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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서비스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피해 실태를 모아 정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피해365센터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문가와 소비자들은 온라인피해365센터를 비롯해 한국소비자원 등 여러 피해구제 채널이 있음에도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플랫폼 구축에 앞서 기존 채널에 강제 집행 권한을 부여하는 등 기능 강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통합 플랫폼 구축으로 원스탑 피해구제"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는 25일 「온라인서비스 피해상담·지원 실태와 개선과제 ‘온라인피해365센터’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 국민들이 온라인에서 입은 각종 피해에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온라인피해365센터의 피해 상담 현황을 점검하고 지원 실태를 분석해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입법처는 온라인피해365센터의 효율성 및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관 기관과의 내부 협의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해당 센터에서 다른 기관으로 이첩이 필요할 때 피해자가 다시 상담을 거쳐야 하는 등 비효율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근거 법률의 부재와 재원의 지속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과 온라인피해 예방 및 교육을 위한 정책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
입법처는 피해자의 접근성을 제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센터의 운영 취지인 온라인서비스 피해상담 및 지원을 위한 통합 관문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온라인 피해구제 기관 간의 협의를 바탕으로 온라인 피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원스탑 피해구제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효율적인 지원 업무를 위한 직접적 근거가 될 수 있는 법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온라인피해365센터 1년, 해결 완료 상담은 60%에 그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온라인피해365센터는 관련 법률 및 소관 부처가 명확하지 않거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온라인플랫폼 관련 피해를 비롯한 각종 모든 온라인피해를 대상으로 이용자 보호 정책을 수행하려는 취지에서 지난해 5월 개소했다. 개소 1주년을 맞은 올해 6월 기준 총 1,300여 건의 온라인 서비스 피해 상담을 지원했으며, 주요 피해 유형은 ▲요금·품질 불만, 지원금 미지급 등 통신서비스 ▲상품 미지급, 품질 불만 등 재화·서비스 ▲피싱·스미싱, 사이버사기 등 사이버 금융범죄 ▲허위 리뷰, 초상권 등 권리침해다.
구체적인 피해 접수 내용은 인터넷 쇼핑몰 배송 미이행 및 환불 거부, 허위정보 TV 프로그램 신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결제 후 환불 거절, 개인 간 거래 송금 후 연락 두절, 온라인 사이트 계정 해킹, 개인정보 유출, 불법 광고문자 수신, 가상화폐 거래소 사칭 사기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상담 사례로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따른 피해 상담이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온라인서비스피해지원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통신분쟁조정위원회 등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해당 협의회는 복잡하고 어려운 온라인 피해 사례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올해 6월부터는 소관이 불분명하거나 해결 방안이 모호한 사각지대의 피해 사례에 대한 해결 방안을 위해 '온라인 피해 심층 분석 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입법처의 지적처럼 효율성 면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방통위가 올해 1월 발간한 '온라인피해 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온라인피해365센터는 전체 상담 가운데 약 60%만 해결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1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명이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다른 피해구제 채널을 찾아 발걸음을 돌린 셈이다.
"1년을 기다렸는데, 법적 절차는 알아서 해라?"
사실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피해 구제 채널은 온라인피해365센터 외에도 셀 수 없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소비자 포털 사이트에서만 ▲소비자 일반 ▲보건/의료 ▲금융/보험(공제) ▲주택/환경 ▲전자거래/콘텐츠 등으로 분류된 약 20곳의 피해구제 신청 기관을 확인할 수 있으며, 더치트 등 민간 영역의 피해 정보 공유 시스템까지 합치면 그 수는 무수히 많다.
문제는 이들 기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피해 보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필라테스 레슨 환불을 위해 한국소비자원을 찾은 후기를 공유하며 절차의 복잡성과 피해 구제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네티즌은 한국 소비자원 피해구제 센터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조정의 역할만 수행할 뿐,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해 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하며, 모든 상담 절차에서 '원하는 대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 접수부터 분쟁조정 위원회로의 이관에 약 3주가 걸렸고, 이관 후에도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은 '조정요청-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접수-사전검토-분쟁조정회의 개최-조정결정-종료'의 6단계를 거치게 되며, 이 과정에 통상 8개월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를 거쳐 나온 조정 결과도 아무런 강제력을 가지지 못한다. 조정 결과는 민사 소송의 여러 증거 중 하나로 활용될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1년 가까이 기다려 분쟁 조정 결과를 받았는데 법적 절차는 알아서 하라니, 놀리는 거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산적해 있는 기관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플랫폼 구축에 앞서 기존 공공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제공과 교육을 비롯해 기관의 존재 이유인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강제 집행 권한 등 종합적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