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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구할 길이 없다” 정책성 채권에 다시 손 뻗은 CJ CGV, 자금 마련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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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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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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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자금조달 한계 봉착
차입 확대에 따른 신뢰 붕괴 위기
넷플릭스 독주 속 고착되는 산업 종속 구조

CJ CGV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형태의 회사채로 800억원을 끌어모았다. P-CBO는 스스로의 역량으로는 회사채를 내놓기 어려운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자금 창구로, CGV가 이에 손을 댄 건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직면했던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그동안 다양한 자금조달 창구를 두드렸지만 연이어 쓴맛을 봤던 CGV가 결국 정책성 채권까지 꺼내 들며 자금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CGV, 5년 만에 P-CBO 발행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GV는 최근 800억원 규모의 P-CBO를 발행했다. 3년 만기 단일 트랜치로, 표면금리는 5.817%로 결정됐다. CGV가 마지막으로 P-CBO를 발행한 건 2020년이었다. 당시 두 차례에 걸친 P-CBO 발행을 통해 총 850억원을 끌어왔다. 그해 5월에는 3년 만기로 650억원, 이어 6월 역시 3년 만기로 200억원의 P-CBO를 발행했다. 금리 조건은 각각 2.23%와 2.00%였고, 신용등급은 'A-(부정적)'였다. 당시 CGV가 신청한 P-CBO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회사채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던 방책이었다. 당시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영화관 업황은 위기를 맞았고, CGV도 이를 피할 길이 없었다.

극장 관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CGV는 올해 들어서도 자금줄 마련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 5월 신종자본증권, 7월엔 공모 회사채 발행에 도전했지만, 수요예측에서 신종자본증권은 400억원 중 300억원이, 공모채는 모집액 1,000억원 전량이 미매각됐다.

투자자들이 CGV 채권에 등을 돌린 건 지속된 적자가 영향을 미쳤다. 최근 5년간 연결 기준으로 CGV는 △2020년 7,516억원 △2021년 3,388억원 △2022년 2,145억원 △2023년 1,234억원 △2024년 1,7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763억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연이은 회사채 미매각으로 차환 발행 부담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자 CGV는 단기성 자금 조달로 눈을 돌렸다. 특히 올해 CGV의 기업어음(CP) 발행액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CGV가 발행한 CP 규모는 총 2,450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가 끝나기도 전에 과거 연간 발행액 수준을 넘어선 수준이다. 최근 5년간 CP 발행액은 연간 2,000억원을 넘긴 적이 없다. 2023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CP를 찍어왔지만 △2020년 500억원 △2021년 880억원 △2022년 1,300억원 △2024년 1,460억원 등 수준이었다. 전반적으로 단기물 의존이 커지면서 자금 만기가 짧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차입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CGV의 올 6월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조2,400억원으로, 차입금으로 분류되지 않는 미상환 신종자본증권은 9,312억원에 이른다. 이 중 회사채 2,500억원 및 신종자본증권 4,919억원이 올해 하반기 및 내년 내 만기 또는 콜옵션(매도청구권) 기한이 도래한다. 2021년 6월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전환사채(영구CB)와 2022년 7월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CB도 콜옵셩 행사 가능일이 다가오고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스텝업(계단식) 구조로 금리가 올라간다. 콜옵션 행사 가능일 이후 1년간 3%의 이자율이 적용되고, 매년 0.5%포인트(p)씩 증가한다. CB의 경우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CGV의 주가가 유상증자 이후 하락해 전환가액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CB는 주가가 하락해도 전환가액이 인하 조정(리픽싱)되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CGV가 영구 CB를 공모 방식으로 조달했기 때문에 이번 사례처럼 콜옵션을 미이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영구 CB 투자자의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 행사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내 신뢰를 잃게 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생각으로 자금을 조달했을 텐데 현재 주가가 하락해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식적으로 30년 만기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없고, 콜옵션 행사일을 만기로 보기 때문에 콜옵션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독주에 국내 OTT도 고전

CGV를 둘러싼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넘어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길이 끊겼던 관객들은 OTT에 익숙해졌고, 영화계는 관객 절벽을 마주하게 됐다. 특히 OTT 공룡 넷플릭스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 무게추를 대부분 가져가면서 극장 산업 전반이 가라앉았다. 이에 CGV는 수익성을 끌어 올리고자 관람료 인상, 인건비 절감 등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넷플릭스 독주로 인해 고전하고 있는 건 국내 OTT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4년간 적자가 지속됐다. 반면 넷플릭스코리아(넷플릭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영업이익은 매년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매출은 9,496억원으로 티빙 매출 4,355억원의 2배를 넘었다. 티빙과 웨이브 매출을 합쳐도(7,668억원) 넷플릭스코리아 매출의 80.75% 수준에 머문다. 시장 점유율 역시 넷플릭스가 압도적이다. 모바일인덱스에 의하면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33.9%로 1위를 차지했고, 티빙이 21.1%, 웨이브가 12.4%로 뒤를 이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가운데 두 OTT의 결합으로 인해 국내 시장 점유율 격차는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넷플릭스 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웨이브는 지난해 자본총계가 -980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어 티빙이 재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왓챠는 2021년 매출 708억원에서 2022년 734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023년 43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0원을 기록했다. 결국 왓챠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 같은 양극화를 확대하는 요인으로는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가 꼽힌다. 제작비 손실이 제작자와 창작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제작사들은 국내 OTT보다는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는 넷플릭스에 편승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형세다. 이렇다 보니 자본이 부족한 국내 제작사들의 글로벌 OTT 플랫폼 의존도가 커질수록 국내 콘텐츠가 넷플릭스 등에 종속될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제작비 부담으로 기획 단계에서 판권을 넘기는 경우, 추가 수익은 모두 OTT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다른 매체에 비해 제작비를 후하게 쳐주는 편이라 제작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IP를 아예 사는 경우가 많은데 2차 판권 수익을 얻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제작비를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을 수 있어 OTT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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