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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관세 전쟁, 국제학생 감소와 연구 지연으로 미국 혁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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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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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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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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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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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확대, 교육·연구 현장 직접 압박
국제 학생 감소, 임상시험 지연, 기술 도입 차질
협상 과정에서 비자 안정과 연구 환경 보장 필수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미국에서 공부한 인도 유학생은 33만 1,60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재의 가장 큰 공급원으로, 미국 대학과 연구 기관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자원이다. 학비와 생활비 지출만으로도 438억 달러(약 60조원)를 미국 경제에 기여했고, 캠퍼스와 지역사회에서 37만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효과를 냈다. 여기에 반도체 분야의 한국인 대학원생이나 바이오·첨단 제조 분야에서 협력하는 스위스 연구 네트워크까지 더하면 영향은 더욱 크다. 이처럼 국경을 넘어 지식과 인재가 오가는 ‘학습 경제(learning economy)’는 대학이 국가 성장 동력의 중심에 서는 이유를 보여준다.

그러나 2025년 들어 미국은 다수 교역국에 국경세를 인상했고, 한국산 제품에는 25% 관세를 부과했다. 9월 말에는 스위스와 인도 제약사의 특허 의약품에 최대 100% 관세를 제안했다. 인도 역시 50%가 넘는 세율에 맞서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는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장기 생산성의 핵심인 지식 흐름을 시험하는 조치다.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충격은 항만이나 공장에서 드러나기 전에 대학원 입학 감소, 임상시험 지연, 신기술 도입 지체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사진=ChatGPT

가격 충격에서 인재 충격으로

무역 갈등은 더 이상 세율 인상이나 수입 물가 상승 같은 단기적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의 관세 분쟁은 인재 이동, 국제 연구 협력, 기업 연구개발(R&D) 같은 장기 성장의 핵심 영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와의 교역은 대표적 사례다. 2024년 미·인도 상품·서비스 교역 규모는 약 2,120억 달러(약 284조원)였고, 이 중 서비스 교역만 830억 달러(약 111조원)에 달했다. IT와 전문 서비스 성장은 대학원 교육, 졸업 후 현장실습(OPT), 공동 연구로 이어지는 인재 흐름에 의존한다. 관세로 시장이 막히면 서비스 산업 확장의 토대가 흔들린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불안하다. 한국 기업들은 2024~25년 전 세계 DRAM과 NAND 메모리의 절반 이상을 공급했고, AI 연산에 필수적인 HBM에서도 영향력을 넓혔다. 그러나 미국의 25% 관세와 시장 제한은 투자 위축뿐 아니라 반도체 연구개발을 떠받치는 대학원 과정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스위스와의 협력도 마찬가지다. 9월 말 발표된 특허 의약품 100% 관세는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할 경우 예외를 두었지만, 이미 임상시험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온 스위스 제약사에는 큰 타격이다. 대학 연구와 의료 교육 현장까지 차질이 불가피하다.

OECD는 2025년 여름 말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19.5%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 연준 역시 관세 확대가 성장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복 조치까지 이어질 경우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 부문에서는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대학 연구 지원과 장학금이 줄고, 실험 장비 수입 비용 증가는 연구 일정을 늦춘다. 비자 불확실성 탓에 학생들이 미국 대신 캐나다·영국·호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2025년 초 조사에서도 미국 공학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인재와 지식의 흐름을 위협하는 충격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학과 공급망의 연결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교육 현장은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한국 이천의 메모리 공장은 미국 일리노이의 머신러닝 교육과 인턴십, 공동 특허로 연결되고, 스위스 바젤의 바이오 제약팀은 미국 중서부 의과대학의 종양학 연구실을 지원한다. 인도의 AI 스타트업은 교수직을 후원하고 OPT 제도를 통해 인재를 채용한다. 연결이 끊기면 교육과 연구 전반의 흐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 내 113만 명의 유학생, 특히 인도 출신 33만 명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AI·바이오·청정기술에서 미국의 경쟁 우위를 떠받치는 핵심이다. 이들은 주립대 재정의 중요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국제 학생 등록금은 차세대 소재 연구, 언어 데이터·AI 언어기술 같은 특화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2025/26학년도 미국 대학 유학생 감소에 따른 경제적 손실 추정(단위 : 십억 달러, %)
주: 유학생 감소–  5%, 10%, 15%(X축), 경제적 손실(Y축)/생활비 지출 손실(연한 빨강), 학비 손실(중간 빨강), 연방 및 주 세수 손실(진한 빨강)

최근 환경은 더 악화됐다. OPT 현장검사와 STEM 졸업생 비자 심사가 강화되면서 인도 출신 인재의 흐름이 불확실해졌다. 제약 분야 고율 관세는 임상시험과 병원 연구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으며, 스위스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도 신규 프로젝트에는 신중해졌다. 한국 역시 반도체와 대학원 교육이 핵심이다. 차세대 메모리인 HBM 개발은 대학원생 연구 인력에 크게 의존하지만, 양국 간 관세 불안정은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연구소 투자와 인재 파견을 위축시킬 수 있다. 반대로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처럼 비자 제도가 안정적인 국가는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2023/24학년도 국가별 미국 유학생 수(단위: 인원수)
주: 유학생 수(X축), 국가-스위스, 한국, 인도(Y축)

필요한 대응 과제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역과 교육을 별개로 다루는 점이다. 인도, 한국, 스위스와의 협상에서 관세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교육도 함께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실험 장비, 시약, 슈퍼컴퓨터 부품이 원활히 들어올 수 있도록 보장하고, 학생과 연구자의 비자 규모와 심사 절차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대학원 인재의 이동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이다.

대학도 대비가 필요하다. 국제 학생 수 감소와 OPT 승인 지연에 대비해 예산을 다시 짜고 장학금과 학기 운영을 조정해야 한다. 인도와 한국 대학과 공동학위 과정을 확대해 학생들이 미국에 입국하지 않고도 학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상황이 안정되면 교환할 수 있는 순환형 학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연구 협력 계약은 한쪽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캠퍼스로 이전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해 관세 규정이 바뀔 때마다 절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별 과제도 분명하다. 인도는 STEM 대학원 비자와 OPT 규정을 명확히 하고, 디지털 서비스 수출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조기 무역 합의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인력 이동이 핵심이므로 STEM 비자 확대와 신속 처리, 통화스와프 같은 제도적 장치를 요구할 수 있다. 동시에 교육 부문에서는 삼성과 하이닉스와 연계한 반도체 교육 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스위스는 임상 연구와 병원 조달이 관세 갈등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별도의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관세 협상에 교육 조항 필요

교육은 학사 일정과 비자 승인, 연구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입학 차질은 학년 공백으로 이어지고, 임상시험 지연은 의료 교육과 연구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이 인도·한국·스위스와 협상에서 교육을 배제한다면 학생 유입은 불안정해지고 기업 후원은 줄며 대학의 행정 부담은 늘어난다. 이는 국가 혁신 역량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관세 논의는 비자 안정, 연구 협력 보장, 연구 자재의 안정적 공급과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 국경 관리가 강화되고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교육은 더 이상 주변 요소가 아니다. 무역협정에 교육을 포함해야만 인재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장기적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Learning Economy Tariffs: How Trade Wars Hurt Education & R&D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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