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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소형 은행 신용등급 일제히 하락, 상업용 부동산 위축이 주된 이유로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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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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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고금리 기조로 은행들의 보유 국채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예금 인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해당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줄고 있단 이유에서다. 특히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이 크게 위축되면서 해당 자산의 담보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게 이번 신용등급 하락의 주 배경으로 꼽힌다.

사진=GettyImages

신용등급 무더기로 하락한 미국 중소형 은행들

글로벌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이날 무디스는 BOK파이낸셜, 커머스 뱅크셰어스, 올드 내셔널 뱅코프, M&T뱅크 등 10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은행들의 기존 신용등급이 a1, a2, a3, baa1이었다면, 이번 조정으로 a1은 a2로, a2는 a3로 강등된 셈이다.

무디스의 이같은 신용등급 재조정의 배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정책이 은행의 자산 가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들의 보유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무디스는 "이번 신용등급 재조정의 대상 은행들의 경우, ALM(자산부채관리)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ALM이란 금리 변화에 따른 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기간별로 자산과 부채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종합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무디스의 이같은 발언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은행 자산 중 국채 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 급등으로 소비자들의 예금인출이 크게 늘면서 금융 기관의 자산 건전성이 나빠진 것을 꼬집은 것으로 분석된다.

예금의 규모가 줄고 있는 것도 은행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예금을 대거 인출해 가자, 이에 미국 은행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예금 금리를 앞다퉈 올렸다. 그러나 예금의 절대 규모가 크게 준 만큼, 대출로 받은 이자보다 예금으로 내준 이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상업용 부동산 위축이 불러온 신용 등급 하락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 중소형 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 중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의 위험이 최근 들어 가중된 것을 신용등급 하락의 주 배경으로 꼽는다. 고금리 기조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격근무에 따른 사무실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연이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단 이유에서다. 실제 부동산 분석회사인 그린스트리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미국 상업용 빌딩의 가치는 작년 3월 대비 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담보 대출 사업을 영위하는 은행의 관점에서 담보 자산의 가치가 낮아지면, 그만큼 낮아진 대출 금액으로 인해 이자 수익이 감소하는 한편, 고객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는 등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전반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아울러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는 부분도 이미 그로기 상태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결정타를 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모든 자산가격의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만큼, 장기채 금리 상승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금리 역시 급격하게 끌어올려 미국 은행의 상환 리스크를 가중했다는 것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일 장중 4.198%까지 솟구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4.4224%를 기록한 이래로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오른 이유는 복합적인데, 지난달 28일 일본은행(BOJ)이 YCC(수익률곡선제어) 정책을 시장 기대보다 빠르게 본격화하면서 미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국채에 매력을 느껴 투자처를 옮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데다, 미 당국이 장기 국채를 대규모 발행하겠단 발표가 시장에 퍼지면서 미국채 장기채 금리가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과 영업 이익이 줄고, 결과적으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례로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올해 미국 상업용 및 다세대 건물 담보 대출 총액은 5,040억 달러(약 663조원)로, 지난해 총 8,106억 달러(약 1,066조원)에서 약 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금리 인상 및 경제 불확실성이 해당 예측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도 분석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금융 당국이 금융 시스템이 자본 요건을 끌어올리도록 하는 규제를 발표하면서 이번 신용 등급이 하락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초 SVB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규모 인출에 대한 자체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들에 자본요구비율(capital requirements)을 20% 늘리도록 지시했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로 인해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등 신용 경색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장기채 급등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려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매우 악화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국의 자본 확충 규제를 이행해야만 하는 미국 중소형 은행들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쉽게 말해 자본이 없는데 자본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와중에 금리 인상 전망까지, 증시도 어수선한 모습 보여

심지어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든 현시점에도 여전히 근원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만큼,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여전히 붙들고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초 통화 긴축 정책 목표치인 근원 인플레이션율 2% 진입이 여전히 요원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거둬들인 미국이 경미한 수준의 경기 침체를 겪게 되면, 이는 되레 미국 장기채 금리를 낮아지게 하면서 실물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즉 금리 인상이 타의로든, 자의로든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만약 해당 논리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된다면 최소한 올 하반기까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여파로 신용등급이 낮춰지거나, 낮춰질 예정인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무디스의 신용평가 발표 당일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4.64p 하락한 35,314.49로 마감했다. S&P500지수도 전날보다 19.06p 떨어진 4,499.38로, 나스닥지수 역시 전날보다 110.07p 하락한 13,884.32로 마감했다. 또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전날 대비 59.99p 떨어진 3,679.42로 장을 마쳤다. 이는 하락한 신용등급에 공포를 느낀 투자자들이 제2의 SVB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시장을 대거 이탈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전직 IB 업계 종사자 A씨는 "만약 이번 무디스의 미국 중소 은행들에 대한 신용평가가, 이미 시장에 기대가 반영돼 있는 정보를 뒤늦게 재확인해 주는 정도라면 금융 경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해당 발표가 지방 은행들의 건전성이 심하게 악화됐다는 새로운 정보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라면, 이에 따라 고객들이 이탈하는 등 해당 은행들에 대한 자산 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금융 경제 타격으로 직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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