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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가 파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유오피스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자 추후 정상적인 영업 및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공유 오피스계의 선두주자였던 위워크의 부실 수준이 드러나자 국내에서도 공유 오피스 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위워크 주가, 전고점 대비 85% 하락
CNBC에 따르면 위워크는 8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사무실 과잉 공급에 따른 공유 오피스 부문의 경쟁 심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고객사가 이탈하고 예상보다 수요가 부진하다”면서 “경영 적자와 향후 현금 수요, 이탈 회원 증가 등으로 인해 회사가 계속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위워크는 최악의 경우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식의 입장도 밝혔다. 위워크 경영진은 “유동성과 수익성 개선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행되지 못할 경우 추가 부채나 자본 조달, 자산 매각, 기타 전략적 거래 또는 미국 파산법에 따른 조치 등 모든 전략적 대안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위워크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위워크의 2분기 순손실은 3억4,900만 달러(주당 21센트)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손실 5억7,700만 달러(주당 76센트)에 비해 개선됐지만, 시장 전망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8억4,400만 달러(약 1조1,125억원)를 기록했지만, 역시나 전망치인 8억5,000만 달러를 하회한 수치다.
이날 위워크 주가는 전날보다 5.5% 하락한 21센트(약 280원)에 마감했다.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선 최대 33%까지 하락폭을 키우며 52주 최저가를 갱신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위워크 주가는 올해 들어 -85%까지 하락했다.
일의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겠다던 위워크, 팬데믹 이후 몰락 가속화
2010년 미국 뉴욕 소호에서 사업을 시작한 위워크는 부동산을 매입 후 여러 기업이 하나의 사무실을 공유하는 ‘공유 오피스’를 제공한다. 초기 위워크는 유사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끼리 묶는 특화 사무실 전략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여기에 공유경제 현상이 사회에 자리 잡으면서 사업은 빠르게 확장됐다.
이후 스타트업 붐과 함께 안정적인 업무 공간과 기업 간 네트워킹을 원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소프트뱅크 등 거물급 투자자로부터 거액의 투자도 받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위워크가 "프리랜서나 작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며 4차산업 속 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기 위해 기존 전략을 바꾸면서부터 사업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경영진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지점 확대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이는 위워크만의 차별성을 없애고 임대 사무실의 이미지로 퇴색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위워크 공동 창업자였던 아담 노이만의 비정상적인 경영 스타일과 잇단 구설수까지 터지면서 투자자의 우려를 사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공유 오피스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원격근무 문화가 지속되자 위워크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때 470억 달러(약 62조원)로 평가받던 위워크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1% 수준인 5억 달러(약 6,588억원)로 추락했다.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공유’라는 가치
위워크의 추락은 우리나라 공유 오피스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5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은 2017년 이후부터 과거에 없던 유튜버나 소규모 스타트업, 1인기업 등이 양호한 사무환경과 타 기업과의 교류를 위해 도심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재택근무 문화 확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과 건물의 전대차를 통한 수익 창출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고정 수입 불안전성 등이 산업 전반의 한계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기에 공유 오피스가 기업과 근로자들의 많은 관심 얻은 배경은 입주 고객사끼리 사업 아이디어를 얻거나 발전시킨다는 ‘공유’라는 가치였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러한 협업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사업 모델보단 세계 곳곳으로 공유 오피스 지점을 확장하는, 마치 프랜차이즈와 같이 지점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공유 오피스가 등장하기 이전 우리 사회에도 국가 주도로 공유의 가치를 도입한 기업 커뮤니티가 존재했다. 20여 년 전 구로와 상암동 일대에 세워진 '벤처빌딩'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빌딩 입주자의 커뮤니티를 활용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나누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을 홍보하기도 했고, 실제로 고객사들이 입주한 이후 유사한 커뮤니티 활동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벤처빌딩은 그저 임대 시설일 뿐 ‘공유’라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빌딩 입주 초창기 IT와 같은 산업군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한데 몰려들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각에선 공유라는 가치는 환상일 뿐 공유오피스는 근본적으로 아날로그적인 부동산 임대 사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서울 일대의 한 오피스 임대업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한 건물의 제한된 참여자가 있는 커뮤니티를 통한 협업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유오피스는 공유라는 시대적 키워드를 안고 성장하고 있지만, 오피스의 본질은 결국 효율적이고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업무 공간 활용이라는 데 보다 중요한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