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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연초보다 낙관적 전망
지난해 성장률 1.4%의 '2배', 한은·IMF 전망치보다 높아
민간소비·건설투자 등 내수는 부진, 수출은 빠르게 회복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보다 0.4%p 올린 2.6%로 조정했다. 예상보다 빠른 수출 회복세를 반영해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제시한 전망치보다 올려 잡았다. 다만 그간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올해 내수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민간소비, 건설투자 등 전망치는 제자리를 유지했다.
민간소비 1.8% 전망, 건설투자·설비투자 하락세
3일 기획재정부는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올해 국내 실질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 1.4%의 두 배 수준으로 올해 초 내놓은 전망치 2.2%보다 0.4%p 상향했다. 국내외 싱크탱크의 전망치와 비교하면 한은과 IMF는 각각 2.5%, 2.3%로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관 중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부와 같은 2.6%를 제시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은 부진이 이어졌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와 같은 1.8%로 예상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악화했던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2022년 민간소비 성장률 4.1%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내수의 다른 축인 설비투자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보다 1%p 내린 2.0%로 하향 조정했다.
건설 경기는 올해도 내림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정부는 올해 건설투자가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당초 전망치를 유지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건설투자 전망과 관련해 "올해 1분기 건축 착공 면적이 전년 동기 대비 9.6% 줄어드는 등 신규 공사가 위축됐다"며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이어지면서 어려운 여건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인플레이션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은 희소식이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전망치와 같은 2.6%를 유지했다. 기재부는 "올해 상반기에 농산물·석유류 물가가 급등하면서 상방 압력이 다소 확대됐다"며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요인이 완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2% 초·중반대까지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9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 무역수지도 흑자
정부가 내수 부진을 우려하면서도 성장률을 상향한 이유는 수출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1.3%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한 데다 최근 수출 호조세를 감안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전망 역시 연초 500억 달러 흑자에서 630억 달러(약 87조원) 흑자로 상향 조정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하면서 9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수입은 7.5%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80억 달러(약 11조52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15대 주력 수출품 중 반도체·디스플레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IT 4대 품목의 수출이 올 3월부터 4개월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주력 품목으로 꼽히는 반도체는 6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50.9% 증가한 134억2,000만 달러(약 18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AI 서버 출하량 증가 등 전방 산업 수요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컴퓨터와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각각 58.8%, 26.1%, 3.9% 늘었다.
자동차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했다. 6월 자동차 수출은 6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했지만 6월 조업일수가 1년 전보다 1.5일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양호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선박은 지난해 수출 물량 집중에 따른 기저효과로 39.4% 감소했고 철강과 이차전지는 각각 24.3%, 20.5% 줄었다.
수출 호황이라는데, 반도체·자동차 빼면 부진해
다만 일각에서는 높아진 반도체 수출 의존도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착시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출이 제자리걸음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의 총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2,201억 달러(약 304조원)를 기록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은 3.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자동차 수출까지 뺄 경우 올해 수출 증가율은 4월까지 0.44%에 불과하다.
특히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5.6%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4월 기준으로 다시 18.6%까지 올라오면서 지난 2018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 20.9%에 근접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사이클이 극심한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전방산업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반도체 사이클을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사전에 예상하거나 주도하기는 힘들다.
수출 호황이 반도체와 자동차에만 집중되면서 다른 업종이나 중소기업에는 확산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기업, 반도체 위주의 수출 주도 성장에 의존하다 보니 체감경기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대기업 수출은 11.5%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수출은 각각 2.2%,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