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총재 선거 D-2, 고이즈미 우세 속에 결선 투표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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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단일화 무산, 자민당에서 총리 나올 듯 의원·당원 표심 모두 고이즈미 후보 우세해 과반 후보 없으면 상위 2명 두고 결선 투표

사실상의 일본 총리 선거로 불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의원과 당원 모두의 지지를 받으며 유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2위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 별도의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신임 총리가 결정되면, 초저금리 시대의 종결과 함께 금리 정상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지지는 고이즈미·하야시·다카이치 순
2일 아사히신문은 "최근 실시한 의원 여론조사 결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자민당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총 295명의 국회의원 중 72명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하야시 관방장관은 57명의 지지를 받았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37명에 그쳤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을 지지하는 의원은 각각 31명과 29명이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과 당원·당우 투표를 각각 50%씩 반영한다. 국회의원 295명은 1인 1표를 행사하고, 당원·당우 투표는 의원과 동일하게 295표로 환산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결선에서는 의원 295표와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 지부 1표씩을 합산하는 방식이 적용되는데, 의원 표의 비중이 높아 의사당 내 지지가 당락을 좌우한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결선 투표에서 맞붙어 이시바 총리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결선 투표서 고이즈미·하야시 연대 가능성
최근 동향을 보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의원 지지세에 더해 당원 사이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달 27~28일 요미우리신문이 자민당 지지층 3,1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 25%, 하야시 관방장관 1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결과를 당원·당우 표로 환산하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120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 75표, 하야시 관방장관 48표,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 14표, 모테기 전 간사장 11표가 나온다.
아사히와 요미우리신문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투표 결과를 예측해 보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192표로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하야시 관방장관이 각 132표, 105표로 2위 자리를 높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45표, 모테기 전 간사장은 40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위가 유력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2위와의 차이를 60표로 벌리며 확실한 선두로 나섰으나 총 590표의 절반(296표)을 넘지 못해 결선 투표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결선에 오를 경우, 하야시 관방장관의 지지층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쪽으로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두 사람 모두 이시바 내각에서 각료로 활동했고 정책적인 면에서도 접점이 많아 자연스러운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성향이 비슷한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이나 파벌 영수를 지낸 모테기 전 간사장에 기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당내 유일한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와도 만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야당 단일화는 무산됐다. 일본의 내각제는 별도의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연합하면 비(非)자민당 총재를 총리로 뽑을 수 있다. 지난달 30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 간부들이 국회에서 만나 총리 지명선거 대응책을 협의했으나 단일화는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이 총리 지명선거에서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자민당 신임 총재가 무난히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금리 인상 시, 금리 정상화 대응해야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초저금리 기조와 결별하고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선 일본은행(BOJ)이 오는 10월 29~30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9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버나이트 금리 스와프(OIS) 시장이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60% 반영했다"며 "시장과 당국 모두 이러한 흐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자민당 총재 선거 등 정치적 변수로 일본은행 결정을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올린 이후 9월까지 다섯 차례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열린 지난달 19일 회의에서 다무라 나오키 위원을 비롯한 두 명의 정책위원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중립 수준에 가깝게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금리 인상을 주장한 것이다. 해당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두 위원의 목소리를 통해 시장에 조기 인상 신호를 보내 분위기를 살피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1월 회의 때 금리 인상도 다무라 위원이 2024년 12월 회의에서 제안한 것이다.
10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30년간 깨지지 않던 ‘기준금리 연 0.5%’ 벽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지난달 22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1.665%까지 오르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0.93%까지 상승해 2008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장기 금리와 함께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기 금리가 동시에 17년 만에 치솟으면서, 금리 정상화의 흐름은 더 이상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