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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감소 중인 전기차 판매량에 더해 대대적인 할인 정책을 펴는 해외 전기차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일부 전기차 모델의 경우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테슬라와 BYD(비야디) 등 전기차 업체 간 가격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아이오닉5 400만원, EV6 484만원 할인
25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다음 달 초부터 올해 말까지 ‘EV세일 페스타’를 통해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종별 할인 혜택은 정상가 기준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에 각각 400만원, 코나EV에 200만원의 할인이 제공된다.
기아의 경우 EV6 구매 시 384만원, 니로 EV와 니로 플러스에는 144만원의 할인을 적용한다. 여기에 월별 재고 할인까지 더하면 EV6는 최대 484만원, 니로 EV는 344만원, 니로 플러스는 444만원까지 할인받아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레이 EV의 경우 개인 및 개인사업자 출고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가격 15만원 할인 및 15만원 캐시백을 통해 약 30만원 상당의 6개월 치 충전요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KG모빌리티도 신형 전기차 토레스 EVX의 가격을 인하했다. 사전계약 당시 4,850만~5,200만원이었던 토레스 EVX의 가격은 최대 200만원가량 인하한 4,750만~4,960만원으로 낮아졌다. 제조사 및 정부 지원보조금을 모두 받을 경우 실구매가는 3,000만원대로 크게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는 여전히 충전 등의 인프라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판매를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차종”이라면서 “보조금 확대 정책에도 여전히 내연기관차보다 가격과 안전 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용층이 크게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전기차, 이미 살 사람은 다 샀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할인 폭을 키운 데는 최근 줄어든 전기차 판매량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5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전기 승용차의 누적 판매량은 6만7,654대로 전년 동기(7만1,744대)보다 5.7% 줄었다. 특히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량(국산·수입 합산)은 9,55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1%나 급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총 434만2,4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했다. 2021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115.5%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61.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 둔화가 가시화된 셈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 저조의 배경으로는 해외 전기차 제조사들의 대대적인 할인 정책이 거론된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오는 10월 말 부분변경 폴스타2 출시를 앞두고 기존 폴스타2의 가격을 최대 1,188만원 낮추기로 했다. 테슬라 역시 이달부터 모델S와 모델X의 국내 판매가격을 낮췄다.
일각에선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구매하는 얼리어답터 대부분이 전기차를 구매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차를 빨리 구매하려는 얼리어답터 비율은 15% 수준”이라면서 “지난해 국내 전기차 비율이 14%를 넘어선 걸 감안하면 얼리어답터 대부분이 이미 전기차를 샀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지금 중국에선 전기차 할인 '전쟁'
전기차 할인 경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선 올해 연초부터 테슬라와 BYD 등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자동차 업체들 간 가격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가장 먼저 시작한 건 테슬라였다.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 BYD에 중국 내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테슬라는 올해 1월 모델Y와 모델3 가격을 6~13.5% 할인했다. 당시 모델 Y는 4,000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대비 43%나 저렴해졌고, 그 결과 1월 중국 내 판매량이 6만6051대로, 작년 12월(5만5796대) 대비 18% 늘어났다.
테슬라가 판매량을 늘리자 중국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BYD는 지난 3월부터 일부 차종을 최대 8,888위안(약 164만원) 싸게 팔았고, 창안자동차도 최대 10만2,000위안(약 1,900만원) 가까이 가격을 낮췄다. 이후에도 할인 경쟁이 계속되자 급기야 지난 7월 7일 테슬라와 BYD를 비롯한 중국 내 전기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가격 할인 자제 합의 서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앞선 가격 인하 자제 합의가 이뤄진 지 하루 만에 일부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이 서약을 파기했다. 당시 합의 파기를 주도한 중국 자동차협회는 "테슬라를 포함한 16개 글로벌 자동차회사가 비정상적인 가격 책정을 피하기 위해 중개한 서약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 전기차 할인 경쟁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달 23일 한 차례 가격 인하에 이어 이달 2일에도 모델 S와 모델 X의 중국 내 판매 가격을 추가 인하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모델 S와 모델 X의 가격 인하 폭은 각각 5만6,000위안(약 1,030만원)과 9만8,000위안(약 1,810만원)으로, 인하 이후 판매 가격은 모델 S가 69만8,900위안(약 1억2,900만원), 모델X는 73만8,900위안(약 1억3,600만원)으로 각각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