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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울면서 매물 내놨다, 서울 외곽 지역 집값 하락세 강남 3구는 탄탄하게 버텨, '중심-외곽' 가격 격차 또 벌어졌다 서울-지방 부동산 양극화도 여전, 집값 10억 이상 차이나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영끌 매수(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를 단행한 집주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영끌 수요가 몰렸던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 집값이 미끄러지면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집값은 2.95%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히 서울 외곽과 중심지의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강남 3구는 오르고, 외곽 지역은 내리고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외곽 지역은 지난해 '혹한기'를 겪었다. △도봉(-8.95%) △관악(-8.56%) △강북(-7.58%) △구로(-7.33%) △노원(-6.98%) 등 대다수 지역의 집값이 미끄러지면서다. 업계는 특히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중심지와 외곽 지역의 시장 분위기 차이에 주목한다. 노원·도봉·강북과 강남 3구의 평균 집값 차이는 지난해 16억9,113억원으로, 2022년(16억7,236만원) 대비 2,000만원가량 벌어졌다. 금천·관악·구로와 강남 3구와의 격차 역시 16억970만원으로 2022년(15억7,116만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부동산R114는 외곽 지역의 하락 거래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특히 높았다고 설명한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이자 상환 부담이 급증, 급매물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호황기 '영끌' 수요가 몰린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자금 조달 여건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이에 더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서민 대상 부동산 정책 대출이 종료된 점 역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강남 3구를 비롯한 고가 아파트 시장은 이미 대출 규제가 촘촘하게 자리하고 있는 만큼, 시장 여건이 악화하더라도 집값에 큰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차후 서울 중심지와 외곽의 집값 양극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실제 20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주택 가격에 의한 주거지 분리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가격에 따른 주거지 분리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 '공간 지니계수'는 0.38에 달했다. 소득 불평등 분야에서 지니계수는 0.4 이상일 때 심한 불평등으로, 0.3 이상∼0.4 미만이면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서울 각지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까지 치달았다는 의미다.
"너흰 그래도 서울이잖아" 가라앉는 지방
부동산 양극화는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격차 역시 좀처럼 메꿔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청약 시장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9월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는 총 446건으로, 전년 동기(55건) 대비 8배가량 증가했다. 서울의 청약 1순위 평균 경쟁률은 66.3대 1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경쟁률은 9.8대 1을 그쳤다. 서울 외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꽁꽁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 역시 눈에 띈다. 지역 간 가격 격차는 지난 2017년부터 눈에 띄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2017년 5억2,189만원 수준이었던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는 △2018년 7억62만원 △2019년 7억9,550만원 △2020년 9억5,582만원 △2021년 11억984만원 △2022년 10억6,855만원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10억원 이상의 격차가 수년째 지속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주택시장 양극화가 고착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거주 선호, 지방의 인구 감소 등 고질적인 문제가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역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차후 지역 간 부동산 시장 격차가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고금리 부담, 다주택자 규제 등의 영향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 아파트에 수요가 쏠리는 한편,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