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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올 1분기 중국 판매량 급감
중국 시장 고전에 주가도 하락세
애국소비가 부른 애플 침체, 자구책도 무용지물
올해 1분기 중국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토종업체인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다. 중국산 스마트폰이 ‘애국 소비’ 열풍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며 아이폰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0%가량 곤두박질쳤다.
애플 주가, 올해 들어서만 10%↓
24일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약 1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흐름이 좋았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이라 불리는 대형 기술주 7개 가운데 가장 작은폭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주가가 상승률은 48.2%에 달한다. 이는 시장 수익률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 24%의 2배에 이르는 높은 상승세였다.
덕분에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14일 197.8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3일 마감가(166.82달러)는 사상 최고치에 비해 17%가량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팀 쿡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 5명은 이달 들어 애플 주식 7,000만 달러(약 958억원) 이상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자들의 주식 매각은 이미 사전에 계획된 것이기는 하지만, 애플의 주가 반등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전조로 해석된다.
아이폰 1분기 중국 판매량 19% 감소, 코로나19 이후 최저
애플의 주가 하락 원인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애플에 있어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지난해 4분기에 애플 매출의 약 17%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에서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급감하면서 애플의 실적과 주가에도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23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전 분기에 비해 1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이로써 중국 모바일 시장 점유율도 3위로 떨어졌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경쟁사인 화웨이 테크놀로지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욱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이 있는 1분기는 전통적으로 아이폰 소비가 급증하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매출마저 곤두박질했다는 점은 애플로서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매서운 14억 애국소비 열풍
애플의 부진은 중국인들 사이에 부는 자국산 스마트폰 구입 열풍, 즉 '애국소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같은 기간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무려 69.7% 급증했고 시장 점유율도 1년 전의 9.3%에서 15.5%로 뛰며 4위로 뛰어올랐다. 1위 자리 역시 중국 업체 비보가, 2위도 중국 애국소비의 선봉에선 화웨이의 중저가 브랜드 아너가 차지했다.
지난 5년간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로 고사양 반도체 등 핵심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온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면서 애플은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독식해 왔다. 하지만 화웨이가 지난해 9월 자체 개발한 고사양 반도체를 장착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이를 계기로 중국인들 사이에선 아이폰 대신 화웨이 등 자국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애국소비가 불붙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아이폰 금지 조치를 확대한 점도 애플 매출 감소를 부추겼다.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 당시 애플도 아이폰15 시리즈를 새로 내놨지만 중국인들의 애국소비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에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은 중국에서 여러 차례 아이폰 가격을 낮추는 등 자구책을 내놨으나 이와 같은 노력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