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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에서도 디지털 보안 기업들의 IPO는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으로 시장의 성장성이 보장돼 있는 데다 중소 규모 기업이 대다수라 성장성 대비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IPO 나선 한싹, 보안업계 흥행 잇나
29일 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망연계 보안솔루션 업체인 한싹이 내달 8일부터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IPO 절차에 나선다. 한싹은 망연계 솔루션을 필두로 패스워드 관리, 통합 보안관제 등을 주요 비즈니스로 전개한 기업으로, 망연계란 보안 수준이 서로 다른 망분리 환경에서 보안영역과 비보안영역 사이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관문 역할을 하는 기술을 뜻한다. 증권가에선 한싹이 국내 시장 점유율 37%에 달하는 데다 최근 10년 간 연평균 22% 이상 매출이 성장한 만큼 올해 이어진 디지털 보안 기업의 IPO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팩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DB) 보안 전문 기업 신시웨이까지 포함하면 올해 IPO에 도전하는 디지털 보안 기업은 6곳에 달한다. 업계에선 디지털 보안 분야 기업의 연이은 흥행 요인으로 크지 않은 공모 규모와 성장성 대비 저평가된 기업가치 등을 꼽고 있다. 디지털 보안 산업은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따라 공공으로 외연이 확산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2021년 보안업계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11.1%였으며, 2021년엔 약 1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성장했다. 2022년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9.6% 증가한 15조4,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됐다.
훈풍 탄 보안업계, 하반기에도 흥행 이어갈 듯
보안업계는 공모주 시장 훈풍을 타고 하반기에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는 "지난 6월부터 신규 종목의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400%까지 확대된 이후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겁다"며 "특히 샌즈랩·모니터랩·시큐센 등 상반기 코스닥에 진출한 보안 업체들이 상장 초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신규 보안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고조돼 있다"고 설명했다.
악성코드 탐지 전문 보안소프트웨어(SW)기업 시큐레터는 지난 6월 29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이튿날인 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8월 상장한 시큐레터는 이메일 보안, 악성코드 진단 솔루션 등을 필두로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100% 넘게 오르며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시큐레터는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도 각각 1,545대1, 1,6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6월 상장한 시큐센도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1,800대 1과 일반 청약 경쟁률 1,932대 1을 기록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시큐센은 인공지능(AI) 기반 생체인증 전자서명 솔루션 기업으로,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205% 급등한 바 있다. 지난 5월 상장한 모니터랩 역시 수요 예측, 일반 청약 경쟁률이 각각 1,715대 1, 1,785대 1에 달했으며, 지난 2월 코스닥에 입성한 샌즈랩도 연초 IPO 시장 한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보안업계 성장성 증대, IPO 자신감도↑
상장 경색으로 다수 기업들이 상장 의사를 철회한 가운데에서도 보안업계가 적극적인 IPO에 나서는 이유는 성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최근 사이버 공격이 폭증하면서 보안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가트너는 올해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 리스크 관리 제품·서비스 지출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서비스·개발인력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이 보안기업의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심의섭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에도 보안기업의 실적이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부각을 받으면서 IPO 시장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안업계에서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을 꾸준히 제시한 게 업계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4일 EU(유럽연합)가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 납품되는 디지털 기기에 SBOM(소프트웨어 자재 명세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사이버보안을 강화하면서 국내에서도 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공통 기준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한국도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이 과정에서 보안업계의 성장성도 함께 담보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이버보안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민간 차원에서의 발 빠른 대응이 주목받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OSA(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최근 LG CNS 등 대기업이 참여한 SBOM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논의에 착수했다. SBOM 협의체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SBOM 의무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인식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디지털 제품을 수입할 때 SBOM 같은 보안 조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주요 선진국이 사이버보안을 강화하는 만큼 한국도 발맞춰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해외시장에서 국내 제품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재편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보안업계 솔루션이 주요 포인트로 자리 잡으면서 업계의 성장성에 추진 동력이 달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