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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이후 23개월 연속 점포 수 하락
인구 감소로 인한 '일손 부족' 원인으로 지목
점포 수 감소에 대응해 로봇·AI 적용 등 시도
지난 50년간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던 일본 소매 유통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2022년 6월 이후 편의점 점포 수가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일손 부족에 더해 실질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패밀리마트 점포 급감, 업계 1위 세븐일레븐도 증가세 둔화
10일 일본 프랜차이즈협회가 발표한 '편의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7개 편의점 브랜드의 일본 내 점포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2개 감소한 5만5,647개로 집계됐다. 일본의 편의점 점포 수는 2022년 1월 5만5,956개로 정점을 기록한 후 2022년 6월부터 현재까지 2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의 증가세가 둔화했고 2위인 패밀리마트의 경우 점포 수가 크게 줄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점포가 새로 생겨나는 지역도 있었다.
점포 수가 감소하는 데 반해 매출은 견조했다. 지난해 일본 편의점 업계의 전체 매출액은 11조 엔(약 9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점포 수는 감소하고 매출은 늘어나는 상황은 지방을 중심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입지가 점차 줄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인건비 상승에 따른 인력 부족, 고령화 등이 점포 수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도통신이 올해 4월 편의점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개 업체의 점포 약 5만5,000곳 가운데 10%를 넘는 6,400곳이 시간을 단축해 영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출 Top3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은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비율이 8~10%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도 점포 수 감소하며 업계 위기론 부상
일본 편의점 업계의 위기론은 지난 2020년부터 제기돼 왔다. 당시 편의점 점포 수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업체별로 보면 세븐일레븐은 288곳 순증했고 로손은 보합세, 패밀리마트는 127곳 순감했다. 다만 당시에도 점포 수가 감소한 데 반해 시장은 견실했다. 편의점 전체 매출이 11조1,608억 엔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1년 이상 문을 연 점포인 '동일 점포'의 매출은 전년 대비 0.4%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0조엔을 돌파했다.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국과의 경쟁이 편의점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인기 상품을 살펴보면 약국은 가공식품, 편의점은 반찬과 도시락 비율이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24시간 영업에 대한 업주의 반발이 일손 부족의 여파라는 지적도 편의점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제대로 된 대책 없이 무작정 출점을 가속화하고 기존 점주들을 괴롭힌 본사의 잘못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닛케이는 "소비세율 인상과 함께 캐시리스 결제를 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 도입돼 편의점 업계에 순풍을 불어넣고 있다"며 "아직은 편의점 시장이 포화했다고 보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시장이 포화했다고 잘못 판단해 어설프게 매장을 줄여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로운 서비스 결합해 활로 모색, 편의점 어패럴은 블루오션
4년이 지난 지금 일본 편의점 업체들은 일손 부족 등에 대응해 무인화 점포 등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모색한다. 일례로 세븐일레븐은 올해 봄부터 매장에 점원을 두지 않는 소형 무인 편의점의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패밀리마트도 무인 결제 시스템을 갖춘 점포 30곳 개점한 상태로 인공지능(AI), 카메라 등 기능을 갖춘 청소 로봇을 직영점에 배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와 결합해 활로를 개척하기도 한다. 일본 2위 통신사 KDDI와 미쓰비시상사가 공동 경영하는 로손은 디지털과 통신을 접목한 신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로손은 2,200여 개에 달하는 KDDI의 대리점 AU샵에 상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 어패럴이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해당 시장은 편의점업의 강점인 거대 유통망과 편리함을 앞세워 유니클로 등 의류 전문 업체들을 위협할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지난 2021년 3월 자체 의류 브랜드를 출시해 편의점 의류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로손은 생활 잡화브랜드 무인양품의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1위 세븐일레븐은 오는 6월부터 일본 의류 제조 시장 3위 업체인 아타스토리아의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