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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2023년 0.73명, 2024년 0.7명 이하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한편 출산율 저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저출산 대응을 직접적인 정책 목표로 표방하기보다는 사회보장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15일 팩트북 「저출산 대책」을 발간하고, 우리나라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유사한 방향의 '주요국 정책'들을 소개했다.
영국 - 출산지원정책
영국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 1.64명에서 2010년 1.92명까지 회복됐다가 지속 감소하는 추세로 2021년 1.56명을 기록했다. 영국 총인구는 2021년 6,717만 명을 기록했으며, 이민자는 2020년 93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8%를 차지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영국은 자녀 양육 가정의 복지 혜택 수준을 높이고 경제적 지원 및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등 가족정책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출산지원정책의 일환으로 법적 출산휴가급여 대상자가 아니라도 출산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중단한 경우 최대 39주간 ‘출산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고용된 상태 혹은 최근에 실직한 상태의 대상자는 평균 주급의 90% 혹은 172.48파운드(약 28만원) 중 더 낮은 금액 지급하며, 자영업자는 30~172.48파운드 범위 내에서 지원금을 책정한다. 아울러 통합급여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수혜자를 대상으로는 ‘슈어 스타트 출산 기금’, ‘헬시 스타트’ 제도 등을 통해 각각 500파운드(약 81만원), 선불카드를 지급한다.
육아 관련 수당으로는 16세 이하의 자녀를 돌보는 모든 부모에게 자녀 수의 제한 없이 지급되는 ‘아동수당’이 있다. 주당 지급액은 첫째 자녀의 경우 24파운드(약 3만9,000원), 둘째 이후 자녀는 한 명당 15.9파운드(약 2만6,000원)이며, 4주마다 지급된다. 아동수당과 별도로 자녀가 있는 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저소득층 보조금’과 ‘자녀양육 보조금’을 지급하며, 이 밖에도 부모학습수당, 보육 보조금 등 다양한 육아 관련 수당을 통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은 「1996년 고용권리법(Employment Rights Act 1996)」에 따라 고용주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여성 근로자에게 최대 52주의 ‘법적 출산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출산 후 2주(공장 근로자는 4주)는 의무 휴가다.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에게는 총 39주간 ‘법적 출산휴가급여’가 지급된다. 첫 6주간은 세전 기준 평균 주급의 90%를 지급하고, 이후 33주간은 평균 주급의 90% 혹은 172.48파운드(약 28만원) 중 더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 식이다. 또한 「2002년 고용법(Employment Act 2002)」에 따라 자녀 양육의 책임이 있는 아기의 아버지 또는 아기의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산모의 배우자나 사실혼 관계인 동거인은 최대 2주의 유급 ‘부성휴가’를 받을 수 있으며, 부성휴가를 사용한 남성에게는 ‘부성휴가급여’가 지급된다.
2014년에는 「아동가족법(Children and Families Act)」에 따라 ‘부모 공동 육아휴직’과 ‘법적 부모 공동 육아휴직급여 제도’가 도입됐다. 출산한 여성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출산 직후 첫 2주 의무 출산휴가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50주 출산휴가 기간과 37주간의 출산휴가급여를 부모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공유할 수 있는 제도다. 부모 공동 육아휴직은 부부 합산 최대 50주의 휴직 기간이 주어지고, 동시 또는 번갈아 휴직할 수 있으며, 할당량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도 있다.
영국 - 이민정책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가 발효된 2021년 1월부터 영국에 취업하고자 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비회원국 출신 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점수를 책정해 비자 발급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점수 기반 이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취업, 창업, 학업 등의 목적으로 영국에 체류하기를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고숙련 노동자, 숙련 노동자, 학생 등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한다. 신규 제도에 따라 취업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 기술 수준, 영어 능력, 임금수준 등 평가항목에서 총 7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무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비자도 있다. 영국은 인재 유치를 위해 고용되지 않은 상태로 영국에 입국・체류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Global Talent, GT) 비자’와 ‘잠재적 인재(High Potential Individual, HPI) 비자’ 등을 발급하고 있다. 2020년 도입된 GT 비자는 학계・연구, 문화・예술, 디지털 기술 분야의 우수 인력을 대상으로 고용되지 않은 상태로 영국에 입국・체류할 수 있는 비자다. 내무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취업 및 이직, 창업, 컨설팅 등이 가능하며, 체류 기간 중 연구 목적으로 해외 출국도 허용된다.
독일 - 출산지원정책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 1.38명에서 2016년 1.59명까지 회복됐다가 소폭 감소하는 추세로, 2021년 1.53명을 기록했다. 독일 총인구는 2021년 8,339만 명을 기록했으며, 이민자는 2020년 1,57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8%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2000년대 들어 사회 기반 정비, 현금 지원 등 종합적인 가족정책을 추진하며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2012년에는 인구위기 대응을 위해 ‘모든 연령은 중요하다’는 슬로건과 함께 가족 등에 대한 직접적 지원 외에 교육, 고용, 국가 균형발전 등의 과제를 포함한 '포괄적 인구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의 ‘아동수당’은 국가가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자녀 1인당 월 250유로(약 36만원)를 부모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다. 무직 상태의 자녀에 대해서는 21세까지, 교육・직업훈련 중인 자녀를 대상으로는 25세까지 지급하며, 독일에 사는 외국인 시민권자, 재외 독일 국민에 대해서도 지급한다. ‘부모수당’도 있다. 2007년 「부모수당 및 육아휴직에 관한 법(Gesetz zum Elterngeld und zur Elternzeit)」이 시행되면서 도입된 부모수당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고, 자녀와 같은 집에서 거주하며, 생업에 종사하지 않거나 주당 근무시간이 32시간 미만인 경우 받을 수 있다. ‘자녀보조금’은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2023년 기준으로 자녀 1인당 월 최대 250유로(약 36만원)를 지원한다. 아동수당과 함께 받을 수 있으며, 현금 대신 교육에 필요한 현물(교재, 학교 급식비, 탁아시설비 등)로도 받을 수 있다.
또한 「모성보호법(Mutterschutzgesetz)」에 따라 산전 6주에서 산후 8주(조산 및 쌍둥이 출산은 12주까지)를 ‘임산부 보호 기간’으로 지정하고 근로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이 사용자를 대신해 출산휴가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산전 후 휴가급여(하루 최대 13유로)’를 지급한다. 또한 「부모수당 및 육아휴직에 관한 법」에 의거해 근로자인 부모 모두 동일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독일 - 이민정책
독일은 전문인력 유치를 위해 2012년 8월 1일부터 'EU 블루카드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EU 블루카드는 제3국(EU 비회원국) 고급 전문인력의 영구이민을 장려하기 위해 발급하는 체류권이다. EU 블루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신청자가 독일 대학교 혹은 독일 대학교와 동등하게 간주되는 외국 대학교 졸업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며, 연간 급여가 5만5,200유로(약 7,949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아울러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EU 비회원국 전문인력에 대한 독일 노동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사회 통합을 장려하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전문인력이민법(FEG)」이 시행되고 있다. 기업의 구체적인 채용 제안이 있거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인력 채용 기업은 ‘신속 이주 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직업교육 또는 대학교육을 받았거나, 연구자인 전문인력이 체류허가를 4년간 보유하고, 해당 자격에 상응하는 직업에 종사하며 48개월 이상 연금보험에 가입했다면 연방노동청의 승인 없이 영주권을 취득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이주민들을 독일 사회에 편입시키고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기 위해 2005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통합과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그들이 사회・경제・문화 부문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주민을 대상으로 독일어 수업을 제공하고, 독일 역사와 국가 규범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