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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중화권 사모펀드(PE)들의 해외 바이아웃(기업 인수·합병) 거래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에 업계에선 중국의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의 'Sell China'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PE들 또한 해당 여파로 인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바이아웃을 비롯한 투자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올해 들어 자금 조달 난항 겪는 중국 PE 업계
25일 피치북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중국·대만·홍콩·마카오 등 중화권 기반 펀드 매니저들의 총 바이아웃 건수는 38건으로, 69억 달러(약 9조3,532억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가 올해 말까지 계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총 해외 바이아웃 건수는 지난 2년간(2021년, 2022년)의 수치를 훨씬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은 각각 74건(약 21조원), 77건(약 13조3천억원)의 거래가 발표됐다.
이처럼 중국 PE의 해외 바이아웃이 위축세에 접어든 건, 미-중 갈등으로 인해 인바운드(역외투자)·아웃바운드(역내투자) 자금이 모두 틀어막혀 해당 업계 전반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I·양자컴퓨팅·반도체 분야에 대한 중국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업계에선 해당 조치가 중국 첨단 기술 산업의 돈줄을 끊겠다는 저의가 깔려있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작년 9월 미국 행정부는 '미 외국인 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미국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 자본 유입 규제 조치 또한 시행했다. 즉 미국발 '돈줄 옥죄기'에 중국 PE 업계의 지갑 사정이 홀쭉해져 해외 바이아웃 규모 및 건수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 해당 파급으로 인해 중국 PE의 자금 조달 규모는 현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중화권 전체 PE 업계 중 9개 곳만이 총 27억 달러(약 3조6,609억원)의 자금 조달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PE의 자금 조달 규모는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국인 직접 투자는 49억 달러(약 6조6,43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이같은 미국의 투자 규제 외에도, 과거부터 진행돼 온 중국 내부에서의 몇 가지 경제·정치적 사건들 또한 자국 PE 업계의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중국이 '네거티브 리스트'를 2020년 도입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Ex-China' 기조에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다. 네거티브 리스트란 특정 섹터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으로, 당시 해당 제도 도입으로 중국 당국은 농업·제조업·금융업 등 부문에 외국인지분을 크게 제한한 바 있다. 또한 같은 해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자회사인 앤트그룹 상장을 규제하면서, 앤트그룹에 투자한 글로벌 PE 칼라일그룹, 워버그 핀커스의 엑시트(투자금회수)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자금 회수 장벽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해외 출자자들이 중국 투자를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존재감 뽐내는 PE들도 존재
이같은 중국 대내외적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중국 PE 업계도 더러 존재한다. 일례로 홍콩에 기반을 둔 오스터 캐피탈(Auster Capital)은 올해 최대 규모인 15억 달러(약 2조343억원)의 프랑스 소프트웨어 회사 A2Mac1 바이아웃에 참여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또한 홍콩 PE인 BPEA EQT도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스포츠 교육 회사 IMG 아카데미를 12억5천만 달러(약 1조6,955억원)에 인수했다. BPEA EQT는 스웨덴 EQT의 아시아 PE 계열사로, 지난 5년간 중국 기반 PE 중 아웃바운드 투자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