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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 정책 이름은 '글로컬 대학', 실상은 지방 대학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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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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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교육부가 15개 지방대학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Global)' 시장을 노리는 '로컬(Local)' 대학, 즉 지방 대학의 글로벌 도약을 돕겠다는 것이 정책의 취지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2026년까지 최대 30개의 글로컬 대학을 선발하겠다는 정책에 지방 대학들의 수요가 적을 것으로 우려했으나 사실상 모든 지방 대학이 다 지원한 상황을 놓고 '흥행에 성공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반면 지방 대학 관계자들은 생존을 위해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던 글로컬 대학 선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토로하며 어쩔 수 없는 지원이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미래 없는 지방 대학, 원흉은 인구 문제와 교육부

이미 학령 인구 감소 탓에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상당수의 지방 대학들이 폐교 위기를 맞은 상태다. 제주도의 유일한 4년제 사립대학인 제주국제대학교는 제주도가 지난 2011년 한라산 남측의 전 한라대학교 부지를 413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금을 투입했음에도 사실상 폐교 상태에 있다. 취재차 만났던 김장욱 제주국제대학교 사무국장은 등록금으로 직원들의 한 달 급여를 주기도 버겁다는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경주대학교는 설립자 가문의 이사장이 횡령으로 쫓겨난 상태다. 진주에 있는 한국국제대학교도 폐교 절차를 밟고 있다.

대학 교육 관계자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예견돼 온 상황인 만큼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그간 폐교 소식은 전주곡에 불과했고 다음 10년 동안은 실제로 지방대의 절반 이상이 폐교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외국인 학생 유치에 힘을 써 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학생을 받지 못했던 것이 학교 재정에 치명타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쌓은 수익으로 최소 10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었으나, 지난 2년간의 유학생 손실로 그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불평도 함께 내놓는다.

그러나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가장 큰 불만은 교육부의 '독재자' 같은 태도다. 지난 2009년 반값 등록금 주장이 선거 공약으로 나온 이래 사실상 십수 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탓에 교육부가 정부 프로젝트, 지원 사업 등을 발주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적인 수입원이 된 상황이다. 문제는 대학들의 '목줄'을 잡고 있는 교육부가 내놓는 지원책들이 준비 기간을 주지 않고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준비 기간조차 주지 않은 글로컬 대학 지원

지난 3월 글로컬 대학 서류 마감을 두 달 남짓 남긴 상황에서 만난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지원 사업이 갑자기 공고되는 바람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7월에 글로컬 대학 중 하나로 선정된 '부산대학교 및 부산교육대학교 컨소시엄' 합의는 급박한 시간제한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는 생략한 채 이뤄졌다. 6월까지 서류 제출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세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산을 제외한 타 시·도의 교육대학들은 인근 대학과 통합 논의를 했으나 시간제한 탓에 결국 단독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대학들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평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원 자격을 갖춘 국립대 31곳 중 25곳, 일반 사립대 66곳 중 64곳이 신청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기대 이상의 성원'을 보여준 것은 대학들이 불평하는 것만큼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지원하지 않은 6곳의 국립대의 경우 특수성을 갖춘 교원 양성기관이었다는 점, 부산교육대학교가 부산대학교와 컨소시엄을 형성한 점, 대구교대와 광주교대가 시간에 쫓겨 단독으로 신청한 점을 들며 반박했다. 사실상 모든 대학들이 신청했다는 것은 대학들이 폐교 위기 앞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신청서를 넣은 것이지, 교육부 관계자들의 주장대로 '기대 이상의 성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탁상행정이 한국 대학 교육을 망친다

대학 교육계에서는 등록금 자율화, 폐교 자율화 등 대학 개혁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수적인 상황에 거꾸로 교육부가 국민 세금을 무기로 대학들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다고 직격한다. 반값 등록금으로 자체 생존이 불가능한 대학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거나, 특수 전문 대학교로 진화하면서 등록금을 시장 경쟁에 맞춰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었어야 할 상황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들만 생존이 가능하도록 경쟁 구조를 시장이 아니라 정부의 선택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학생 숫자에 따라 지원금의 규모가 달라지는 교육부의 탁상행정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글로컬 대학 선정뿐만 아니라, 정부의 각종 4차 산업 전공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학생들의 실제 실력 향상 여부보다 단순한 만족도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다 보니 대학교들이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을 끌어올려 시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보다 만족도와 교육 완수에만 초점을 맞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경환 스위스AI대학 교수는 "한국 대학 교육 수준이 낮다는 것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이라는 현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세금 남발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현실이 교육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 북부 지역의 S모 대학 학생 K씨(24)도 "학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는 졸던 고교 시절"과 유사한 상황이 현재 대학가의 현실이라며, 취직을 위해 대학에 들어와서도 사교육에 끌려다녀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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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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