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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아이폰을 업무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소식에 애플의 주가가 3.6%나 급락했다. 현재 전 세계 매출의 19%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애플은 이번 제재로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기술 패권 경쟁에 따른 보복 조치라는 해석과 함께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경우 다른 빅테크에 대한 추가 제재도 나올 거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애플, 중국발 악재에 ‘휘청’
6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중앙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 브랜드의 기기를 업무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WSJ은 중국 정부가 민감한 정보가 국경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이버 안보 차원의 조치를 내렸다고 해석했다.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안보를 이유로 일부 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들의 외국산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한 바 있다. 2년 전에는 군인과 주요 국영기업 직원들의 테슬라 차량 사용을 제한했고, 지난해에는 정부 기관과 국영 기업들로부터 외국산 PC를 자국산으로 교체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미국이 중국의 대표 통신 기업인 화웨이와 틱톡에 내린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는 공무원들의 업무용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까지 화웨이의 5G 무선통신 기기를 전면 퇴출하도록 제재를 가했다.
한편 중국이 자국 내 아이폰 사용 규제를 확대할 것이란 소식에 애플 주가가 3.58% 급락했다. 이는 약 한 달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이에 한때 3조 달러를 넘어섰던 애플의 시가총액도 2조7,760달러(약 2,671억원)로 줄어들었다. 이틀간 감소한 애플의 시가총액만 1,897억 달러(253조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19%, 중국 시장에 의존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제재는 애플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 초 중국을 방문한 팀 쿡 애플 CEO의 발언처럼 “중국과 애플은 공생 관계”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달한다. 지난해 애플의 중국 매출은 742억 달러(약 98조원)로 10년 전인 2012년(238억 달러)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0%로 1위, 2분기에는 17.2%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아이폰이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가 됐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 4,310만 대 가운데 21%는 미국에서 판매됐고, 24%는 중국에서 판매됐다. 그동안 아이폰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으나, 지난 2분기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최대 소비 국가에 올라선 것이다.
중국에서 아이폰 점유율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미국의 제재 등으로 인해 최근까지 판매량이 저조한 상황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불똥, 다른 빅테크 기업으로 규제 확대될 수도
아직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한 어떠한 공식적인 발표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규제 대상 역시 알려진 바가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중국 전 지역에서 아이폰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초석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국영기업에 대한 아이폰 사용 제재로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최대 5%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어쩌면 이번 조치가 자국 기술 사용을 장려하려는 의미에서 내려진 광범위한 조치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경우 미국 빅테크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간 기술 전쟁이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로 번지고 있다”면서 “이미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 매출의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보다 강하게 나온다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휘청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지난 몇 년간 미·중 갈등에 따른 불똥을 우려해 인도 시장으로 생산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 초창기에 불과한 만큼, 중국 시장을 잃을 경우 실적 전반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아이폰15 시리즈를 출시하며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반전을 꾀하고 있는 애플은 이번 규제로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