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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달리는 ‘최강달러’에 힘 못 쓰는 원화·엔화, 고환율 고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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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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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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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엔화 동반 약세 현상 장기화 
한일 외환당국 공동 개입했지만 무소용
신흥국·주요국도 ‘강달러 쇼크’ 경계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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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와 엔화의 동반 약세 현상이 길어지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 정부가 다시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장기화되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와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원화와 엔화 동반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강달러에 원화값 휘청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7원 오른 1,394.4원에 개장했다. 시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7일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8월부터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월평균 1,300원선을 넘겼다. 1,300원대 환율이 이처럼 장기간 지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에는 장중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섰고 이후 1,300원대 중반까지 환율이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달러 강세 현상이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리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강세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달러 강세가 더 심해졌다. 프랑스와 유럽의회 등에서 극우파가 득세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연합(EU)의 정치·경제적 연대가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유로화는 약세를 보이고 달러 가치는 더 올라간 것이다. 스위스와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미국보다 앞서서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인 것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한 것도 강달러를 견인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셸 보먼(Michelle Bowman) 연준 이사가 아직은 금리 인하를 개시할 때가 아니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부추긴 것이다.

신흥국 및 선진국 통화 가치도 약세

강달러로 인해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체 국가 중에서는 레바논(-83.2%), 나이지리아(-40.4%), 이집트(-35.9%), 가나(-21.3%)가 작년 말 대비 통화가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그 뒤로 아르헨티나(-11.0%), 튀르키예(-10.4%), 브라질(-9.9%), 한국(-7.2%), 칠레(-7.1%) 등 신흥국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글로벌 펀드의 투자 지표가 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통화지수도 작년 말 대비 0.9% 하락했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통화도 미 달러화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위스(-5.8%), 스웨덴(-3.8%), 캐나다(-2.9%), EU(-2.8%), 호주(-2.1%) 통화 가치도 모두 달러 대비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도 105.51로 작년 말(101.1)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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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엔화 동반 약세, 양국 공동 대응에도 효과 미지수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의 엔화가치 역시 급락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16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29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의 수출경쟁 관계 등이 부각되면서 원화와 엔화가 최근 몇 년 동안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엔화가 먼저 약세를 보이면 원화 역시 이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양국의 통화가치 동반 약세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일 외환당국의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공동대응 의지도 강해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지난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양국의 과도한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에도 미국 워싱턴 D.C.에서 통화가치 하락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2개월 만에 다시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하며 강력한 시장 개입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한 개입의지로 환율 1,400원을 단기적으로는 방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근처까지 올라간다면 정부가 곧바로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재부와 한은 등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기존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약 70조원)로 증액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외 여건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다시 뚫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환당국의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증액 조치로 당장 1,400원대 진입은 막을 수 있겠으나, 중장기 달러 강세와 국제유가 흐름, 위안화 약세 압력 등을 고려하면 연내 1,400원 돌파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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