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올해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현장민원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현장 소방 활동 중 발생하는 각종 손해 배상이나 민원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강제처분을 비롯한 각종 소방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 전담 처리부서가 생겨야 한다는 것에는 전체 소방공무원의 91%가 동의하고 있었으나, 그동안은 전국 시·도 소방본부 중 서울에서만 현장민원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경기도, 현장민원 전담부서 설치로 민원 대응
지난 2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신설된 현장민원 전담부서는 민원이 들어오면 그 즉시 현장을 조사해 민원인의 의견을 검토하고, 민원인이 정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면 보상 절차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구 금액이 100만 원을 초과할 경우엔 전문가들로 구성된 보상심의회를 거친다. 이번 달 7일까지 발생한 현장 민원은 총 67건으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26건에 대한 보상금 7,085만원을 지급 완료했다.
관계자들은 부서 설치 이후 현장 소방관들의 적극성이 보다 향상되고 도민들의 재산권도 강화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에도 현장 민원이 접수될 경우 보상 절차가 진행되기는 했다. 하지만 현장 민원만 전담하는 부서가 생기면서 소방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확연히 줄고, 그동안 절차적 부담이나 불이익 탓에 섣불리 강제처분을 집행하지 못하던 소방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현장 활동에 임하게 됐다는 것이다.
행정적·절차적 부담 및 불이익 부담으로 현장에선 소극적 대처할 수밖에
2017년 12월 21일 충청북도 제천시 스포츠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00명 이상의 소방대원들이 투입되었지만, 불길은 거셌고 사다리차는 불법 주차 차량에 가로막혀 진입하지 못했던 탓에 빠른 진압이 어려웠다. 결국 29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후 2018년 6월 긴급 출동 시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로 이동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법률이 시행됐다. 각 지역 소방본부들은 비상시 업무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중장비 업체들과 업무 협약을 맺었고, 2020년 상반기 기준 업무 협약 체결 건수는 2,035건에 달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강제처분이 실제 이행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실시한 ‘소방 현장 강제처분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설문조사 통계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소방공무원의 무려 74.5%가 “강제처분의 현장 적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소방관들이 이와 같은 강제처분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후 처리 중 발생하는 행정적·절차적 부담이 42.5%, 강제처분 행위자에 대한 불이익 때문이 20.4%를 차지했다.
서울시, 전국 소방기관 중 최초로 현장민원 전담팀 설치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2020년 사고 현장 대응 과정에서 민간 자원을 활용한 경우 혹은 민간 손실이 발생한 경우 등 23건에 대한 보상을 완료했다. 전국 소방기관 중 최초로 현장민원 전담팀을 설치한 서울시는 그동안 재난 대응 활동에 제공된 인적·물적 민간 자원에 대한 보상을 지급해 왔다.
재난현장 활동 중 물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서울특별시 재난현장 활동 물적 손실보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금전적 보상을 지급한다. 물론 시민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손실 발생의 원인이 본인인 경우, 다른 절차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제외다. 2020년 서울시는 민간 자원 활용 12건, 민간 손실 11건에 대한 보상을 지급했다.
구조 활동에 도움을 준 시민도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 일례로 한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여성 구조에 참여한 시민이 상처를 입게 됐는데, 이후 '민간자원 활용 조례'에 근거해 부상 치료비를 지원했고 해당 시민은 9등급 의사상자로 선정됐다. 정문호 소방재난본부장은 "소방공무원이 현장 활동 중에 시민에게 입힌 물적 손실 피해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게 돼, 심적 부담 해소로 적극적인 재난현장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