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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 떠안은 명신, 전기차 사업 철수 본격화
"사업 시작부터 삐걱" 연이은 계약 무산이 발목 잡아
에디슨모터스·대창모터스 등도 성과 창출 실패
전북 군산에서 전기차를 위탁 생산하며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견인하던 기업 ㈜명신(이하 명신)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군산형 일자리 1차 3개년 계획이 지난 3월 종료된 가운데, 부진한 사업 성과가 목을 옥죈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사업 발 빼는 명신
29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명신은 최근 5년 동안 부진에 시달린 전기차 생산을 중단, 사업 철수 계획을 수립했다. 명신의 지난해 매출액은 1,752억원으로 2022년(2,151억원) 대비 22.8% 감소했다. 명신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서 전체 고용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이다. 명신이 철수하면 관련 사업은 사실상 실체를 잃게 된다는 의미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등을 계기로 시작됐다. 사업은 제조·판매 등 전기차 생산 과정 전반을 중견·중소기업에 일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완성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성격인 셈이다. 명신,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코스텍 등이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
정부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11조4,671억원의 생산효과와 2조8,149억원의 부가가치, 3만9,899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정부·전북도·군산시는 사업이 첫발을 뗀 이후 3년간 인건비와 연구개발(R&D) 지원금, 인력 양성을 비롯한 16개 관련 사업에 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악재만 쌓였다' 군산형 일자리의 악몽
군산형 일자리 1차 3개년 계획은 올해 3월 말 종료됐다. 문제는 성과다. 사업 참여 기업의 총투자액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3,045억원에 그쳤다. 일자리(530개)는 목표치의 30.9%, 위탁 생산량(4,292대)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사실상 정부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막대한 정부 투자금의 활용처부터가 잘못됐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위해 투입된 막대한 예산 대부분은 기반 인프라 조성에 사용됐다. '기초'만 다지다가 정작 성과는 내지 못한 셈이다.
사업 참여 기업들의 불안정한 경영 상황 역시 패인으로 꼽힌다. 명신은 2019년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턴과 5만 대 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의 첫발을 뗐다. 그러나 바이턴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며 계약이 흔들렸고, 군산형 일자리 사업 성사 자체가 어려워졌다.
휘청이던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명신이 2022년 중국판 테슬라인 패러데이퓨처와 8만 대 규모 전기차 위탁 생산 계약을 맺으며 겨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패러데이퓨처가 사전 계약 물량을 부풀렸다는 사기 논란에 휩싸이며 계약이 흐지부지됐고, 같은 해 따낸 이집트 국영 기업과의 계약 역시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투자와 고용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명신은 결국 지난해 정부와 전라북도, 군산시로부터 받은 보조금 87억원을 반환해야 했다.
여타 참여 기업에도 '먹구름'
또 다른 사업 참여 기업인 에디슨모터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디슨모터스는 주가 조작 사건에 휘말리며 성장 동력을 잃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2021년 10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쌍용차의 인수합병(M&A)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 인수 대금 잔금을 치르지 못해 이듬해 3월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계약 해지 이후 쌍용차 인수전에서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수행했던 에디슨모터스 산하 스마트솔루션즈(구 에디슨EV)의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경영진이 쌍용차 인수를 호재로 내세워 에디슨EV의 주가를 띄우고 1,62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2022년 10월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후 에디슨모터스는 2022년 11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해 11월 KGM커머셜로 인수됐다.
이들 기업과 함께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대창모터스의 경우,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군산 공장 준공 시점이 사업 만료 이후로 밀렸다. 사실상 정부가 계획한 기간 내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 곳은 부품 업체인 코스텍뿐이며, 이마저도 본 사업이 아닌 시범 사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