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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 불어온 주식시장, 美 금리 하락 가능성↑? "지나친 낙관론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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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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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에 시장 기대감↑, "고용 지표도 둔화 흐름"
연준 "인플레이션 안 잡히면 금리 인상 가능성 있어"
제각각 노는 시장 전망, "결국 완전한 정답은 없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모습/사진=연준 유튜브 채널 캡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로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기관 투자가들이 이에 앞서 국채금리 하락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 금리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무이표채(Zero Coupon Bond)를 대거 매입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금리 인하는커녕 오히려 금리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무이표채 규모 '급증', "금리 인하 기대감 커져"

7일(현지 시각) 미 재무부는 지난달 미국 채권시장에서 발행된 무이표채 규모가 130억 달러(약 13조4,518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월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무이표채 발행 규모가 급증하면서 무이표채 규모 총액도 4,580억 달러(약 5,97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기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무이표채는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를 채권시장 딜러가 조정해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으로, 재무부는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각각의 채권으로 시장에 유통하는데, 이를 '국고채이자원금분리제(스트립스)'라고 한다. 만기까지 이자 지급이 없는 무이표채는 이자율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국채에 비해 크다. 재투자할 이자가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반대로 이자가 인하하면 수익성이 가장 높다. 이에 업계에선 기관 투자가들이 금리 하락을 미리 예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글로벌 증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면서 훈풍이 분 셈이다. 이 같은 기대감이 퍼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연준이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단 점이다. 긴축 종료를 시사하는 듯한 메시지를 함께 내놓은 점도 시장 기대감을 높였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거론하며 "이는 지난여름 이후 광범위한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금리가 꽤 올라 충분히 긴축이 됐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엔 신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그 결과 지난달 연 5%를 넘나들면서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줬던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연 4.5%대로 떨어졌다.

두 번째는 뜨겁게 불타던 미국 내 고용시장이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나온 미국의 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일자리는 전달 대비 15만 개 늘어 전달 증가 폭(29만7,000개)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실업률도 3.9%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파월 의장은 ‘데이터’를 보고 추가 긴축 여부를 판단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고용 지표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인 것이다. 과열됐던 고용 시장이 주춤하고 경기가 감속하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은 그만큼 낮아지게 마련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10월 고용보고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캠페인이 끝났음을 확인시켜 준 경제지표"라고 평가했다. 이에 금리 인하 전망까지 커지고 있다. 에릭 놀런드 시카고상업거래소그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2분기에서 4분기 사이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점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사진=Adobe Stock

" 연준 매파적 기조 여전, 오히려 금리 인상할 수도"

다만 일각에선 "금리 인하 기대는 지나친 낙관론"이라며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지난 3일 투자노트에서 "내년 1월 연준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10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프랭클린템플턴의 소날 데사이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금리 인하를 시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연준 측의 매파적 기조도 여전하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긴축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을 확실히 확인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며 "게다가 지속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최근 놀라운 데이터 등을 고려할 때 경제 상황과 자신의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상 앞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이 정체되거나 적시에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내려가지 않는 한 향후 추기 금리 인상을 기꺼이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이 존재함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8월 있었던 서학개미들의 '대실패'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시장에선 미국 초장기채 금리가 고점에 달했단 분위기가 짙어지며 장기 채권 ETF 투자가 주목받고 있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연초 이후부터 8월 말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상장 ETF 종목은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티커명: TMF)'였다. 'TMF'는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데, 장기물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 차익의 3배를 추종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 ETF에 대량 투자한 이유는 채권 금리가 고점에 달해 곧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의 선택은 두 번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이로 인해 시장엔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다시금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고, 결국 ETF는 '반토막'이 났다. 특히 TMF의 주가는 연초 8.03달러(약 10,400원)에서 간밤 4.30달러(약 5,600원)로 장을 마감하면서 연간 46%가량 내렸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신저가다. 특히 장기채 금리 급등으로 레버리지 상품은 완벽히 '지하실'을 향했다. 간밤 미국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TMF 중가는 하루 동안 6.52%가량 하락했다. 지난 10월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 중 4.8%를 뚫으며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으며, 30년물 국채금리도 4.95%를 기록하며 역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지표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여건은 생각보다 견조한 상태다.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를 지냈던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 소장은 "고금리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연준은 내년 말에나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도 "연준은 최대 0.75%p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되다 내년 6월께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결국 향후 금리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변동성에 대비한 투자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내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로 밀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국채금리 변동성 확대 국면을 피할 수 있는 투자 자산은 단기채가 맞지만, 추가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완전한 정답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상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벗는 게 좋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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