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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이다. 특히 여름철 기상 이변, 추석 효과 등으로 인해 농축수산물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른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농축수산물 및 원자재를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는 3개월 연속 그대로인 점에 주목, 통제할 수 있는 범위 한에서 우리 경제의 물가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렇다 보니 우리 경제 물가의 추후 향방은 결국 국제 유가 움직임에 달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유가는 3개월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석유를 둘러싼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된다면 국제 유가 또한 다시 치솟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국제 유가가 전반적인 물가 밀어 올렸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수치며,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그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 6.3%로 정점을 달성한 뒤 올해 7월 2.3%까지 내렸다가 8월에 다시 3.4%로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상승률 오름세를 사실상 견인한 것이다. 9월엔 4.9%에 그친 모습이다. 석유류값 하락 폭이 지난 7월 -25.9%, 8월 -11.0%인 반면, 9월엔 4.9%에 그치면서 석유류값 하락세가 둔화했고, 이로 인해 역으로 전체 물가상승률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지난 7월 -1.49%포인트에서 8월 -0.57%포인트, 9월 -0.25%포인트로 감소했다. 이에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가격의 하락 폭이 둔화했다"며 "국제 유가에 따라 앞으로 물가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게 오른 농축수산물 가격, 비경상적 요인에서 비롯
농축수산물도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이중 농산물이 7.2% 오르며 지난해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사과(54.8%), 복숭아(40.4%), 귤(40.2%) 등 신선과일류가 24.4% 오르며 2020년 10월(25.6%) 이후 최대 상승폭을 그렸다. 신선과실은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과실 품목들을 의미한다. 한편 생강(116.3%), 당근(37.2%), 쌀(14.5%) 등 가격도 크게 뛰었다.
다만 이같은 농축수산물 가격의 오름세는 여름철 기상 악화, 추석 기간 해당 품목 수요 급증 등 비경상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김보경 심의관은 "과실류의 상승폭이 컸는데, 이는 사과나 복숭아의 경우 생육 초기에 여름철 기상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출하량이나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일부 수입 과일의 수입량이 감소한 것도 농산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한편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국제 원자재 관련 품목을 제거함으로써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근원물가지수는 3.8% 오르며 전달 대비 0.1%포인트 축소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9월 상승률은 3.3%로 3개월(7월 3.3%, 8월 3.3%) 연속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김웅 한국은행 부충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에도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한 가운데,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전월에 이어 오르면서 8월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수요측 압력 강화, 기저효과 등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결국 추후 국제 유가 움직임이 관건
이번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정리해 보면 전반적으로 소비자물가는 올랐으나, 이는 국제 유가 상승과 기상 악화, 계절적 요인(추석 효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농산물·원자재 등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요인을 제외하고 물가를 살펴보는 OECD 9월 근원물가 지수의 경우, 3.3%로 3개월 연속 고정된 상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소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물가는 비교적 관리가 잘되고 있는 상황이며, 결국 외부 요인인 국제 유가 움직임에 따라 향후 우리 경제 물가의 방향 또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는 최근 들어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분은 배럴당 88.82달러(약 11만9,563원)로 전 거래일 대비 -2.17% 하락했다. 반면 지난 6월 중순 배럴당 67달러(약 9만180원) 선에서 지난달까지 30% 이상 급상승해 93.7달러(약 12만6,11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유가 추후 향방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중국의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석유 제품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양상이다.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중국의 하반기 항공유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유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미 연준(Fed)의 고금리 정책 장기화로 인해 실물경기 하강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2021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이후 파산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발 중국 경기침체가 유력한 점도 유가 하락론의 주요 근거다. 헝다는 지난달 중국 내 위안화 채권 원금 및 이자를 포함한 총 40억 위안(약 7,484억원) 상환에도 실패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WTI 원유의 11월 인도분 가격은 88달러(약 11만8,445원)를 넘나들고 있는 데 비해, 내년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81~82달러(약 10만9,141원~11만489원)에 그친다. 즉 선물시장의 기관투자자들과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내년 봄 유가 하락에 배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씨티그룹도 지난 3일 발표한 4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으로 74달러(약 9만9,705원)을 점친 바 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 및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 산유국의 감산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는 하루 최대 생산량이 1,225만 배럴에 달하지만, 지난 8월 생산량은 하루 평균 898만 배럴에 그쳤고, 최소한 올 연말까지 감산을 유지할 계획이다. 심지어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관련 설비 투자가 지연되면서 생산 차질이 강하게 예상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셰일가스 기업 콘티넨털리소스의 CEO 더그 로러는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탐사 장려 정책을 추가로 내놓지 않으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약 20만2,132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