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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실적 위기’ LG생활건강, 로레알 출신 CEO 영입해 돌파구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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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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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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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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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화장품 사업 적자
에이피알에 시총 추월 등 부진
‘탈중국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 과제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사진=LG생활건강

‘K뷰티 원조’ LG생활건강이 정기인사를 앞두고 새로운 수장을 전격 투입했다. 주력인 화장품 부문이 중국 시장 의존 심화와 면세 채널 부진으로 2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자, 글로벌 전략가를 영입해 위기 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인사가 이례적인 것은 시기 때문이다. 통상 LG그룹은 11월 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지만 LG생활건강은 이보다 두 달이나 빨리 수장 교체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단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으로, 신임 사장이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브랜드 전문가' 이선주 영입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이 신임 사장은 화장품 업계에서 30년 동안 몸담으며 키엘, 입생로랑, 메디힐 등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낸 마케팅 전문가이자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로레알 코리아 홍보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시작해 입생로랑과 키엘 브랜드 총괄매니저를 맡아 한국을 미국에 이은 글로벌 매출 2위 나라로 끌어올렸다. 이 성과로 키엘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을 맡은 뒤에도 키엘을 랑콤에 이어 로레알 럭셔리 부문 내 2위 브랜드로 성장시키며 글로벌 시장에서 두 배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엔 엘엔피코스메틱 글로벌전략본부 사장 및 미국법인 지사장으로서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의 미국 시장 진출을 이끌었고 유니레버의 자회사 카버코리아의 대표로 부임해 AHC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였다.

LG생건은 이 사장이 "로레알 출신으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및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며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발휘해 생활건강 및 화장품 사업의 스텝업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차석용 전 부회장 후임으로 2023년 화려하게 등장했던 이정애 사장은 정기 인사 전 미리 용퇴를 택했다. 임기 만료 시점은 내년 3월이었다. 이선주 사장은 올해 11월 10일 예정돼 있는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2분기 화장품 부문만 163억원 영업손실

이번 인사는 LG생건의 부진한 실적을 고려한 긴급 처방 성격이 짙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사업을 하는 LG생건은 지난 2분기 주력인 화장품 사업이 2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21년 7월 장중 178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도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28만6,000원까지 하락했다. 신생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APR)보다도 시가총액이 적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생건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8% 줄어든 1조6,04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력인 화장품 매출이 19% 줄고, 영업손실 163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화장품 부문이 적자를 낸 건 지난 2004년 4분기 이후 20년 6개월 만이다. 다른 사업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생활용품 부문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매출이 올랐지만, 고정비용과 마케팅 투자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음료 사업부는 내수 소비 둔화에 비우호적인 날씨까지 겹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포트폴리오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하자 시장에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LG생건은 국내 1위 생활용품·화장품 기업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2004년 1조원이던 LG생건 매출은 2021년 8조원으로 뛰었고, 시가총액은 25조원에 달했다. LG생건을 이처럼 명실상부한 뷰티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은 차석용 전 부회장이다. 차 전 부회장은 2005년 CEO로 취임한 이후 적극적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음료, 생활용품, 화장품을 포트폴리오로 구축해 LG생건 대도약을 이뤄냈다. 차 부회장은 LG생건에서 15년 째 CEO로 재직하면서 일관된 전략적 방향성에 기반한 사업 전개와 수많은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진설계로, 매년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성장시키는 실적을 달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합병(M&A)의 귀재'라는 별명은 그의 실제 성과에서 나왔다. CEO로 취임한 이후 차 부회장은 거침없는 M&A 행보를 벌여왔다.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여 음료사업부를 새롭게 출범시킨 뒤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쯤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2012년 국내 색조 전문 화장품 브랜드 보브, 2013년 캐나다 보디용품업체 패션&프루트를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추가했다. 하지만 2022년 차 부회장의 18년 재임 기간 중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차석용 매직'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 LG생건의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3,7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82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나 고꾸라졌다.

중국인 지갑 닫혔는데도 美보다 中에 더 집중

LG생건의 위기는 지나친 중국 의존도에서 비롯됐다. '차이나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다른 국내 화장품 업체들과 달리 LG생건은 중국에서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러는 동안 K뷰티가 성장 국면에 올라탄 북미 지역에선 별다른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진퇴양난에 빠졌다.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중국 시장과 프리미엄 화장품에 집중하다가 기회를 놓친 것이다.

2022년 당시 업계에서는 LG생건이 해외 실적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선 중국보다 북미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북미는 중국에 버금가는 시장 규모와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K뷰티 기회의 땅'으로 통하지만, 중국의 경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한류 금지령, 애국 소비(궈차오) 등과 같은 대내외 변수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생건은 지난해 또다시 중국에 승부수를 띄웠다. 전체 화장품 사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더후가 여전히 중국에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더후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러나 중국의 더딘 내수 회복, 현지 화장품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등은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기업의 어려움만 가중할 뿐이다.

지나치게 높은 면세 채널 의존도 역시 LG생건의 위기를 부추겼다. 면세매출 비중을 작년 2분기 24%에서 올해 2분기 19%로 줄였지만, 매출 역시 1,823억원에서 1,149억원으로 37% 급감했다. 중국 매출도 전년 대비 8% 감소하며 발목을 잡았다. 특히 중국 리셀러의 가격 교란이 확인되면서 LG생건은 의도적으로 면세 물량을 축소했다. 더후의 브랜드력 유지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LG생건의 뷰티 디바이스 진출 시점도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LG전자로부터 프라엘 사업을 인수한 시점은 올해로,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이미 성장 단계에 접어든 후다. 프라엘은 LG전자가 2017년 처음 출시했는데도 전자기기로 포지셔닝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그 사이 에이피알은 2021년 에이지알을 선보이며 대중적인 뷰티 디바이스 시장을 열었다.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연계, 반복 구매하는 패턴이 생기면서 실적 기여도가 급격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LG생건은 면세와 중국 비중을 낮추는 등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겠단 계획이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증권가는 LG생건의 2025년 영업이익을 기존 458억원에서 304억원으로 33%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도 40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낮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LG생건의 이익을 책임져온 주요 채널은 당분간 쉬어가고, 미래를 이끌 육성 채널은 아직 이익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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