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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없이 뛰는 美 국채 금리, 부동산·증권 시장 줄줄이 빨간불 단기 채권에 몰리는 투자 수요, 달러라고 '무적' 아니었다 차후 美 국채에 자금 몰릴 가능성, 국내 기업들 자금 마련 어쩌나
미 국채 금리가 매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로 꼽히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8일 오전 3시경(미 동부시간 기준) 연 4.91%까지 뛰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9% 선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장기채 금리가 치솟자 미국 부동산·증권 시장은 줄줄이 얼어붙었다. 고금리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며 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크게 가중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차후 해외 자본 조달 측면에서 국채 금리 급등의 '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치솟는 美 국채 금리, 부동산 시장 급랭
채권 금리 급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미국의 소비 호조가 지목된다. 당초 월가에서는 여름철 반짝 특수가 끝난 뒤 학자금 대출 상환 개시와 함께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7,049억 달러(약 955조원)로 전월 대비 0.7% 증가했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였던 0.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연착륙 기대가 실리자 채권 금리는 고공 행진했고,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역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기지 전문매체 모기지뉴스데일리의 일간 집계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이날 8.00%를 기록했다. 미국 모기지 금리가 8% 선을 돌파한 것은 2000년 이후 이번이 최초다. 대출 금리 부담이 가중되자 주담대 수요 역시 급감했다. 19일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 발표에 따르면, 주간 주담대 신청 지수는 지난주 대비 6.9% 하락한 166.9를 기록했다. 1995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출 수요가 줄자 미국 주택건설 시장에도 자연히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미국 주택건설업협회(NAHB)와 웰스 파고가 공동 산정해 발표한 9월 주택건설신뢰지수는 40으로 전월에 비해 1포인트 내리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50) 미만일 경우 주택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흔들리는 시장, 투자자들의 움직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채권 투자 펀드들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3.4%로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 정부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등 외국인 투자자의 미 국채 수요가 감소하며 채권값이 하락한 영향이다. 투자자들의 수요는 금리 인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높은 캐리(보유 이익)를 기대할 수 있는 단기 채권에 몰리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5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32.57p(0.98%) 하락한 3만3,665.08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8.60p(1.34%) 떨어진 4,314.6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9.45p(1.62%) 하락한 1만3,314.30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안전자산' 미국 장기채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미 달러화에 대한 장기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미 달러화 '국제 결제 체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불안정한 미국 투자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피하고, 최대한의 수익을 낼 방법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 국내 영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을 4.6%에서 5.1%로 인상,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일에는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금리를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서 얼마나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은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불안에 휩싸였고, 이에 국내에서도 대출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한은은 "우리 가계·기업대출 금리는 1년 이하 단기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회사·은행채 발행 만기도 3년물 이하로 짧다"며 "최근 중·단기금리는 미국 금리와 동조화 정도가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의 여파가 우려에 비해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미국 국채가 고금리 상태를 유지할 경우,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로 유입되는 투자 자금이 눈에 띄게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국내 기업의 해외 자본 확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리나라는 단순 대출 금리 상승 이상의 경제 충격을 겪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