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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거래 신고제 도입 이래 최저치 매수자 우위 시장 한동안 지속 전망 공급 제한 가시화, 시장 과열 우려 커져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 중 신고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이 가라앉으며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충분한 공급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더 큰 폭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역대급 호황’ 2021년 대비 6분의 1 수준 급감
22일 부동산 분석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37만8,183건으로 전년(25만8,591건) 대비 약 46% 증가한 가운데 이 가운데 신고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14일까지 집계 기준 신고가 거래 비중은 3.9%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2021년 신고가 비중이 23.4%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약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고가 거래량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토대로 동일 단지 내 동일 면적의 과거 최고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사례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지역별로는 제주(21.1%)가 올해 신고가 매매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서울(9.1%), 강원(4.8%), 전남(4.6%), 부산(4.4%), 충남(4.4%), 인천(4.4%) 등 순을 보였다. 이 가운데 강원과 부산, 대전(3.3%), 대구(1.3%) 등 4개 지역은 주택 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신고가 비중을 기록했다. 서울의 지난해 아파트 신고가 거래는 총 3,084건으로 전년(3,295건)보다 211건 감소했다. 신고가 거래 비중은 27.5%에서 18.4%p 낮은 9.1%를 기록했으며, 신고가 거래 비중이 52.6%로 치솟았던 2021년보다는 43.5%p 떨어졌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고금리 영향, 부동산 시장 내 높아지는 불확실성과 이에 대한 수요자들의 심리적 저항 등이 맞물리며 신고가 비중의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직방은 “2006년 주택 거래 신고제를 도입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6.6%) 이나 부동산 경기가 위축됐던 2013년(6.7%)에도 신고가 비중이 5%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며 “거래 활력이 떨어지면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신고가 거래가 줄어드는 형상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장 정상화 과정에 있어, 공급 부족 및 가격 급등 대비해야”
부동산 시장이 물건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가격 하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비교해 0.01%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 가격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하락하며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었다. 대단지 중소형 아파트 가격 하향이 전제 매매가 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지역별 매매가 변동률은 도봉구와 중구, 중랑구가 각각 0.05%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그렸고 송파구와 양천구, 영등포구는 각각 0.02% 하락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부동산 시장의 하락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1년 정점을 찍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조금씩 사그라지며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반등 직전까지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것이란 설명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3.4% 하락한 전국 집값은 올해 1.5%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과 내후년 대규모 공급부족이 예견돼 있어 공급 적정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주산연에 의하면 2018부터 2022년까지 연간 평균 입주 물량은 37만4,000가구였지만, 올해는 32만8,000가구로 예상된다. 최근 5년의 평균 입주량과 비교해 5만 가구 가까이 부족한 셈이다.
예년보다 턱없이 낮은 인허가 물량도 공급 부족을 전망하게 하는 요소다. 지난 2022년 전국 주거용 건축물 인허가 물량은 4만2,724가구로 최근 10년간 평균치인 7만4,416가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통상 인허가 이후 착공 및 분양까지 2~3년이 걸리고, 분양 후 공사 기간 3~4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25년 하반기부터 공급 감소로 인한 시장의 혼란이 본격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주산연은 “청약제도 및 가점제 단순화, 의무거주기간 폐지 등을 통해 공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