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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최강자' 테슬라, 전년 동기 대비 62.7% 성장 현대차그룹, 폭스바겐·스텔란티스와 어깨 나란히 미국 전기차 시장 활성화 앞두고 신차 출시 박차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인도된 전기차가 약 350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가격 인하 정책을 내세운 테슬라가 22.3%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10.6%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했다.
현대·기아 10.6% 점유율 기록
23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8월 비(非)중국 시장의 그룹별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테슬라가 전년 대비 62.7%의 성장률을 보이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 초부터 시행한 가격 인하 정책과 주력 모델인 3, Y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그룹은 13.5%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42.2%의 성장률로, 해외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 조건을 갖춘 ID.4를 비롯해 아우디 E-Tron 라인업의 꾸준한 판매량이 폭스바겐그룹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3위는 스텔란티스그룹으로 피아트 500e, 지프 랭글 4xe 등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두 우수한 판매량을 유지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과 기아의 EV6, 니로를 앞세워 10.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판매 대수는 약 37만4,000대로 3위를 기록한 스텔란티스그룹(약37만5,000대)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며, 전년 동기 대비 12.0%의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차가 올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간 가운데 아이오닉6의 글로벌 판매 확대를 비롯해 새롭게 출시된 코나(SX2)일렉트릭과 기아 EV9, 레이EV의 판매가 개시된 만큼 현대차그룹의 추가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해외 브랜드 중 두 번째로 IRA 지급 조건을 충족한 X5 xDrive50e 모델을 앞세운 BMW는 5위에 올랐고, 중국 내수시장 강자로 꼽히는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은 유럽과 아시아(중국 제외) 지역에서 MG 브랜드 MG-4, MG-5, ZS 등 모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9위를 기록했다. SAIC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1.9%로, 전년 대비 140%의 성장률을 보였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의 주요 자동차 그룹들은 각국의 세분되는 정책을 비롯해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배출 규제, 미국의 대선과 파업 등 다수의 불확실 요소 속에서도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에 무게를 두며 지속적인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며 “이는 자국 보호 정책을 통해 현지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밖으로는 발 빠른 대응전략으로 무역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주력 모델 앞세워 시장 장악한 테슬라
2008년 최초의 전기차 로드스터를 출시하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테슬라는 줄곧 시장 1위의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1위는 테슬라 모델Y며, 판매량은 77만여 대로 2위 BYD 송플러스(47만여 대)를 크게 앞질렀다. 테슬라의 모델3(47만여 대)와 우링의 홍광미니EV(42만여 대)가 3위와 4위를 기록하는 등 10위권 내에서 테슬라와 중국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진 가운데 유럽산 전기차 중에는 폭스바겐 ID.4(17만여 대)가 유일하게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BYD, 우링, 창안 등 대기업은 물론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 중소 제조업체가 급성장하면서 저가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다만 300여 종에 달하는 중국산 전기차 라인업 대부분이 자국 내 소비에 의존하고 있어 각국 전기차 업체의 가장 큰 견제 대상은 테슬라로 좁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품 다양화로 미국 시장 '정조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다.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가운데 유럽과 북미 등도 해마다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IEA는 올해 전 세계에서 약 1,400만 대의 전기차 판매가 이뤄지고 점유율은 약 18%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아이오닉과 EV6 등 주력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현대차그룹의 미래는 어떨까. 현대차그룹은 올해 8월까지의 신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집계한 조사에서 4.3%의 점유율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 7위를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0.6%로 4위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 업체들이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점유율을 석권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 수요의 60%가량이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데, 이를 중국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아직 중국 시장 성장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어 양적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과 압도적 시장 선두 기업인 테슬라를 제외하면 전통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에 결코 밀리지 않는 성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 전기차 판매량 조사에서 순수 전기차 외에 PHEV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PHEV를 건너뛰고 곧장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주력 중인 현대차그룹이 보이는 것 이상의 성적을 기록 중임을 시사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제품 다양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출시된 기아 레이EV에 이어 내년 하반기 현대 캐스퍼 파생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노조의 동의를 거쳐 이들 소형 전기차의 해외 생산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기업은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소비가 활기를 띠면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