의 운송 증차 기대가 불발됐다. 정부는 건설 경기 부진을 근거로 공급 부족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업계는 16년째 이어진 등록 제한과 생산시설 축소가 이미 구조적인 병목을 만들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결정은 이미 급감한 생산시설과 맞물려 건설현장의 자재 수급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마저 커졌다.

'16년 동결' 레미콘 수, 2년 더 묶는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주관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믹서트럭 신규 등록 제한을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2009년부터 차주 생계 보호를 이유로 믹서트럭 증차를 막고, 2년마다 연장 여부를 결정해 왔다. 여덟 차례 심의 모두 제한 유지였으며, 올해 결정 당시에도 "건설 경기 부진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레미콘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규 등록 제한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수년째 신규 진입이 막히자 번호판 거래·마당비(권리금 명목) 등 기형적 구조가 자리 잡은 상태다. 2022년 기준 번호판은 약 4,000만~4,500만원, 마당비는 최대 2,000만원 수준이다. 차주들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믹서트럭 기사 1만1,418명 중 60대가 44.8%로 가장 많았고, 50대 34.4%, 40대 14.4%, 70대 이상 6.1%, 30대 이하 0.25%였다. 이 때문에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수급조절위는 이번에도 믹서트럭이 부족하다는 레미콘업계의 아우성을 사실상 외면했다. 믹서트럭은 수급조절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2만6,000여 대 수준에서 단 1대(영업용 기준)도 늘어나지 않았다. 이번 수급조절위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레미콘 제조사들과 건설업계는 믹서트럭 차주들의 기득권을 견제하려면 증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정부는 결국 차주들의 손을 들었다.

업계는 가뜩이나 노조 입김이 막강한 건설 현장에서 최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건설업계의 부담만 더욱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번 믹서트럭 차주들은 80% 가량이 양대 노총 소속이다. 이들은 툭하면 ‘집단 운송거부’를 무기로 정부를 압박했다. 노조의 대정부 투쟁 때도 선봉에 섰다. 응집력이 강한 차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국토부가 18년간 믹서트럭 증차를 사실상 막은 셈이다.

더 세진 믹서트럭 독과점, 운송대란 불보듯

문제는 단순히 운송 수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의 레미콘 생산 기반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공급 절벽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연간 생산량은 2017년 702만㎥에서 2026년 288만㎥로 60%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수도권 핵심 수요처에서의 공급 공백은 건설 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기존 차주 중심의 독과점 체제가 한층 더 견고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친노조 기조는 노란봉투법에 이어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2022년 레미콘 운송비 인상 여부를 놓고 갈등해 온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전운련, 레미콘운송노조)는 2022년 서울 시내 일부 건설 현장에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며 주요 공사현장에 차질을 초래했다. 당시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는 같은 해 7월 레미콘업계와 운송비를 2년간 24.5% 인상하기로 했지만, 같은 해 10월 1일부터 또다시 서울 도심권 내 교통체증 등의 이유로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레미콘 공급을 거부했다.

레미콘 공급 거부 여파는 세운지구 아파트 현장 등으로 번졌고, 건설업계는 공기 지연으로 몸살을 앓았다. 아울러 이 같은 집단행동의 결과는 운송비 급등으로 이어졌다. 수도권 기준 레미콘 납품가격은 올해 ㎥당 9만1,400원으로 2009년(5만6,200원) 대비 62.6%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레미콘 운송비는 1회전당 3만313원에서 7만5,730원으로 무려 149.8% 상승했다.

제조사에 노조 눈치까지, 배처플랜트 활성화도 ‘가시밭길’

이런 가운데 건설현장 내 레미콘을 생산·공급하는 배처플랜트(BP) 역시 설치 필요성 증대에도 당사자간 이해관계 충돌로 좀처럼 활성화하지 못하면서 업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레미콘 제조사도 사업 규모에 따라 의견이 다른 데다, 믹서트럭 운송노조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 대규모 현장을 중심으로 BP 설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국토부도 이를 반영해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을 통해 BP 활성화를 꾀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발표된 개정 지침은 의견수렴을 거치면서 크게 후퇴했다. 당초 개정안에는 BP 생산·공급 50% 제한 규정을 삭제(100% 생산ㆍ공급 가능)하고 외부 반출도 가능하도록 했지만, 중소 레미콘 제조사의 반발로 없던 일로 해버렸다. 이번 불가 통보를 두고 업계에선 친노조 성향인 정부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파다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내 BP 설치는 지역에 실보단 득이 많을 텐데, 불가 통보는 사실상 노조 눈치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레미콘 수요는 늘어날 예정인데, 공급처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2022년 삼표산업 성수공장이 폐쇄됐고, 올해말 풍납공장도 문을 닫는다. 내년부터는 천마콘크리트 세곡공장과 신일씨엠 장지공장만 남게 된다. 서울 시내 레미콘 생산량은 2021년 335만㎥에서 2026년 132만㎥으로 60% 이상 확 줄어든다. 반면 압구정 3구역의 레미콘 수요량은 80만㎥, 은마아파트는 81만㎥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고양 창릉 3기 신도시 개발로 인근 공장 3곳도 철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 공장 3곳이 철거되면 광화문 일대 현장에 레미콘 조달의 길이 막힌다.

이런 상황 속 건설 경기 지표마저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CERIK)이 지난 7월 발간한 '월간 건설시장 동향(2025년 7월호)'에 따르면 올해 5월 건설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6.8% 줄었고 건설기성액은 20.5% 급락했다. 1년 넘게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면 레미콘업계의 내수 기반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레미콘업계가 생산·운송·수요 세 축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는 삼중고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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