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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유연근무 공간 '딜라이트(d'light)'가 생겼다. 카페처럼 자유로운 느낌으로 구성됐지만, 120여 명의 직원들은 소음하나 내지 않고 업무에 몰입 중이다. 각기 다른 사업부 사람들이 모여있는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태도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회의실은 다른 사무실의 근무자와 영상 회의를 위한 것이다. 재택근무와 유사하게 단독 근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지만, 그래도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이 채팅 창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부터 시범 운영하다 17일부터 공식 운영에 들어간 딜라이트 사무실은 현재 서초사옥과 대구(ABL타워) 2곳에 '사외 거점 오피스', 수원 디지털시티를 비롯한 4곳에 '자율근무존'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다. 재택근무의 특성상 근태관리에 부담이 됐지만 사무실 출근의 불편함을 피할 수 있는, 사무실의 장점과 재택근무의 장점이 적당히 결합한 사무실이 유연근무 공간이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에 익숙한 MZ세대, 이제 사무실 환경도 바뀌어야
삼성전자가 이 같은 유연근무 공간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MZ세대가 재택근무 일반화를 계기로 사무실 출근을 기피한다는 내용의 보고가 상부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대형 IT회사들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MZ세대 직원들이 너도나도 뛰쳐나가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든 MZ세대 직원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와중에 얻은 결론이 유연근무 공간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카페에서 일하는 것 같은데, 회사라서 눈치는 보이는 공간"이라고 요약하기도 했다. 딜라이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삼성전자 직원들 참여로 구성된 '혁신 크루'와 임직원 태스크포스(TF)에서 수집됐다. 아이디어 자체는 상향식으로 보고되었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 홍보관으로 운영됐던 공간을 직원들 업무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경영진의 결단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까지 도입, 근무시간 유연화도 이젠 레벨업(Level-up)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근무시간을 직원 개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한 달 안에 정해진 근무시간만 채우면 밤이든 새벽이든 개인이 선호하는 시간에 일을 해도 되는 제도다. 유연근무 공간 딜라이트 도입으로 직원들은 시간적 제약을 넘어 공간적 제약도 없이 일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일의 미래'에 대한 기업들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새로운 전형을 찾아 나선 것이다.
유사한 업무 구조를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의 경우 일정 시간의 교육과정을 거친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로 하루 4시간, 8시간 등등의 개인 스케줄을 정하고, 스케줄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초기 원하는 역량을 갖춘 직원을 뽑기 힘들었다는 해당 스타트업 대표는 "재택근무에 유연근무제를 택하면서 회사 창업 이후 처음으로 '갑질'을 하면서 직원을 뽑을 수 있게 됐다"는 농담과 함께 "덕분에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많이 뽑을 수 있어 인사 스트레스가 크게 해소됐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서로 협업이 필요한 업무가 많은 만큼 무조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모든 업무에 적용할 수는 없으나, 일부 업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업무 지침과 근로계약, 회사 내부 시스템 등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 "언론사 기자도 오전 꼭지 회의가 끝나면 사실상 유연근무제 아닌가?"는 반문을 받기도 했다.
협업 장애와 근태관리는 여전히 과제
인터뷰에 응했던 유연근무제 스타트업 대표는 단점으로 "감시 인력이 여전히 필요하고, 감시 인력의 업무가 가중된 것도 있다"며 "온라인으로만 만나다 보니 사소한 사항을 하나하나 다 타이핑해줘야 하는데, 시간 소모가 무시 못 하게 크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근태관리라는 측면에서 결국은 업무 성과물만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는 탓에 업무 중 노력하는 모습, 태도,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이 미숙한 채로 계속 회사 업무가 진행된다는 단점도 들었다. MZ세대 전반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다른 세대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르는 만큼 한편으로는 적절한 업무 방식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업무 역량이 성장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부담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야간 근무를 선호하는 일부 인력이 야간에 업무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총괄 관리자가 주간에 지적해도 야간에 원활하게 수정이 안 되는 일이 잦아 업무 시간대가 달라지면서 업무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점도 지적했다. "마치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 사무실이 잘 돌아가는지 알 수 없어서 모니터링 비용을 엄청나게 크게 증가시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풀어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