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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발 경제 참사라도 막아봅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대표는 국내 경제에서 대외경제 취약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위기 대응 의지 표명과 발 빠른 초동 조치가 국내외에 분명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대책 마련 ▲한시적 공매도 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락하는 국내 증시, 다시 드는 공매도 규제 카드
지난달 30일 16시 기준 환율은 1,430.20원이었으며, 코스피 종가는 2155.49, 코스닥 지수는 672.75였다. 연휴가 지난 오늘(4일) 코스피 지수는 22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증시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이 대표의 주장은 한국의 경제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경계해 낸 대안으로 보인다.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이며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세 인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역시 불안세를 보인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28일 국내 투자자들이 패닉 셀링(공포에 의한 투매) 조짐을 보이자 증시안정펀드 재가동 논의를 시작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 마련에 들어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 한시적 제한에 대한 언급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공매도 한시적 제한이라는 조치가 이미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었다"며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폭락했을 당시 1년 2개월간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로 증시를 안정화한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9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의 시행 여부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만일 이 말이 사실이라면 유관기관에서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보고한 바를 외면하고, 공매도 전면 금지를 논의하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안펀드까지 얘기가 나왔다는 건 그만큼 우리 주식 시장이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공매도 역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의 결정에 환영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공매도를 주식시장의 하락을 유도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매도는 주식 시장이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구조로 되어 있는 만큼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단일 원인이라 꼽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다.
증시 하락 원인 '공매도' 맞나? 규제 실효성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대해 공매도 비중과 대금을 나눠 분석한 결과, 공매도는 주가 하락과 밀접한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10개 기업의 주가는 조사 기간 14.32% 하락했지만, 비중 상위 81~90위 기업은 20%의 감소를 기록했다. 대금별로 봐도 1~10위 종목의 주가는 16.48% 떨어졌으나 131~140위 기업은 18.45% 감소했다. 즉 공매도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고 해서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하락 폭이 더 크지 않은 것이다.
당시 금융위에서도 한국거래소의 보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월 검찰과 함께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개최해 불법 공매도를 잡아내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지난 1월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이 “공매도를 가급적 상반기에 정상화하려고 한다”라고 말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시장 역시 공매도가 주가 하락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14조4,999억원이었고, 이중 공매도 거래대금은 6,154억원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4.26%다. 비율로 보았을 때 하루 거래대금 중 공매도의 비율은 정말 미미한 수준인 만큼 공매도가 전체 시장을 흔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지속해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보내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역시 규제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공매도 제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공매도 전면 금지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해외 순방 이후 20%대까지 하락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카드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 상황은 증시 하락의 원인이 공매도가 아님에도,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이 많다. 물론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는 안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공매도 완화의 득과 실, 국민을 위한 선택은?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FTSE Russell)은 런던 증권거래소 그룹(LSEG)의 자회사로 S&P Dow Jones, MSCI, CRSP와 함께 세계 최대 시장지수 산출기관 중 하나다. FTSE는 2022년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발표했는데 한국을 잠재적으로 시장접근성 상향 조정(레벨1→레벨2) 가능성이 있는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분류했다.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것은 FTSE가 2019년 3월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한국의 시장접근성을 레벨1으로 평가한 이후 처음이며, 한국 정부에서 그동안 외국인 채권 투자를 저해해왔던 요인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주된 평가 요인이 됐다. 실제로 정부는 외국인 국채․통안채 투자 비과세, 외환시장 선진화 방침,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통한 국채 거래 활성화 계획 등을 발표하는 등 제도 개선에 힘쓴 바 있다.
FTSE는 내년 3월과 9월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를 통해 한국의 제도개선 성과 등을 평가하고 시장접근성 및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준비하고 있다.금융위는 한국이 WGBI에 편입될 경우 WGBI 추종자금을 중심으로 약 50~60조원의 외국인 국채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한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 국채 및 외환시장의 안정성 강화도 기대할 수 있으며, 외국인 국채 투자 유입에 따른 금리 하락으로 연간 약 0.5조원에서 1.1조원의 국채 이자 비용이 절감되는 등 재정건전성 영역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매도를 전면 완화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 사유로 ▲제한적 공매도 ▲영문 기업 공시 부족 ▲외환시장 접근성 제약 등을 문제로 지목했다. 공매도를 일부 종목에만 열어둔 것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막은 이유 중 하나라는 뜻이다.
증시 안정의 목적이 사실상 국가 안정과 이에 따른 국민들의 생활 안정에 있는 만큼, 정책을 선택할 때 득과 실을 잘 결정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시 약 60조원의 외국 자본이 유입될 것이라고 봤지만, 정치권은 다르게 판단하는 듯하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선진국에서 공매도 금지를 증시 안정 수단으로 쓴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하며, 증시 안정을 넘어 글로벌 확장을 위해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