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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고령화 심화 및 일손 부족 현상에 노동생산성도 잇따라 하락
고령인구 비중 2050년 40% 초과 전망, "장기적으로 저효율의 늪에 빠질 것"
'완충 정책' 강조하는 전문가들, "직업 재교육 등으로 근로 환경부터 개선해야"
저출생·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일손 부족 현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노동생산성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30년대까지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2060년엔 전년 수준의 생산성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근로자 연령 증가에 노동 효율 '뚝' 떨어진다
18일 학계에 따르면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자문역)은 최근 '인구 고령화가 산업별 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 국장은 "2023년 이후 지속해서 고령인구 비중은 높아지고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는 1990년부터 2018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소득 22개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한 국가의 고령인구 비중과 생산가능인구 비중 등 인구 구조가 노동생산성(근로자 1인당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고령화 초기엔 근로자의 숙련도 향상이 동반돼 생산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특정 시점을 지나면 오히려 노동생산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인지능력·적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나이가 들면 일의 노하우는 생기지만 이후엔 손이 느려지고 시대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며 노동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골자다.
생산성 최저 수준인 한국, 고령화가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할 듯
이를 통계청 장래 인구추계 시나리오(중위)에 적용하면, 한국은 2030년대까지 생산성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 국장은 "한국의 인구 구조는 2016년까지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향을 줬지만, 지난해부턴 생산성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2030년대 중반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경우 2060년대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만 서비스업은 장기적으로 저효율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은 이전부터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의 생산성을 지녔단 평가를 받아 왔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특유의 장시간 노동이 역시너지를 일으킨 탓이다.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결국 한국 고용시장에 인구 고령화라는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하고 있단 점이다. 실제 국내 고령인구 비중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의 18.4%였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내년 20.3%, 2036년 30.9%, 그리고 2050년에는 40%를 초과할 것으로 추측된다.
노동비용도 증가, "생산성 저하로 단위노동비용 오른 탓"
문제는 노동비용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생산성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탓에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명목임금 상승률을 웃돈 탓이다. 단위노동비용은 제품 1단위 생산에 필요한 (명목)노동비용을 뜻하는 말로, 노동비용을 생산성으로 나눠 계산하기에 생산성이 낮아질수록 단위노동비용이 상승하는 구조를 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명목임금 상승률(연간 기준)은 임금 총액 기준 2.5%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상승률(3.7%, 15~19년 평균)에 비해 상당 폭 낮아졌다. 그런데 2015~2019년 평균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1.9%일 때 2023년의 전년 대비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4.2%로 오히려 올랐다.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하락했단 의미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고령층 근로자를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난 대가로 풀이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장년 근로자의 임금체계 개편 및 직업 재교육 등 생산성 저하를 완화할 '완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령화 현실에 맞춰 중장년층의 노동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시점이란 설명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속 연수에 따른 연공급 임금체계는 근로의욕을 높이는 유인이 적고 중장년층 채용을 막는 요인 중 하나"라며 "노동 개혁을 통해 성과 중심의 지급 제도를 정착시켜 연령과 무관하게 고용이 이뤄지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