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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유럽은 왜 계속 뒤처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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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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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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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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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및 교육 수준 향상에도 생산성 정체
디지털 및 인공지능 분야, ‘최대 장애물’
자본, 노동 결합하는 ‘리더십의 문제’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의 투자와 교육 수준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생산성 측면에서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요한 원인으로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노동, 자본을 제외한 효율성, 기술, 혁신 등에 의한 생산성, 이하 TFP)을 꼽고 있다.

유럽 생산성, 미국 대비 ‘열세 지속’

1990년대 중반 이후 TFP는 유럽연합(EU) 노동 생산성 성장의 60%를 차지해 왔지만 2010년대 들어 기여도는 사실상 0으로 줄어들었다. 해당 지표에서 지속적인 향상을 보여주는 미국과 가장 대조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1%에 이르는 투자 비중과 고등교육을 이수한 인구의 증가에도, 유럽은 이를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문제는 자본이나 인재가 아니라 해당 자원을 효과적인 기술 도입과 조직 개선, 혁신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리더십에 있는 것이다. 공기관과 민간 기업 모두 그렇다.

‘시간당 노동 국내총생산’(노동생산성을 의미) 추이 비교
주: 유로존 12개국(좌측), 미국(우측) / 시간당 노동 국내총생산, 자본 생산성, 자본 및 노동 활용 정도, TFP(보기 위부터), *시간당 노동 국내총생산이 나머지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얼마나 성장해 왔는지를 나타냄

총요소생산성, 경제 발전 ‘실질 견인차’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세 가지 요소인 자본과 노동, 기술의 역할은 각기 다르다. 자본은 단기간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교육은 미래 성장을 위한 잠재력을 결정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발휘하는 것은 TFP로, 기업들이 현대적인 경영 기법과 첨단 기술을 통해 인력과 기계를 결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장기 생산성의 차이는 신기술의 확산과 조직의 역량,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에서 대부분 결정 난다. 따라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유럽의 TFP 정체는 구조적인 약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술 도입과 관련한 지표를 살펴보자. 2023년 EU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의 비율은 8%였고 작년에는 13.5%로 증가했다. 아주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AI 개발과 투자를 이끌고 있는 미국 기업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 성적표다. 클라우드는 절반 가까운 기업이 이용하고 있어 좀 낫지만 활용 양상이 선진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프로세스 및 데이터 관리상의 취약점과 혁신을 부추기지 못하는 기업 문화로 신음하고 있다. 모두 리더십과 관련한 문제들이다.

미국 제조업 생산성 수렴(%, 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좁혀지는 정도) 추이

부족한 무형자산 투자와 ‘시장 파편화’

구체적으로 EU의 TFP 정체 뒤에는 두 가지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무형자산 투자(소프트웨어, 데이터, R&D, 브랜드, 혁신, 조직 자본 등에 대한 투자)가 미국에 비해 지나치게 뒤떨어져 있다. 작년의 경우 미국의 무형자산 투자는 총 고정 자본 투자(gross fixed capital formation)의 5%였지만 EU 27개국 평균은 1%를 넘지 못한다. 이것이 EU의 신기술 도입과 확산을 방해하는 첫 번째 요소다.

한편 유럽의 분리된 시장과 일관성 없는 지원 정책도 규모화를 막고 있다. 성장세에 있는 신규 기업들은 미국에 비해 작은 시장 규모와 위험을 꺼리는 벤처 생태계로 인해 한계에 부닥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모두 이 차이를 강조하며 자본시장연합(Capital Markets Union, 단일 자본 시장 창출을 위한 EU 이니셔티브) 및 서비스 단일 시장 창출을 통해 TFP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AI 및 디지털 기술 ‘따라잡아야’

교육 및 기술 정책의 역할도 피해 갈 수 없다. 유럽은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도 필요하지만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인력을 조직화하며, 데이터 기반 운영을 관장할 수 있는 기술 관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품질 관리와 성과 모니터링, 지속적인 개선을 포함한 기본적인 운영 방식의 개선이 있어야 지속 가능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 경영대학원과 공과대학, 직업 훈련 기관은 AI와 디지털 도구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경험을 최종 과제에 포함해야 한다.

경영 기법과 기술의 지역적 확산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국은 국가 제조업 확장 파트너십(National Manufacturing Extension Partnership)을 통해 중소기업들에 해당 자원을 제공해 왔다. 유럽의 경우 유럽 디지털 혁신 허브(European Digital Innovation Hubs)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공동 구매와 데이터 및 사이버보안 기준 정립을 통해 중소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무형 자산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도 추가돼야 한다. 현재의 지원 정책은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보다 물리적 자산 투자에 집중된 측면이 크다. 세금 및 보조금 제도와 유럽투자은행을 비롯한 공적 금융기관들의 역할을 결합해 신기술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 국가 간 벤처 투자 활성화도 기업의 성장을 돕고 디지털 및 AI 집약적 산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방법이다.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TFP의 개선 없이는 노동생산성과 임금은 물론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신뢰까지도 부진을 벗어나기 어렵다.

유럽은 기업 수준의 TFP 지표를 통해 성과를 측정하고, 무형자산 투자 증가와 경영 관행의 개선, 신기술 도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클라우드 및 AI, 데이터 관련 기술을 사업으로 변모시키는 능력에 유럽의 미래가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Productivity Gap Is a TFP Problem, Not Capita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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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