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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법인 AMPC 보조금 최대 85% 요구
가동 앞둔 공장 ‘줄줄이’, 보조금 확대 예고
북미 진출 앞둔 국내 배터리 업체들 촉각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오랜 동행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에 현지 배터리 합작법인이 받은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보조금의 85%가량을 배당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합작법인에 대해 GM이 보유 중인 지분인 5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미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수익 확대 꿈꾼 LG엔솔, 도리어 역효과 걱정
1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최근 LG엔솔에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받은 AMPC 보조금의 최대 85%를 배당 형태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AMPC는 자국에서 배터리를 생산 및 판매하는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 제도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를 두고 현지에서 생산 및 판매한 배터리 셀(㎾h당 35달러)과 모듈(㎾h당 10달러)에 대해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GM과 LG엔솔은 2019년 얼티엄셀즈를 설립하며 각 1조원을 출자, 이후 단계적으로 총 2조7,000억원을 절반씩 투자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같은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의 AMPC 분할 비율 역시 50:50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GM이 돌연 85%까지 요구하고 나선 탓에 LG엔솔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작법인 설립이 오랜 논의 끝에 이뤄진 만큼 LG엔솔 입장에서는 GM의 요구를 단박에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익 확대를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 프로젝트에 나선 LG엔솔이 손실 리스크를 키우는 역효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LG엔솔은 “AMPC 분배는 현재 협상 중인 내용이며, 구체적인 입장은 밝힐 수 없는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LG엔솔과 GM은 2019년 합작 법인 설립 후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활발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260만㎡(약 7만8,000평) 규모의 오하이오 공장에서 GM의 전기차용 배터리 및 모터 아키텍처 플랫폼 배터리팩 생산에 돌입했으며, 현재 테네시주와 미시간주에도 동일한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테네시 공장은 2024년 1분기 가동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미시간 공장은 같은 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업이익 웃도는 미 정부 보조금, GM은 ‘견물생심’?
GM의 AMPC 공유 요구에 대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현지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회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신경전의 배경으로 미 정부의 ‘파격’에 가까운 대규모 AMPC 보조금이 지목된다. 현재 가동 중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공장의 생산량은 약 41GWh로, 업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얼티엄셀즈가 올해 미국 정부로부터 약 7,640억원의 AMPC를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테네시 공장과 미시간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내년에는 AMPC도 2조4,100억원 수준으로 급증한다.
지난해 LG엔솔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2,137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AMPC가 지난해 수익을 2배 가까이 상회하는 셈이다. 나아가 GM과 LG엔솔이 꾸준히 합작법인을 통한 미국 내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인 만큼 AMPC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GM의 요구가 전해지며 시장에서는 실제 LG엔솔이 손에 쥐는 혜택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 손잡은 LG엔솔이 북미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서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번 GM과의 협상에서 이같은 규모의 경제가 실제 플러스 요인이 될지 판가름 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